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오프시즌] 레너드는 잊어라, 이제는 드로잔의 샌안토니오 스퍼스!

양준민 입력 2018. 8. 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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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양준민 기자]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필요할 때는 실컷 부려먹다 일이 끝나면 돌보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현재 더마 드로잔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지난 7월 18일(이하 한국시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너드 드라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바로, 레너드의 차기행선지가 토론토 랩터스로 정해졌기 때문. 오프시즌 샌안토니오는 여러 팀들과 레너드의 트레이드를 논의하면서 다수의 신인드래프트 상위지명권 등 무리한 요구들을 이어가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런 찰나에 기회를 엿보고 있던 토론토가 드로잔과 레너드의 1대1 맞교환을 제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조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샌안토니오는 토론토와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며 이 판을 키워나갔다.

몇 차례의 치열한 논의가 오고 간 끝에 결국,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와 함께 대니 그린(31, 198cm)을 토론토로 보내고, 그들로부터 드로잔과 야콥 퍼틀(22, 213cm), 그리고 2019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레너드가 자신을 토론토로 보낸 샌안토니오의 결정에 반발, 토론토에서도 태업을 이어갈 것이란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에서 가장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다름 아닌 ‘드로잔’이다.(*토론토가 샌안토니오에 넘긴 지명권에는 1~20순위까지 보호조항이 포함돼있다)

드로잔은 2016년 여름, FA를 맞이했을 때 오로지 토론토에 대한 순애보를 외치며 무한한 충성심을 선보였다. 이는 그간 토론토에서 스타로 성장했지만, 끝내는 팀을 떠난 빈스 카터(ATL), 크리스 보쉬(무직)와는 사뭇 다른 행보로, 드로잔은 토론토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토론토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등 이미 토론토 역사 곳곳에 드로잔의 발자취가 없는 곳들이 없다. 최근 카터도 Sporting New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로잔은 토론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그의 이적은 토론토가 아닌 드로잔이 결정했어야했다”는 말로 드로잔의 트레이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드로잔은 토론토에서 보낸 9시즌, 커리어 통산 13,296득점-2,739리바운드-2,07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여름 토론토는 지난 시즌 PO 2라운드, 르브론 제임스(LAL)에게 완패하며 드웨인 케이시 감독이 경질되는 등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Sporting New의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는 카일 라우리가 클리블랜드와의 시리즈 종료 후 드로잔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남기며 둘 사이에 잠시 갈등이 생겼을 정도로 팀 분위기가 심각했다. 그 결과, 케이시 감독의 경질과 함께 라우리, 드로잔, 두 선수의 트레이드 루머도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토론토 프런트는 직접 드로잔과 면담을 진행, 이 자리에서 “결코, 드로잔을 트레이드시키는 일 없을 것이다”,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도 케이시 감독의 경질로 충격요법을 시행한 토론토가 드로잔을 트레이드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토론토는 드로잔의 믿음과 충성심에 ‘뒤통수’로 응답했다. 심지어 트레이드 논의를 진행하면서 드로잔에게는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언질조차 주지도 않았다는 후문. 美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드로잔은 트레이드 하루 전날 밤이 되서야 마사이 유지리 사장을 통해 트레이드 확정소식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믿었던 토론토의 배신에 드로잔이 얼마나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는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국내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된 그의 인터뷰를 보면 충분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올 여름 깜짝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에서 샌안토니오로 새롭게 둥지를 옮긴 드로잔은 벌써부터 샌안토니오의 새로운 중심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은퇴 전까진 리빌딩이 아닌 우승경쟁을 펼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샌안토니오는 차기 시즌 명예회복의 첫 단추로 본인들의 간판을 레너드에서 드로잔으로 교체,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더마 드로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

