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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보물은 없고 투자 사기 정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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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4 10:54:42 수정 : 2018-08-04 11: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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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50조 금괴 건진다’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나선 신일그룹이 지난 7월17일 언론 등을 통해 내세운 홍보 문구다. 돈스코이호는 제정러시아 발트함대 소속으로 1905년 상당한 양의 금괴와 금화 등을 싣고 출항했다 일본군과의 전투 중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군함이다. 하지만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투자 사기 의혹으로 번지면서 지난달 30일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출국금지를 당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유지범(43) 전 싱가포르 신일그룹 대표도 2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가 요청된 상태다.

◆보물선 검증 없이 주가 널뛰고 가상화폐 투자 몰려

돈스코이호가 싣고 있다고 알려진 보물은 200여t에 달하는 금화와 금괴 5500상자다. 이것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게 150조원이다. 하지만 돈스코이호가 정말 이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한 번도 검증된 바 없다. 최초 보물의 가치를 150조원으로 주장하던 신일그룹도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보물의 양을 파악할 수 없다며 가치를 10조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 그룹이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발굴허가 신청서는 더 황당하다. 돈스코이호의 추정가치를 12억원으로 매겨놨기 때문이다. 최초 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동아건설은 1999년 발굴 승인 신청을 할 때 50억원을 적어냈다.

실체는 없지만 보물선 발굴 소문은 주식시장을 동요시켰다.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인양 추진사업이 보도된 이후 류상미 전 신일그룹 대표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로 떠올랐다. 제일제강은 지난달 17일 주당 1000원 내외던 주가가 장중 최고 5400원까지 치솟았다. 다음날 제일제강측이 보물선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밝힌 후 하락세를 타다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한 뒤 전날 대비 21.92% 급락한 1745원으로 떨어졌다. 3일에는 주당 1365원으로 장을 마쳤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이 보물선 관련 발표를 하기 전인 5월부터 거래량이 늘어난 것을 토대로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정황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물선 소문으로 신일골드코인(SGC)에도 투자자가 몰렸다. SGC는 신일그룹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 받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올해 초 발행한 가상화폐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일그룹이 SGC를 발행해 모은 투자금만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그룹은 사전 판매 당시 200원의 SGC가 9월 거래소에 상장되면 1만원으로 뛸 것이라고 광고했다. 신일그룹은 또 구매 액수에 따라 본부장, 팀장 등의 직책을 주거나 투자 유치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투자금을 대표 개인 계좌로 받은 정황도 있다. 신일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는 지금도 원하는 투자자에 한해서 SGC 환불 처리해준다고 공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환불을 받은 투자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일그룹의 잇단 말 바꾸기와 거짓말

신일그룹은 지난달 17일 돈스코이호와 관련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 일부를 18~19일간 국내외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9일이 지나도록 특별한 보도는 없었다. 지난달 25~26일로 예고했던 기자회견은 26일 개최됐다. 기자회견에서 놀랄 만한 사진과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물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황당한 얘기를 늘어놨다. 신일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돈스코이호 탐사 추정 사진도 논란이 됐다. 홈페이지에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은 영화 타이타닉의 몇 장면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과기원이 2007년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도 있었다. 의혹이 제기된 후 신일그룹은 이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다.

최 대표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신일그룹과 SGC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최 대표는 “신일골드코인은 류상미씨와 그의 인척이 출원해 발행한 것으로 안다”며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신일그룹의 이름은 비슷하지만 연관이 없고 가상화폐에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류 전 대표는 기자회견이 있기 전날만 해도 신일그룹 대표로 등재됐던 인물이다. ‘신일골드코인’이란 상표도 류 전 대표 이름으로 출원됐다. 해당 상표는 돈스코이호가 이슈화되기 전인 5월에 출원됐기 때문에 사실상 신일그룹과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연관된 기업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최초로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라는 의혹도 있다. 해양과기원 관계자는 “돈스코이호는 2003년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해양과기원 유해수 박사팀이 돈스코이호를 찾았고 인양을 추진한다는 보도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유 박사팀은 이듬해 돈스코이호 유물 발굴 방법론에 관한 논문을 한국지구물리탐사학회에 투고하기도 했다. 신일그룹은 해양과기원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지만, 경찰은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처음 발견했다며 투자자를 속였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꼬리 무는 경영진 사기 전력 의혹

신일그룹 관련 경영진의 각종 사기 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최 대표는 2005년 상장 폐지된 한 기업의 대표였다. 이때 최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2004년 회사자금을 횡령한 후 사실 은폐를 위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후 106억원을 회사 자산으로 계상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대표이사를 맡은 지 9일 만인 지난 2일 신일그룹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병기(64) 전 신일그룹 대표도 6월1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유 전 대표는 2014년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주선하고 그로 인한 이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주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대표는 또 동거녀의 아버지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인천지법은 이 사건으로 유 전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보물선 소동을 일으키고 SGC 발행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유지범 전 싱가포르 신일그룹 대표다. 유 전 대표는 본명이 류승진으로 신일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 류 전 대표의 친인척이다. 유 전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중국 쇼핑몰에 투자한다며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유 전 대표 측근 등은 “유 전 대표가 현재 친인척과 함께 베트남에서 도피생활을 한다”며 “여러 사기 사건을 일으킨 후 투자자들을 피해 달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대표는 2014년 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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