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별장' 캠핑카가 뜬다 밤하늘 보며 영화 보고 와인 한잔

김경민 입력 2018. 8. 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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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전기를 계속 켜놔도 되나요?” “가족들이 샤워할 만한 물을 충분히 실을 수 있나요?”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오토살롱’ 전시회에서는 캠핑카 구입을 문의하는 사람이 넘쳐났다. 카인드아크, 아리아모빌, 자동차시대캠핑카 등 캠핑카 업체 부스마다 머리가 희끗한 노년층 부부는 물론이고 30~40대 젊은 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저마다 캠핑카 내부 의자에 앉아보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는 등 캠핑카 기능을 살펴보는 데 열심이다. 캠핑카 업체인 카인드아크코리아 박금규 실장은 “한동안 캠핑카 수요 대부분이 직장에서 은퇴한 노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40대 젊은 부부들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캠핑카를 많이 구입한다. 캠핑카 구입 계층이 사실상 전 연령대로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고 기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지만 캠핑족은 한여름이 반갑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유명 캠핑장으로 떠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들뜬다. 최근에는 간편한 캠핑을 위해 캠핑카를 구입하는 이도 부쩍 늘었다. ‘집을 그대로 옮겨가는’ 개념이라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캠핑 준비물을 한결 덜어낼 수 있는 덕분이다. 한때 캠핑카 가격도 억 단위로 부담이 컸지만 최근에는 3000만원대 보급형 캠핑카가 잇따라 등장한다. ‘달리는 호텔’ ‘움직이는 별장’으로 불리는 캠핑카 시장을 들여다봤다.

▶캠핑카 시장 얼마나 커졌나

▷‘편리한 캠핑’ 수요 몰려 1만대 등록

캠핑 열풍이 불면서 국내 캠핑 인구는 갈수록 늘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60만명에 그쳤던 캠핑 인구는 2016년 5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텐트, 조리기구 등 캠핑용품 시장도 덩달아 커졌지만 요즘에는 색다른 트렌드도 엿보인다. 가벼운 캠핑을 위해 캠핑카를 구입하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굳이 인파가 북적거리는 유명 캠핑장을 예약할 필요 없이 공기 좋은 뒷산 공원에서 얼마든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덕분이다. 국내 캠핑카 등록대수는 지난해 기준 9231대로 2007년(346대)보다 30배가량 늘었다.

캠핑카 종류는 크게 2가지다.

주행, 캠핑 기능을 모두 갖춰 스스로 이동이 가능한 ‘모터 캐러밴’과 차량 뒤에 붙여 견인해야 하는 ‘트레일러 캐러밴’으로 나뉜다. 일명 ‘모터홈’으로도 불리는 모터 캐러밴은 숙박과 취사, 샤워 장비를 갖춘 것이 장점이다. 쉽게 말해 자동차와 미니 펜션이 함께 구성된 일체형 차량이라고 보면 된다. 욕실은 물론이고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 생활편의시설이 구비돼 4인 가족이 하룻밤 머물기에 안성맞춤이다. 모터 캐러밴은 미니밴 등 승합차를 개조한 차량이 대부분이다. 현대 스타렉스나 기아 카니발 차량을 기반으로 한 캠핑카가 많다.

이에 비해 트레일러 캐러밴은 견인차량 뒤에 붙여 끌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모터 캐러밴보다는 공간이 커서 화장실, 샤워시설과 침대 등 각종 가구까지 구비된다. 다만 부피가 크다는 점이 불편하다. 자동차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다 보니 주행 시 유의해야 한다. 주차할 때도 기본 자동차와 캐러밴 등 2개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아쉽다. 캐러밴 중량이 750㎏ 이하면 일반 운전면허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750㎏을 넘어서면 소형 견인차 면허도 따야 한다.

▶캠핑카 특징 비교해보니

▷2층 침대 ‘쏠라티’ vs 가성비 ‘스타렉스’

캠핑카 한 대를 구입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캠핑카 가격은 어떤 차량을 개조했는지, 차량에 어떤 고가 장비를 넣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통 수입 모터 캐러밴은 1억원이 넘고 전문업체가 국산차를 개조해 판매하는 캠핑카는 5000만원대 안팎이다.

워낙 종류가 다양해 고르기 어렵다면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캠핑카를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차량이 현대차 ‘쏠라티’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다.