모두들 팀 던컨의 은퇴 이후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마지막 페르소나는 카와이 레너드(27, 201cm)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허나, 지난 시즌 불화와 불신이 쌓이고 쌓여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포포비치 감독과 레너드, 두 사람은 끝내 갈등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올 여름 이별을 결정, 포포비치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는 더마 드로잔(28, 201cm)의 차지가 됐다. 현재, 미국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포포비치 감독은 국가대표팀 미니캠프에 합류한 드로잔과 개별면담을 진행하는 등 벌써부터 드로잔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드로잔도 포포비치 감독의 지도력에 만족감을 표하는 등 트레이드의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로운 팀 적응에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현지에서도 드로잔이 합류한 샌안토니오가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뜨거운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의 샌안토니오는 라마커스 알드리지(33, 211cm)의 원맨 팀이었다. 그간 샌안토니오 팬들의 기쁨보단 실망이었던 알드리지는 정규리그 75경기에서 평균 23.1득점(FG 51%) 8.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 모처럼만에 올스타전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부활에 성공했다. 알드리지의 득점력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다져진 수비를 앞세운 샌안토니오는 정규리그 47승 35패, 서부 컨퍼런스 7번 시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 부인의 갑작스런 별세소식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1라운드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우선, 드로잔의 합류로 샌안토니오는 알드리지-드로잔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확립하게 됐다. 2009 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토론토에 입단한 드로잔은 데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스윙맨으로 발돋움했다. 드로잔의 강점은 바로 ‘돌파력’이다. 커리어 평균 3점슛 성공이 0.5개(3P 28.8%)로, 3점슛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드로잔이 리그를 대표하는 슈팅가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화려한 돌파와 함께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였다. 특히, 유로스텝과 스핀무브 등 풋워크가 좋은 드로잔은 커리어 평균 6.3개(FT 82.7%)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반칙유도능력이 뛰어나다. 포지션 대비 우월한 신체조건을 활용, 포스트-업을 통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데도 능수능란하다.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의 득점은 알드리지가 주도, 대부분 인사이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7-2018시즌 샌안토니오의 인사이드 득점점유율은 평균 60%(57.6%)에 육박, 그 결과, 전문가들로부터 득점루트가 단조롭다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허나, 차기 시즌은 드로잔의 합류로 인사이드뿐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득점을 올릴 수가 있게 됐다. 알드리지는 지난 시즌 상대팀의 협력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드로잔의 가세로 수비견제를 분산시킬 수 있게 됐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샌안토니오 스퍼스 득점성공률 분포도


 
최근 드로잔도 지난 시즌 평균 3.6개(3P 31%)의 3점슛을 시도하는 등 점점 더 본인의 득점루트를 외곽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드로잔은 자신이 직접 찬스를 만들기보단 안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킥-아웃 패스들을 받아 3점슛을 시도했다. 반대로 샌안토니오의 유기적인 스크린플레이는 드로잔이 좀 더 편하게 미드레인지 점퍼를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최근 리그의 트렌드는 아이솔레이션 플레이에서 파생되는 전술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시즌 토론토도 드로잔의 돌파에서 파생되는 공격옵션으로 큰 재미를 봤다. 이전의 드로잔은 볼을 오래 끄는 경향의 선수를 일컫는 말인 ‘볼 호그’ 기질이 강해, 플레이가 비효율적이란 평가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2016-2017시즌 후반기, 라우리의 부상으로 경기운영까지 도맡으며 패스플레이를 익힌 드로잔은 지난 시즌 자신의 플레이에 패스라는 선택지를 추가, 비록, 평균 득점(23득점)은 2016-2017시즌(27.3득점)에 비해 감소했지만, 반대로 어시스트는 평균 5.2개를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등 플레이가 간결해지고 효율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드로잔은 2017-2018시즌 효율성지수를 나타내는 PER에서 21.10을 기록했다) 

