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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점잔’ 빼고 대중들과 더 가까이 기업 문화재단의 ‘품격’

입력 : 
2018-08-08 10: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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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좀 나지만 보통사람들의 삶과는 하등 상관없는, 그저 돈 있는 분들의 ‘꼼수’ 정도로 여겨지기도 했었던 기업 문화재단의 건강한 변신이 반갑다. ‘고비용 고퀄리티’ 공연에 집착하던 기업 문화재단의 활동이, 이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공연 문화를 새롭게 개척해나가고 있다. 사실이다.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던 ‘회장님 취향’에서 탈피, 적당히 ‘점잔’을 빼버리고 보통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그들의 변신과 노력은 지금 펼쳐지고 있는 문화공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삼익문화재단의 여름 휴가 콘서트 ‘도심 속 뮤직 바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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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문화재단은 현재 두 번째 기획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도심 속에서 즐기는 뮤직 바캉스’.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여름휴가 기간 동안 휴가지로 떠나지 못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뮤직 앤 비어 페스티벌이다. 뜨거운 열정, 신나는 리듬과 함께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음악회로 ‘명가의 품격’과는 달리 팝과 재즈, 록 밴드가 함께 한다. 공연 전에는 시원한 맥주도 제공한다. 일정은 7월21일에는 대한민국 밴드의 전설 ‘히식스’의 팝스 콘서트가, 8월4일에는 ‘춤추는 피아니스트’ 유충식과 M&M 밴드의 재즈 콘서트가 펼쳐졌고 8월11일에는 기타리스트 최훈과 와이키키브라더스 밴드의 록 콘서트가 이어진다. 입장료는 4만 원, 입장권은 인터파크티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악기의 명가 삼익악기의 삼익문화재단 ‘명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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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서울 강남구 학동에 자리 잡은 삼익악기빌딩의 라이브 소극장 엠팟홀이 잠시 술렁였다. 가수 백영규의 콘서트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몇몇의 건장한 사람들이 공연장 곳곳을 살펴보더니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부부가 공연장으로 들어섰던 것.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 전 총장의 등장은 쇼킹했다. 하지만 공연 시작과 함께 ‘경호’와 ‘의전’은 멈췄고, 그 역시 일반 관객의 한 사람으로 2시간에 달하는 긴 공연을 끝까지 함께 했다. 가수 백영규와 깜짝 토크쇼도 가졌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거리낌 없는 소통과 소탈한 행보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환호했고 열광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마친 반 전 총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왔다. 2시간의 공연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겨웠고 행복했다. 모처럼 관객이 되어 소극장 공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중에 알려진 얘기지만 반 전 총장은 삼익악기 김종섭 회장과의 인연으로 삼익문화재단이 새롭게 시작한 대중음악 공연 시리즈 ‘명가의 품격’을 관람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문화재단과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가 공동 기획한 ‘명가의 품격’ 공연은 반 전 총장의 공연 관람 소식이 전해지면서 음악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크게 회자가 됐다. 첫 번째 시리즈로 기획된 여덟 번의 공연이 모두 만석을 기록하기도 했다. ‘명가의 품격’ 첫 번째 시리즈에 나선 가수들은 한국 포크음악의 대표 주자격인 김목경, 이치현, 백영규, 추가열, 양하영, 소리새, 하남석, 신현대 등. 모두 쟁쟁한 음악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른바 7080 음악의 전반적인 부진과 함께 최근 활동 영역이 급격히 줄어든 음악인들이다. 공연 ‘명가의 품격’은 이렇게 ‘악기의 명가’와 ‘음악의 명가’가 만나 한국의 음악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기획. 아직 시작 단계지만 분위기는 좋다. 공연 문화에 소외된 중·장년 세대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그동안 주류 음악계에서 소외됐던 7080 음악인들에게는 음악 창작과 공연 무대를 제공해주겠다는 삼익문화재단의 공익적 시도가 빛나 보인다.

‘대중들과의 거리 좁히기’를 통해 문화재단의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는 명품 공연 ‘명가의 품격’은 9월과 10월, 가을 시리즈가 펼쳐진다. 앞선 여덟 번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에 소속된 최고의 뮤지션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 삼익악기 엠팟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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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재단의 특화된 공연으로 브랜딩 된 것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다. 1977년 설립 이후 음악 영재 양성과 클래식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한민국 메세나의 대명사로도 자리 잡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곳은 광화문의 명소가 된 실내악 전용 홀인 ‘금호아트홀’과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고가의 악기를 무상 임대해주는 ‘금호악기은행’을 통해 문화 나눔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선택받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지원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2년 시작된 ‘찾아가는 음악회’는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지방 청소년을 위한 기획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연으로, 비로소 대다수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대표적 문화 콘텐츠로 우뚝 서고 있다. 오는 11월28일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저녁에 펼쳐지는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는 1910년대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인 덕수궁 석조전에서 피아노 연주자 김영환이 고종 황제 앞에서 연주했다는 기록을 배경 삼아 기획한 행사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와 그들이 초청하는 음악가들이 함께 출연한다.

