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현혹하는 종편·홈쇼핑의 ‘연계편성’

곽희양 기자

건강프로 보도 직후 홈쇼핑서 판매

방통위 “금지 규정 없어 제재 못해”

지난해 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는 “과식과 폭식을 유발하는 ‘비만세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또 다른 종편에서는 “티베트 비타민나무의 열매가루가 고혈압 치료에 좋다”고 방송됐다. 전문가의 설명과 실제 효과를 봤다는 경험담도 곁들여졌다. 해당 방송이 나간 직후 인근 채널의 TV홈쇼핑은 해당 유산균과 열매가루를 판매했다.

이는 방송에서 소개한 제품을, 비슷한 시간대 TV홈쇼핑에서 파는 사실상 ‘연계판매’인 셈이다. 방송사는 협찬 수익금을, TV홈쇼핑 업체는 판매유발 효과를 얻는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같은 사실을 알기 어렵고, 방송을 본 직후라 현혹당하기 십상이다.

직장인 정모씨(36)는 “TV 프로그램에 전문가가 나와 하는 말은 당연히 사실일 거라 믿어 왔는데, ‘협찬’이었다니 화가 난다”며 “상품을 만든 업체와 방송사, 홈쇼핑이 서로 짜고 소비자를 속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6세 아이를 키우는 박모씨(41)도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의사·약사들이 TV홈쇼핑에 나오는 호스트랑 다를 바가 뭐냐”며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편 4개사와 롯데·현대 등 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9·11월(조사기간 40일) 방송을 점검한 결과, 26개 프로그램에서 110회 방송한 제품이 TV홈쇼핑에서 114회 판매됐다고 밝혔다.

연계편성은 상품을 만든 업체가 방송사와 협찬 계약을 맺고 난 뒤, 홈쇼핑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방통위는 현행법에 연계편성을 금지할 규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가 자사 제품을 방송에 협찬하고,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영업행위를 제재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다만 협찬하는 이가 누구인지 소비자에게 알려주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판매 프로그램과 방송을 구분하는 게 공공성을 지키려는 방송법의 원칙”이라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부를 편법적 광고인 연계판매를 방통위가 더 적극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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