드로잔을 앞세운 토론토는 지난 시즌 평균 11.8개(3P 35.8%)의 3점슛 성공을 기록, 외곽화력을 앞세워 리그 득점 전체 4위(평균 111.7득점)에 오르는 등 공격력의 팀으로 거듭났다. 드로잔은 전부터 돌파 이후 짧게 빼주는 패스들로 많은 어시스트를 올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인사이드로 돌아 들어가는 스크리너를 향해 알맞은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주는 등 2대2 픽앤 롤 플레이 전개능력도 많이 발전했다. 알드리지와 가솔도 2대2플레이가 좋은 선수들이라 벌써부터 이 두 사람과 드로잔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가솔과 알드리지는 픽앤 팝에도 능한 선수라 샌안토니오에서 드로잔의 2대2능력이 더 빛을 발할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샌안토니오에 드로잔의 킥-아웃 패스를 받아줄 전문슈터가 부족하단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는 평균 8.5개(3P 35.2%)의 3점슛을 성공, 이 부문 리그 전체 28위를 기록했다. 올 여름 벨리넬리를 영입, 슈터를 보강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린이 지난 시즌 평균 1.7개(3P 36.3%)의 3점슛 성공을 기록, 외곽에서 힘을 보탰지만 더 이상 그린은 샌안토니오 소속이 아니다. 디욘테 머레이(21, 196cm)도 수비력과 돌파력은 좋지만 정작, 가드의 필수덕목인 슈팅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패티 밀스(29, 183cm)도 지난 시즌 평균 1.9개(3P 37.2%)의 3점슛을 기록했지만, 외곽이 잘 들어가는 날보단 안 들어가는 날이 더 많은 등 경기력의 편차가 심했다.

또, 샌안토니오는 인사이드와 백코트 등 대부분의 포지션은 전력을 보강했지만 3번 포지션은 루디 게이(31, 203cm)의 잔류를 제외하곤 전력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그린과 카일 앤더슨의 연이은 이적으로 전력손실만이 있었다. 벨리넬리는 느린 발과 함께 수비력이 약하고, 게이는 드로잔과 경기스타일이 겹치는 측면이 있다. 게이도 운동능력을 활용한 돌파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로, 두 선수의 공존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또, 게이는 최근 2시즌동안 잦은 부상으로 정규리그 누적 87경기 출장에 그쳤다. 때문에 2018-2019시즌 포포비치 감독이 주전 3번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도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최근 美 현지 언론, 247 Sports의 농구평론가, P.J 칼리시모는 드로잔이 샌안토니오로 둥지를 옮긴 것에 대해 “토론토에서 드로잔은 매우 중요한 선수였다. 드로잔은 토론토 구단만이 아니라, 토론토 도시 자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샌안토니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로잔의 이적은 샌안토니오에게 필요했던 부분들을 가져왔다.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의 문화는 드로잔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다. 드로잔은 분명, 샌안토니오에 알맞은 선수다”는 말로 드로잔의 샌안토니오 이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올 여름 드로잔과 포포비치 감독의 만남은 많은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베키 해먼, 포스트 포포비치의 선두주자로 나설까?

현재, 美 현지에선 샌안토니오의 2018-2019시즌과 함께 ‘포스트 포포비치’에 대한 관심도 무척이나 뜨겁다. 어느덧 미국나이로 69살의 포포비치 감독도 조만간 공식은퇴를 선언할 것이란 예측들이 대두, 그의 마지막 무대가 2020 도쿄올림픽이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2019-2020시즌이 NBA 감독으로서 그의 마지막 모습이란 의미.(*포포비치 감독은 1996년부터 샌안토니오의 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이에 마이크 부덴홀저, 에토르 메시나, 에이브리 존슨 등 수많은 지도자들이 포스트 포포비치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베키 해먼, 現 샌안토니오 어시스턴트 코치도 강력한 포포비치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먼과 포포비치 감독의 첫 만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던 해먼은 샌안토니오로 돌아오던 길에 애틀랜타 공항에서 환승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포포비치 감독도 런던 올림픽을 관전하고 돌아가던 길에 애틀랜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에 포포비치 감독을 알아본 해먼이 먼저 포포비치 감독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해먼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포포비치 감독이 자신이 전혀 모를 것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인사하는 것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먼의 예상과 달리, 포포비치 감독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온 해먼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포비치 감독은 이미 2007년, 해먼이 샌안토니오 실버 스타즈에 입단했을 때부터 해먼의 플레이에 반해 그녀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포포비치 감독은 당시, 실버 스타즈의 감독을 맡고 있던 댄 휴즈에게 해먼의 플레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포인트가드 출신의 해먼은 현역 시절, 매직 존슨처럼 노룩 패스 등 화려한 패스들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지금의 스테판 커리처럼 하프라인에서 거침없이 3점슛을 쏘아 올리는 등 당대 WNBA 최고스타였다. 그중 포포비치 감독이 해먼의 플레이에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건 바로 팀을 하나로 모으는 그녀의 리더십이었다고 한다. 