현대차가 2016년 5월 선보인 쏠라티 캠핑카는 미니버스 쏠라티를 개조해 만든 만큼 널찍한 공간을 자랑한다. 2층 침대를 설치한 데다 고급 펜션 느낌을 주는 와인 보관함까지 들어 있어 ‘럭셔리 캠핑카’ 느낌이 든다.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를 완전히 반대로 돌리고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드등을 켜면 4인 가족이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다.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별도의 타프를 치면 된다. 내부 화장실에는 변기뿐 아니라 샤워 부스가 설치돼 있고 ‘무시동 히터’, 즉 시동이 걸려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물을 데워주는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충전판과 함께 차량 내부 보조배터리를 장착해 캠핑하는 동안 전기기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잘 때는 리어 시트 하단 레버를 밟으면 시트가 완전히 눕혀지면서 2인용 침대 자리가 나온다. 2인용 침대 1개와 차량 뒤쪽에 배치된 1인용 침대 2개(2층 침대)를 활용해 총 4인이 잘 수 있다. 밤에 잘 때는 유리마다 커튼을 쳐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배려한 것도 눈길을 끈다. 화려한 구성 덕분인지 가격은 1억990만원에 달한다.

값비싼 캠핑카가 부담스럽다면 여름철 오토 캠핑족을 겨냥해 현대차가 올 5월 내놓은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추천할 만하다.

전고가 높다 보니 사이드 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라야 한다. 버튼식이 아닌 키를 직접 꽂아서 시동을 켜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차가 무겁고 크기 때문에 안전한 주차를 위한 수동식 사이드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다.

뒷공간은 일반 상용차보다 꽤 넓은 느낌이다. 2인 좌석이 있어 접이식 테이블을 펼치면 앉아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좌석 뒤쪽에는 냉장고, 싱크대, 전기레인지가 설치돼 있다. 냉장고 저장용량은 40ℓ로 고기, 과일, 술 등 캠핑을 위한 다양한 식료품을 넣어도 될 만큼 넉넉하다.

뒷좌석 쿠션 시트는 0~90도까지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다. 수직으로 세워 수납공간을 넓히거나 평평하게 눕혀 취침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메인 컨트롤러 버튼을 눌러 차량 위에 장착된 팝업 텐트를 펼치면 성인 2인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터치식 실내등과 커튼, 통풍 환기가 가능한 슬라이딩 모기장까지 설치돼 있어 만족스럽다. 뒷좌석을 눕히면 2명, 위쪽 팝업 루프텐트에서 2명 등 총 4명이 잘 수 있다.

차량 후면부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간이 외부 샤워기가 있다. 가림막을 설치하면 밖에서 샤워하는 게 가능하다. 물통 크기는 50ℓ로 성인 2명이 샤워할 수 있는 양이다. 선택 사양인 50인치 실내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이용하면 캠핑카 안에서 영화 시청도 할 수 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제일모빌, 화이트하우스코리아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밴 ‘스프린터’를 개조한 프리미엄 캠핑카가 눈길을 끈다. 제일모빌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730N’은 모터홈 개념을 도입한 캠핑카다. 이태리 가구와 네덜란드산 냉장고뿐 아니라 온수·히터·바닥난방 시스템, 옷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판매 가격은 1억6000만원대다.

카인드아크 캠핑카에는 숙식공간과 함께 TV, 싱크대, 조리시설, 수납공간이 설치돼 있다.
▶캠핑카 종류도 다양

▷목재·FRP 활용해 차별화하기도

캠핑카 전문업체도 저마다 차별화된 캠핑카로 고객을 유혹한다.

‘2018 서울오토살롱’에 전시한 자동차시대캠핑카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만든 캠핑카를 선보였다. 주로 요트, 보트에 쓰이는 FRP 소재 캠핑카는 잘 녹슬지 않고 부위별 접합 방식이 아닌 일체식 금형으로 만든 덕분에 사고가 나더라도 진동, 충격에 강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 트럭 포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6인승 모델의 경우 운전석 위, 후미에 각각 2인 침실을 갖췄고 차량 중앙 거실은 2인용 가변침실로 쓸 수 있다. 현대차 쏠라티,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가 4인승인 점을 감안하면 공간이 넉넉한 셈이다. 판매 가격은 6216만원 수준이다.

아리아모빌은 목재 인테리어를 활용한 캠핑카로 눈길을 끌었다. 갈색 원목 인테리어 덕분에 실내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5인승 캠핑카의 경우 태양광 패널과 함께 150ℓ 물탱크, 전자레인지, 27인치 LED TV를 갖췄다. 5인승 VELA 630 모델 판매 가격은 7900만원이다.

