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V] "사라진 여성이 섬 정반대에서 발견됐다"..제주 실종여성 '100km의 미스터리'

정윤식 기자 입력 2018. 8. 2. 18:57 수정 2018. 8. 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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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을 가족과의 여행. 그 여행이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변한 건 지난달 25일 밤이었습니다.

남편과 어린 아들딸을 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30대 여성. 여성은 일주일 만에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놀라운 건 여성의 시신이 무려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제주도 정반대 편에서 발견됐다는 겁니다.

실족사로 결론 내리기에는 몇 가지 이상한 점도 포착됐습니다.

■ 캠핑카에서 홀연히 사라진 최 씨…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숨진 여성은 38살 최 모 씨. 발견된 최 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습니다. 몸에 새겨진 문신, 입고 있던 민소매 티와 반바지, 장신구는 그대로였던 상황. 일주일 동안 바다를 떠돌아다닌 것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범죄 가능성을 부정했습니다.

[양수진 / 제주경찰청 강력계장 : "수생 동물에 의한 사후 손괴 이외에 외력에 의한 손상은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범죄 관련성은 낮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최 씨는 지난 7월 10일쯤 10살 된 아들과 8살 된 딸을 데리고 제주도 세화포구에 도착했습니다. 세화포구는 제주도 북동쪽에 있는 항구로, 최 씨의 남편이 지난 6월부터 캠핑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사고는 네 가족이 함께 캠핑을 시작한 지 보름째인 지난 25일 밤 일어났습니다.

최 씨는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캠핑카로 들어갔던 최 씨. 최 씨의 남편은 자정이 넘어 잠에서 깼다가 아내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최 씨가 사라진 것을 알고 휴대전화로 여러 번 전화했지만 응답 없던 최 씨의 전화는 이튿날 근처 공중화장실 근처에서 신용카드와 함께 발견됐습니다.

■ 종이컵 9개와 소주 한 병…편의점에서 포착된 최 씨의 마지막 모습

최 씨의 남편은 이튿날 오후 3시 20분쯤 최 씨의 언니를 통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아내 최 씨가 사라지고 15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이 실종 장소로 주목한 곳은 항구 방파제였습니다. 새벽 청소에 나섰던 환경미화원이 방파제에서 종이컵과 소주병을 보고 치웠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최 씨가 사라지던 날 밤 근처 편의점에서 김밥과 소주를 직접 샀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이상길 /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 "편의점에서 샀던 종이컵 9개가 사용하지 않은 채로 누워 있고 1개가 없는 점으로 봐서 실종자가 종이컵 1개를 사용해서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건(소주)을 드시고…"]

최 씨가 방파제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가 발을 헛디디면서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 최 씨가 실종 직전 언니와 형부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통화 연결이 안 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 실종 닷새 만에 10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여전히 남은 의문점들

실종 닷새째, 최 씨가 신고 있던 분홍색 슬리퍼 한 짝에 이어 다른 한 짝이 2.7km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최 씨가 항구 안에서 발견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저인망까지 동원해 수색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엉뚱한 여객선에서 걸려온 한 통의 신고 전화는 사건을 더욱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남서쪽 가파도 앞바다에서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겁니다. 최 씨가 사라진 세화포구에서 해안선을 따라 무려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제주도 주변 해류로 볼 때 해류가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떠밀려 섬 정 반대편까지 이동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재홍 / 제주대학교 교수 : "(동중국해에서) 대한해협을 향해서 쭉 해류가 흘러요. 평균 해류가. 이 흐름으로 보면 가파도로 오는 건 반대잖아요. 해류를 거슬러서 올 수는 없어요."]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800여 명의 인력과 헬기, 경비정까지 동원했던 경찰마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경찰은 최 씨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진술의 신빙성 등을 조사하고 최 씨의 시신을 부검해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숨진 최 씨가 육로나 해로로 이동된 뒤 제3의 지점에서 유기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연 부검과 추가 조사로 최 씨의 사망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까요?

두 아이의 엄마가 한밤중에 위험한 방파제에서 홀로 술을 마셨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경찰의 조사 결과에 세상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SBS 뉴스의 오디오 특화 콘텐츠 '보이스'가 '보이스 V'라는 이름의 비디오 콘텐츠로 새롭게 단장해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당신이 원하는 뉴스, 당신을 위한 비디오 콘텐츠. SBS 보이스 V.

(SBS 보이스 V)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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