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빈집서 버섯재배 "도시농장 됐어요"

글·사진 박준철 기자 입력 2018. 8. 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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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천, 방치된 주택 ‘청년 일자리·공동체 공간’ 활용

인천 미추홀구 용현 1·4동 옛 주민센터 2층 표고버섯 도시농장에서 한 청년이 배양기의 버섯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빈집 7100여곳 도시미관 해쳐 시·기초자치단체·LH 손잡고 소유주 동의 얻어 ‘리모델링’

인천시에는 현재 7100여가구의 빈집이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으로 지정과 해제가 이어지면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 관리에 자치단체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변하거나 도시미관을 해치고 붕괴 등 안전사고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기초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빈집을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습한 지하 주택에는 그 환경에 적절한 농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빈집은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다.

지난 5일 인천시 미추홀구 수봉산 중턱. 이곳에 위치한 용현 1·4동 지역은 좁은 골목길에 2∼3층짜리 빌라와 단독주택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른바 ‘달동네’다. 한때 1334가구가 모여 살았던 이 마을은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 빈집이 늘었다.

미추홀구는 용현 1·4동 지역 외 관내 26가구를 경로당과 마을방송국,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꾸몄다. 사유재산이어서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대부분의 집 주인들은 빈집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치단체가 리모델링과 일정기간 사후관리를 해주는 터라 흔쾌히 동참했다.

연내 반지하 40곳 농장 개조 경로당·문화예술공간 조성도

LH는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반지하 주택을 도시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장기간 빌려줬다. 빈집을 개조해 도시농장과 청년 공동체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단체인 ‘빈집은행’ 최환 대표(36)는 “새싹과 상추, 미꾸라지 등을 키우다 보니 습한 지하방이 적합했다. 특히 버섯은 수익성도 좋은 품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빈집은행 청년들의 ‘반지하 버섯재배’는 다음달부터 본격화된다. 9월 18곳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40곳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에 필요한 준비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용현 1·4동 옛 주민센터 2층 표고버섯 도시농장. 지난달부터 20∼30대 예비 도시농부 18명이 버섯재배 교육을 받고 있다. 이 정책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혁신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진한 향이 일품인 ‘백화고’ 종균의 배양기가 있는 30여㎡의 농장 안은 25도 정도로 외부보다 훨씬 시원했다. 김동윤씨(29)는 “버섯은 온도와 습도만 잘 관리해 주면 된다. 직접 농장에 갈 필요 없이 요즘은 원격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를 하루 2번 작동시킨다”며 의욕을 보였다.

인천시는 늘어나는 빈집 활용을 위해 지난해부터 실태조사에 나서 미추홀구 1197곳 등 인천에 7193곳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시는 2013년부터 붕괴·균열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빈집은 철거 또는 폐쇄했고, 115가구는 주차장이나 소공원, 마을박물관, 임대주택 등으로 재활용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내년 1월에는 보다 더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빈집 활용 종합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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