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지훈 “‘주지훈 대 주지훈’ 부담감? 정우·정민이형 믿고 즐겼죠”

입력 2018-08-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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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이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공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10월에는 ‘암수살인’도 내놓는다. 과감한 행보를 통해 자신감을 충전한 그는 “요즘은 배 주변에 물이 고여 노 저을 맛이 난다”며 여유를 보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신과함께 - 인과 연’ ‘공작’ 동시 주연 주지훈

좋은 형들 덕분에 긍정 에너지 뿜뿜
요즘 물 들어오니, 노 저을 맛 나요
다른듯 비슷한 작품…결국은 ‘사람’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지금 극장에 가면 배우 주지훈(36)이 주연한 영화가 두 편이나 상영하고 있다. 그것도 수백억 원씩 들여 제작된 대작들이다. 올여름 극장가는 주지훈과 주지훈의 대결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연일 신기록을 만드는 ‘신과함께 - 인과 연’에 이어 주지훈은 8일 새 영화 ‘공작’도 내놓았다. 주연배우로서 부담과 책임이 교차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주지훈은 “재미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작품 수가 늘수록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최근에는 자신감까지 가득 충전한 모습이다. “‘공작’을 알리는 자리나 ‘신과함께2’를 소개하는 곳이나 내 마음은 다르지 않다. 두 영화 모두 넓게 보면 평화를 이야기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말한다. 인간관계 안에서 가능한 구원의 메시지도 담고 있으니 말이다.”

● “여유롭다고? 나는 ‘독수리 오형제’ 가운데 5호의 입장”

주지훈은 얼마 전부터 영화계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단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아수라’와 ‘간신’, 그보다 먼저 소화한 ‘좋은 친구들’ 같은 영화를 거치면서 제자리에 머물지 않으려는 듯 부단히 움직여왔다. 10월에는 또 다른 영화 ‘암수살인’을 내놓고, 뒤이어 넷플릭스가 제작한 대작 드라마 ‘킹덤’도 공개한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숨 가쁜 행보다.

주지훈은 “예전부터 노는 계속 젓고 있었다. 다만 그 땐 배 주변에 물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웃었다.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 일은 최근 달라진 모습이 아니라, 본래 자신의 태도였다는 말이다.

“비록 물은 없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계속 노를 저은 덕분에 지구력이 생겼다. 요즘은 물이 고이니까 노 저을 맛이 난다. 주변에 물고기가 모이는 것도 같고 말이다. 하하!”

여유를 더한 자연스러운 모습은 외모에서도 드러난다. BB크림도 바르지 않고 나타난 주지훈은 “내 다크서클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또 소리 내어 웃었다.

“혹시 ‘독수리 오형제’를 보셨나. 오형제 가운데 가장 마음 편한 캐릭터는 독수리 2호다. 1호가 다 해주니까. 물론 나는 2호 근처도 못가는 5호의 입장이지만. ‘공작’에는 (황)정민이 형도 있고 ‘신과함께2’에는 (하)정우 형이나 마동석 형이 있다. 그러니 5호인 나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거다.”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에서의 주지훈(왼쪽)과 ‘공작’에서의 주지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신과함께’ 1편을 통해 인정받은 주지훈의 매력은 이번 ‘신과함께2’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그가 맡은 저승차사 해원맥의 1000년 전 비밀이 드러나면서 2편에선 역할과 비중이 더 늘었다. 이에 관객도 열띤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작’에선 전혀 다른 모습. 주지훈은 자신이 연기한 북한 보위부 엘리트 요원 정무택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북한 체제에서 철저히 훈련받은 엘리트다. 상대를 엑스레이처럼 찍어 검증하는 사람. 영화 안에선 악역이지만 내 입장에선 선한 역이다. 북한군인 신분이고, 사상 안에서 본다면 애국자이지 않나.”

주지훈은 ‘공작’에 갖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간 나온 첩보물과 결이 다른, 실화를 바탕으로 심리전에 충실한 첩보영화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 그에게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영화에선 사건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그 사건을 기저에 깔고, 고뇌를 더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우리가(남북한) 뭐 때문에 앞뒤 없이 서로 미워하는지, 그걸 뛰어넘어 평화라는 큰 단어를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다.”

● “김용화, 윤종빈 감독의 다른 성향, 영화에도 그대로”

주지훈은 영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어릴 땐 세상에 선입견을 갖고 내 삶을 재단했던 것 같다”는 그는 “이젠 영화를 대할 때도 다른 마음”이라며 “영화는 산업이고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대중예술이라는 시야를 갖게 됐다”고 했다.

함께 작업하는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과 ‘공작’의 윤종빈 감독의 특색도 정확히 나눠 구분했다. “김용화 감독님은 어려운 일을 쉽게 펼치는 사람이다. ‘신과함께’는 용서와 구원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만 관객이 편하게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윤종빈 감독님은 깊게 고민하는 편이다. 어떤 어려운 이야기라도 극한으로 끌어올려 풀어내는 연출자이다.”

배우 주지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두 영화의 현장은 주지훈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경험도 줬지만, 어쩔 수 없이 지치게도 했다. 스스로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이내 “그래도 내 체력 수준은 ‘상급’”이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신과함께2’에서 보여준 액션 연기도 “거뜬하다”는 설명. 체력의 근원은 “걷기”라고 했다. “워낙 걷는 걸 좋아해 차도 거의 타지 않는다”며 “차를 산지 오래됐는데 고작 2만km를 탔고, 그나마 대부분은 엄마 아빠가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가 영화를 선택할 때 반드시 시나리오를 읽게 해 모니터를 받는 존재다. 예전엔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작품 위주로 택했지만 지금은 변했다. “‘관객’이라는 단어를 작품 선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엄마와 동생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가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시야도 넓어지는 지금 그는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다. 하정우와 이정재, 정우성 등 선배 배우들을 두고 그는 “좋은 형들”이라고 했다. “다들 잘난 형들이라서 내가 행복한 게 아니다. 그들은 어려운 일을 쉽게 풀어가는 사람들이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서로 힘내자고 응원하면서. 그 속에서 나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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