카인드아크코리아에서는 3000만원대 보급형 캠핑카 모델을 선보였다. 스타렉스 기반 캠핑카로 24인치 TV, 가스레인지, 싱크대 등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3970만원에 불과하다. 주말에는 캠핑카로, 평소에는 도심 출퇴근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완성된 캠핑카를 구입하지 않고 일반 차량을 캠핑카로 튜닝하는 경우도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123대에 그쳤던 캠핑카 튜닝은 지난해 1700여대로 급증했다. 승합차를 캠핑카로 튜닝하는 비용은 차량 구입비를 포함해 대략 4000만~5000만원 선이다.

수천만원을 주고 캠핑카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중고 캠핑카를 매입하거나 필요할 때마다 렌트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고 캠핑카 시세는 보통 1년 차에는 15~20%, 2~3년 차에는 20~30%, 4~5년 차에는 30~40%, 그리고 6년이 넘어서면 절반가량 감가된 가격에 거래된다. 렌트의 경우 하루에 일정 금액의 비용을 주고 캠핑카를 사용하면 된다. 캠핑카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스타렉스 기반 캠핑카의 경우 보통 1시간당 1만원 수준이면 렌트가 가능하다. 36시간 기준으로 평일은 36만원, 주말은 50만원가량인 경우가 많다. 렌트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당 비용은 줄어드는 식”이라고 전했다.

▶캠핑카 구입 시 유의할 점은

▷운전 조심·AS 가능 여부도 살펴야

캠핑 열풍이 뜨거운 만큼 국내 캠핑카 시장도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1억원을 넘던 캠핑카 가격이 300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다 캠핑카 구입 연령도 다양해진 덕분이다. 박금규 실장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캠핑카 구입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에는 2~3달 정도 기다려야 캠핑카를 인도받을 수 있다. 한때 캠핑카 구입 부담이 컸지만 최근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기능을 담은 캠핑카를 선보인 덕분에 캠핑카 시장이 계속 커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캠핑카를 구입하거나 렌트할 때 유의할 점이 여럿이다.

캠핑카를 살 때는 아무리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갖춰도 가격이 너무 비싼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캠핑 횟수가 많지 않으면 나중에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캠핑업계 관계자는 “초보자라면 무작정 고가 차량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필수 기능만 갖추면서 평소 도심 운행과 겸할 수 있는 모델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캐러밴 캠핑카로 여행을 다니다가 지겨워지면 월세를 받기 위한 임대용 주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상 불법이라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캠핑카를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차량이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기 때문에 과속은 금물이다. 최고 시속 100㎞ 미만으로 운행하고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하위 차선으로 달려야 한다. 트레일러 캐러밴의 경우 고속주행 시 중심을 잃고 좌우로 흔들리는 ‘스웨이’ 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크다. 또한 캠핑카 내부에는 다양한 캠핑용품이 있는 만큼 주행할 때는 내부 물건들을 고정시켜둘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창문과 환기구를 닫고 운전하는 것이 좋다.

캠핑카에서 숙박하려면 전기 공급이 필수인 만큼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캠핑카 전기 공급은 보통 충전용 배터리를 이용한다. 전기가 모자랄 때는 오토캠핑장 등에서 충전하거나 견인차량 전기동력을 끌어와 쓴다. 하지만 캠핑 중 주변에 오토캠핑장이 없는 경우도 많은 만큼 여분의 동력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캠핑카를 렌트할 때도 유의점이 많다. 캠핑카는 운전에 능숙한 사람도 주차가 어려운 만큼 외관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빌리기 전 차량 정면, 측면뿐 아니라 하부, 사이드미러까지 스크래치나 사고 흔적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애매한 부위라면 휴대폰으로 미리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다. 비상등이나 와이퍼,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한 절차다. 차량 주요 부위가 고장날 경우 완성차 업체에서 AS(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캠핑카를 고를 때는 지나치게 많이 개조해 추후 완성차 업체로부터 AS를 받기 어려운 차량은 피해야 한다. 아무리 내부 공간이 넓어도 도심에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는 불편하다. 이동식 주택이라지만 캠핑카도 엄연한 차량인 만큼 캠핑카 업체 담당자의 자동차 지식이 풍부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태수 자동차시대캠핑카 대표 조언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9호 (2018.08.01~08.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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