[서병기 연예톡톡]김재욱과 제이블랙, 과연 어떤 남편일까?

2018. 8. 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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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시댁이 악랄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김재욱이 아내와 집일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아내에 대한 센스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내에게 세심하게 잘하는 남편(제이블랙), 아내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남편(김재욱), 프린스형 남편(김형균)이다.

물론 제이블랙이 여기에 나온 것 만큼 '좋은 남편'이 아닐 수도 있고, 김재욱도 여기에 나온 것 만큼 '나쁜 남편'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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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리얼 관찰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하차를 선언한 김재욱의 가정은 본인이 올린 글처럼 “우리 집만 악랄한 집안을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할까?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시댁이 악랄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김재욱이 아내와 집일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아내에 대한 센스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것이다.

한국 가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결혼 이후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건 여전하다.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대우를 받는 며느리와 양성 평등 개념을 탑재하지 않은 남편이 어디 한두명인가? 맞벌이 부부의 자식 돌보는 시간만 조사해봐도 문제는 금세 드러난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내고 가능하면 이를 고쳐나가자는 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제작하는 취지다. 하지만 김재욱은 자신의 가정이 악마의 편집으로 점점 이상하게 돼가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지만, 세 명의 남자 김재욱과 제이블랙, 민지영의 남편 김형균의 특징이 확대된다. 세 부부가 비슷하기보다는 유형화돼가는 측면이 있다. 아내에게 세심하게 잘하는 남편(제이블랙), 아내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남편(김재욱), 프린스형 남편(김형균)이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없는 걸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물론 제이블랙이 여기에 나온 것 만큼 ‘좋은 남편’이 아닐 수도 있고, 김재욱도 여기에 나온 것 만큼 ‘나쁜 남편’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라 해도 그 빌미는 자신이 제공한 것이다.

가령, 제이블랙의 아내인 마리가 시집 식구들이 먹을 민물고기 매운탕을 끊이다 국물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졸아버리자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데, 매운탕을 본 시어머니가 “국물이 적다”라고 하자 남편인 제이블랙은 “걸쭉해야 맛있어”라고 와이프를 안심시키는 센스쟁이 멘트를 날린다. 대한민국 남편들은 제이블랙의 순발력 있는 이런 멘트를 배워야 한다. 이건 책을 읽어서 습득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반면, 김재욱은 집으로 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두 번이나 “나는 괜찮은데 세미에게 물어볼께”라고 말했다. 하수(下手)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한국 남편 대다수는 후자에 속하니까 김재욱도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것으로 아내에 대한 애정의 척도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태도나 센스가 미숙했을 뿐이다.

이 습관을 하루 아침에 고친다는 것 자체는 가식이자 위선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숙한 태도를 반성하느냐?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이상한~‘의 기획의도가 그런 것이다.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보니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상한 나라’의 불공평과 억압의 실체를 드러내 비로소 ‘행복의 나라’로 가게 되는 과정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제이블랙도 분명 약점이 있을 것이다.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제이블랙에게도 또 다른 면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럴 때 그가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할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김재욱은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의 돌발 하차는 질책과 응원하던 사람들이 어이 없어 할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모양새 좋게 하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 이 정도의 여유도 없이 남을 웃기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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