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경환]졸음운전 막는 운행시간 제한 도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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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환 손해보험협회 전무
서경환 손해보험협회 전무
저서 ‘황무지’로 유명한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T 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통안전’과 관련해서는 최근 수년간 7∼9월이 가장 잔인했다. 2016년 7월에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1년 뒤에는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두 사고로 각각 20대 여성 4명과 50대 부부가 숨졌다. 지난해 9월 초에는 논산천안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벌어져 10대 남매가 부모를 잃었다.

이 사고들은 ‘졸음’이 원인이었다. 졸음은 떨치기 힘든 생리적 욕구다. 사람은 충분히 자야 한다. 여러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운수업 종사자는 졸음운전을 예방해야 한다. 졸음운전은 교통안전에 있어 세계적인 관심거리 중 하나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오래전부터 하루 운행시간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경찰은 위반을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철저히 단속한다. 하루 운행시간 제한은 미국, 호주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하루 운행시간 제한과 함께 최근에는 운수업체가 운수업 종사자의 수면 부족을 확인하고, 안전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도 개정했다.

최근 한국은 과로를 근절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자는 취지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여기에 운수업 전체를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근로 및 휴게시간 특례 업종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선버스업만 특례 업종에서 제외됐다. 전세버스 등 나머지는 특례 업종에 남았다.

시장의 충격, 이해 관계자의 반발을 덜기 위한 것이라는 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노선버스를 제외한 운수업 종사자들이 과로운전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됐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첨단 안전장치 의무화 및 보조금 제도를 통해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막으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사람은 수면을 충분히 취했더라도 졸 가능성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인 것이다. 하지만 장비 보급보다는 졸음운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 정부가 올 1월 내놓은 ‘교통안전 종합대책’에서 목표로 제시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절반 이하 감축’을 위해서는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이 벌어지지 않도록 운수업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경제논리로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을 못 본 체 지나칠 수 없다.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시행하고 있으며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사업용 차량 하루 운행시간 제한’ 같은 제도부터라도 먼저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경환 손해보험협회 전무
#졸음운전#운행시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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