해먼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샌안토니오 실버 스타즈에서 뛰었다. 실버 스타즈는 2013년, 샌안토니오 스타즈로 명칭을 바꿨고, 2018년에는 연고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겨, 현재 박지수 선수가 뛰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로 재탄생했다. 해먼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리그 통산 450경기에서 커리어 평균 13.9득점(FG 43.8%) 2.5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 6번의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WNBA에서 계속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미국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해먼은 2008년 러시아로 귀화를 결정,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국제무대에 데뷔한다. 이를 계기로 해먼은 WNBA 비시즌에는 유럽에서 활약, 다양한 농구스타일을 경험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현역시절 해먼의 플레이에 대해 “나는 2007년부터 그녀의 플레이를 지켜봤고, 그녀에게서 다른 선수들에게 없는 아우라를 봤다. 내가 베키에게서 본 것은 바로 리더십이었다. 현역시절의 그녀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다. 항상 밝은 에너지와 책임감, 공정함 등 그녀는 리더가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갖고 있다. 동시에 코트 위에서 그 누구보다 영리한 선수였다. 그녀는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항상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 무엇보다 해먼은 WNBA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이었음에도 언제나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던 선수였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인연을 맺게 된 포포비치 감독과 해먼은 샌안토니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동석, 돌아오는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 최고의 농구감독과 선수가 만났기에 그들이 나눈 이야기 주제가 당연히 농구일 것 같았지만, 포포비치 감독과 해먼은 농구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지도자로서 해먼의 가치관과 능력을 보고 싶었던 포포비치 감독은 해먼과 리더십, 좋은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때부터 포포비치 감독은 해먼이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동시에 평소 지도자와 함께 구단 운영에도 관심이 많았던 해먼도 포포비치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의 철학과 가치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 결과, 해먼은 2013년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이유로 공식은퇴를 선언, 이후 곧장 포포비치 감독 사단에 합류해 본격적인 코치수업에 들어갔다. 해먼이 샌안토니오 코치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포포비치 감독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해먼의 코치 임명을 망설이던 R.C 부포드 단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거듭, 결국, 해먼은 샌안토니오의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포포비치 감독은 부포드 단장을 설득하며 “여성코치가 필요해 해먼을 데려오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필요한 것은 유능한 코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포비치 감독은 해먼의 코치 임명을 발표하면서 “해먼의 코칭스태프 합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나는 그녀의 Basketball IQ, 직업윤리의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녀는 분명 샌안토니오의 좋은 조각이 될 것이다”는 말로 만족감을 드러냈다는 후문. 그녀가 샌안토니오로 코치로서 처음 맡은 임무는 선수 스카우팅에 관한 임무였다. 포포비치 감독은 코칭스태프 회의에 해먼을 무조건 참석시켜 의견을 나누게 했고, 해먼의 개인적인 질문에는 그녀에게 답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토의를 통해 그녀가 더 빨리 문제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농구철학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이후 코치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해먼은 2015 NBA 서머리그, NBA 역사상 최초의 여성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고, 급기야 팀을 서머리그 우승으로까지 이끌었다. 2016년에는 정식으로 샌안토니오의 어시스턴트 코치에 임명, 2001-2002시즌 클리블랜드에서 어시스턴트 코치직을 수행한 리사 보이어에 NBA 역사상 2번째 여성 어시스턴트 코치의 탄생을 알렸다. 허나, 보이어는 원정경기에는 동행하지 않는 등 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이머로, 정규직의 범주로 본다면 NBA 역사상 최초의 정규직 어시스턴트 코치는 해먼이다. 뒤를 이어 2016년에는 NBA 올스타 역사상 최초로 올스타전 여성코치가 된 해먼은 2018-2019시즌부턴 포포비치 감독의 뒷자리가 아닌 포포비치 감독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근거리에서 포포비치 감독을 보좌하게 됐다.