7월25일 첫 공연에 이어, 8월29일에는 현악과 관악 선율이 어우러지는 ‘마지막 여름밤’이, 9월 공연은 ‘가을, 고종의 가배’란 제목으로 고종이 즐겨 마셨다는 ‘가배’와 잘 어울리는 곡들을 소개할 예정이다(9월엔 추석 연휴 관계로 19일로 조정돼 진행된다). 또 10월31일에는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가 함께 하는 ‘바람이 불어오면’, 11월28일에는 ‘자유를 찾아’라는 제목으로 민족적 색깔이 짙은 음악들을 선보인다. 음악회 관람은 무료로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덕수궁관리소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아름다운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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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흔히 ‘한수원’이라 부르는 곳에서 공연을 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또 뭐고? 공연과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이런 기관에서도 왕성하고 꾸준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문화 공연을 단지 배부른 소리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공익적 프로그램 성격이 크니 너무 과한 비난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게다가 그들이 펼쳐온 공연이 나름 확실한 호응을 얻어 공연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으니 명분도 분명해진다. 먼저 한수원이 경주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공연 ‘한수원과 함께 하는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은 클래식, 대중가요, 토크쇼 등 다양한 콘텐츠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공연 횟수와 문화 소외 계층의 초청 범위를 늘려가고 있고 특히 원전 지역주민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평균 5만 원 정도의 입장료로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확실한 재미, 고퀄리티의 공연으로 관람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경기도문화의전당과 ‘브런치 콘서트’를, 성남문화재단과 ‘마티네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을 내세운 ‘브런치 콘서트’는 경기도민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오전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기획된 이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표 브랜드 공연이다. 7월19일 파주 운정행복센터에서 ‘아시아 클래시컬 플레이어즈 스트링챔버’와 함께 무료 공연을 펼쳤고, 10월과 11월, 12월에 세 차례에 걸쳐 각각 이현우, 장필순, 김정민을 게스트로 초청, 특별한 무대를 선물할 예정이다.

‘낮 공연’을 뜻하는 ‘마티네 콘서트’도 배우 김석훈을 내세워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인기 공연이다. ‘모차르트의 정원’이란 부제를 단 올해 공연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도 2만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소주회사의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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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주당들의 친근한 벗 ‘O2린’. 이 술을 만드는 회사 맥키스컴퍼니는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주당들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주당들만 챙기는 건 아니다. 대전의 명산인 계족산과 한밭수목원만 알면, ‘O2린’이란 이름은 몰라도 최고의 고객으로 대접한다. 이 회사가 충청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건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계족산 황톳길에서 진행되는 트레킹과 숲속음악회 때문이다. 또 연간 130회 이상 펼쳐지는 문화 소외지역 및 소외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힐링음악회’ 탓도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유명한 건, ‘뻔뻔한’ 이름을 붙인 ‘fun fun한 클래식’ 공연이다. 이 공연은 맥키스컴퍼니와 한밭수목원 간 협력으로 우리꽃 및 전통생활식물 전시에 문화행사를 접목하여 시민들에게 도심 속 힐링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무료 공연이다. 이미 대전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수많은 관람객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뻔뻔(fun fun)한 클래식이란 표현에 걸맞게 클래식에 뮤지컬, 연극, 개그 요소를 섞어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유쾌한 공연이다. 7월27일에 이어 8월10일에도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도심 속 힐링을 선물할 예정이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의 꿈을 이뤄주는 ‘꿈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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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어느덧 나이는 들고 청춘 시절 꿈꿨던 취미활동은 언감생심, 남의 얘기가 되었거나 여전히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아있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이 문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50+세대 지원 프로젝트’가 그것. 그 가운데 ‘꿈의 무대’가 있다. ‘꿈의 무대’는 음악에 관심과 재능 있는 중·장년 세대 및 일반 음악활동가에게 공연 무대를 제공, 못다 이룬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년 봄 공모를 통해 ‘꿈의 무대’ 공연팀을 선정하고,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한 차례 공연을 진행한다. 또 그중 몇 팀에게는 음반 녹음 및 프로필 촬영, 연말 콘서트 무대 등을 제공하며 꿈을 이루어 가는 모든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중·장년 세대와 음악 활동가들이 무대에 서는 기회를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시민예술가로 성장하여 일상을 보다 풍요롭고 기쁘게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것이 라이나전성기재단의 기획 의도. 물론 ‘꿈’은 무대에 서는 공연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못다 이룬 꿈을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재단에서 제공하는 소정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공연은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낮 12시 15분, 서울 종로 라이나생명 1층 로비에서 펼쳐진다.

[글 이상호(공연기획자, 프리랜서) 사진 포토파크, 이상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41호 (18.08.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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