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재, 입에 모터 단 애드리브 '낄끼빠빠' 원칙 있었네

2018. 8. 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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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러시아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스포츠중계로 숨돌릴 틈도 없어

프리미어리그 새벽중계 10년 내공
"잘 모를 땐 나서지 않는다" 원칙
"정확한 중계에 영향 미칠까봐
선수랑 개인적 연락도 안해요"

중계석 밖에선 '내성적' 싱글남
스포츠팬 혼기 놓칠라 걱정에
"리버풀 우승이 빠를 거 같아요"

[한겨레]

평창올림픽부터 러시아월드컵까지 2018년 유독 바빴던 배성재 <에스비에스> 아나운서가 18일(현지시각)부터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책임진다. 밥심 내느라 살이 15㎏ 쪘다는 그가 지난달 2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평창올림픽에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많은 2018년에 유독 바쁜 사람은 누굴까? 바로 배성재 <에스비에스> 아나운서다.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종목을 아우르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의 업무 강도는 외모에서도 드러난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소리를 못 질러서, 중계가 있을 땐 꼭 먹어요. 그래서 경기가 많은 해는 유난히 살이 쪄요. 올해는 15㎏이나 쪘어요.” “역대 최고”라는데 “다이어트는 아시안게임 뒤”로 미뤘다. “어차피 또 찔거라….” 올해 방탄소년단만큼 바쁜 ‘뚠뚠성재’(그가 살이 쪘을 때 팬들이 부르는 별명)를 최근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 중계석에선 거침없는 아나운서

그는 ‘나를 던진’ 노력으로 스포츠 중계에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됐다. 2007년 <에스비에스> 입사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거치며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라는 확실한 문패를 달았다. 최근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오는 18일(현지시각)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에스비에스> 대표로 나선다. 그의 중계는 예리하면서도 발랄하다. 통통 튄다. 지루하지 않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데뷔한 박지성 해설위원이 장면을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유도하는 등 어시스트 능력도 빛났다.

그는 자꾸 “타고났다”고 우기는데, 실은 깨알같이 노력도 했다. 10여년간 남들 자는 새벽에 프리미어 중계를 꾸준히 해왔고, 선수와 팀에 대한 정보를 미리미리 정리해 놓는다. “학생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서 쭉 봐왔던 것도 도움이 됐어요.” 축구뿐 아니라, 썰매, 쇼트트랙 등 온갖 빙상 종목도 섭렵했다. 중계 실력을 엄격하게 따지는 스포츠팬들한테 인기가 많은 비결이다. 특히 ‘드립’ 능력은 ‘입에 모터 달았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는 다 “즉흥”(애드리브)이라고 했다. “으쓱~.”

배성재는 스포츠 중계에서 아나운서가 주목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아나운서들은 뉴스 앵커나, 예능 진행자로 인기를 얻었다. <에스비에스>가 2014년 방송인 김구라와 짝을 지어 그를 예능 진행자로 내세우며 ‘아나테이너’로 키워보려고 했지만, 스스로 마다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예능인들을 잘 모르는 데 나가서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그를 선거 방송에 세우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요령껏 빠져나간다”며 웃었다.

잘 모르면서 섣불리 나서지 않는 건 그가 내세운 원칙이자, 그를 스포츠 전문으로 인정받게 한 동력이다. 그는 스스로를 “엄청난 원칙주의자”라고 했다. “야구 포스트 시즌 중계 제의도 일정상 제대로 잘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시즌을 중계하려면 정규 리그를 1주일에 세번 정도는 해야 흐름을 꿰는데, 축구도 있어서 그럴 수 없더라고요. 정규 리그 중계도 안 하고 포스트 시즌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공정한 중계를 하려면 선수와 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스포츠 전문을 지망하는 아나운서들이 늘었다.

배성재 <에스비에스> 아나운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중계선 밖에선 말 없는 남자

중계석에 앉은 배성재는 재미있고 패기 넘치지만, 티브이(TV) 밖으로 나오면 말수 없는 총각 배성재가 된다. “완전 내성적이에요. 집에서는 말 없고 무심하고 살갑지도 않아요.” 독립운동가의 딸이자 잡지사 교열 일을 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한글을 사랑하고 신문을 읽으며 자랐다. 동물을 좋아하고, 클래식을 즐겨 듣는 등 의외의 면도 많다. “아니, 그게 왜 의외죠?(웃음).” 원래 꿈도 ‘의외로’ 영화감독이었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들은 적도 있어요. 지금도 떠오를 때마다 시놉시스를 쓰고는 있는데, 누구한테 보여줄 수준은 못 돼요.”

그가 영화감독이 되면, 형인 배우 배성우와의 작업을 기대해도 되냐고 물으니 “감독이 되어도 형을 출연시킬 생각은 없다”며 단칼에 잘랐다. 형제는 아직도 어머니와 한집에서 티격태격하며 산다. “나는 믿음직한 아들이었는데, 형은 사고만 쳤다”거나 “형과 말 섞기가 싫다”는 등 중고생 남자 형제들처럼 디스하면서도 누가 더 잘생겼느냐는 질문에는 바로 “형”이라고 말하며 형제애를 뽐낸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죠?”

형 이야기를 할 때는 10대 같은데 그도 어느덧 마흔살이 됐다. “목표를 세우며 살지 않는다”는 그의 관심은 오직 스포츠 중계다. 과거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프리랜서도 “티브이 중계방송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 중계 하기 힘든 여건이 되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도 한다. 모바일 환경이 성장하면서 이제 중계가 티브이만의 경쟁이 아니다. 그는 달라지는 방송환경에서 “아프리카 티브이 등 모바일이 중계 시장의 한 축이 될 것 같다.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성을 잡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흔살 ‘남자 사람’ 배성재의 또 다른 관심은 당연히 ‘연애’다. 그를 좋아하는 스포츠팬들이 오히려 더 걱정할 정도다. 포털에는 최근 ‘리버풀 우승이 빠를까요, 배성재 아나운서의 결혼이 빠를까요’라는 질문도 올라왔다. 많은 팬들이 ‘리버풀 우승’을 꼽았는데 그는 어떨까? “음… 리버풀 우승이 빠를 것 같아요.” 내성적 남자 배성재는 18일(현지시각)부터 자카르타·팔렘방의 중계석에서 당찬 아나운서로 돌아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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