포포비치 감독은 해먼의 승진을 두고, “그녀는 매우 특별한 여성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승진을 결정했다. 해먼은 더 이상 벤치 뒤쪽이 아닌 내 옆에 앉아 나를 보좌할 것이다. 보레고가 샬럿으로 떠났기에 그녀가 이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코치로서 그녀의 능력을 믿고 승진을 결정한 것이다. 다른 이들의 능력이 더 뛰어났다면 그를 내 옆에 앉혔을 것이다. 세상에는 분명, 베키 정도의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또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는 말로 해먼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NBA에서 여성코치들의 임명이 활발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NBA 내에 여성코치는 해먼과 함께 낸시 리버먼(SAC), 제니 부세크(DAL)까지 총 3명이다)

이에 앞서 해먼은 올 여름 밀워키 벅스의 차기 감독후보에 물망이 오르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밀워키는 2017년에도 해먼에게 공석이었던 단장직을 제안하는 등 오랫동안  해먼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오퍼는 없었지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해먼을 신임 감독으로 두고 심각한 고민을 이어갔다. 또, 지난봄에는 플로리다 대학이 해먼에게 감독직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해먼은 플로리다의 제안을 듣고 감독직 수락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아직은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이유로 감독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해먼은 던컨의 현역시절, 그에게도 찾아가 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등 배움을 향한 그녀의 열정은 끝이 없어 보인다.

해먼의 지도력에 대한 호평은 이미 샌안토니오를 넘어 리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해먼은 2017-2018시즌 샌안토니오의 프리시즌 지휘를 맡으면서 파커와 지노빌리 등 샌안토니오의 노장선수들에게 그 지도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선수시절부터 솔선수범함과 악바리 근성으로 유명했던 해먼은 샌안토니오 선수들과의 기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으며 선수단을 확실히 휘어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노빌리가 “해먼은 매우 열정적인 지도자다. 단순히 열정만 갖고 있는 것이라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다. 그녀가 선수시절의 명성으로 코치직을 유지하고 있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는 말을 전하는 등 샌안토니오 구단 내에선 해먼을 두고 ‘제2의 포포비치’라 칭하는 이들도 적지가 않다.

반대로 구단 밖에선 제임스가 한때 클리블랜드 구단 측에 해먼을 팀의 사령탑으로 적극 추천했다는 소식이다. 스티브 커 감독도 항상 해먼의 남다른 지도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 언론에선 최근 USA Today가 “남자들의 전유물인 NBA에 해먼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해먼은 어린 소녀부터 어른까지, 이 사회에서 모든 여성들이 남성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는 말을 전하는 등 NBA 역사상 최초의 여성 어시스턴트 코치인 해먼은 ‘포스트 포포비치’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이제는 NBA 역사상 최초의 여성감독이란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다.



올 시즌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와 함께, 17년을 동고동락했던 토니 파커(36, 188cm)와도 작별했다. 어느덧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달리고 있는 파커는 좀 더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누비고 싶은 마음에 오프시즌 샬럿으로 둥지를 옮겼다. 파커는 샌안토니오를 떠나면서 “정말로 힘든 결정이었다. 나는 언제나 샌안토니오라는 도시를 사랑할 것이고, 영원히 스퍼스의 선수다”라는 말을 남겼고, 포포비치 감독도 떠나는 파커를 향해 “우리 모두는 파커를 그리워할 것이다. 파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나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말로 파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마찬가지 마누 지노빌리(41, 198cm)도 은퇴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an Antonio Express-News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샌안토니오를 떠난 지노빌리는 가족들과 미국 전역,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현역연장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드로잔이 “지노빌리는 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 뛰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전하는 등 샌안토니오 구단과 팬들은 여전히 지노빌리가 현역생활을 이어가주길 바라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 지노빌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샌안토니오 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국내 팬들 사이에선 “샌안토니오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이 진리처럼 통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지난 시즌 사람들은 “샌안토니오의 추락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로 이 진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허나, 올 여름 드로잔의 영입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샌안토니오는 이 진리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분주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만약, 샌안토니오가 2018-2019시즌 명예회복에 성공한다면 그 중심에는 이제 레너드가 아닌 샌안토니오의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드로잔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사진-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점프볼 DB, NBA.com(*슛 차트)
#기록참조-NBA.com, BASKETBALL REFERENCE, ESPN
  2018-08-05   양준민(yang12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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