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0대 여성 실종..물품 발견된 현장 가보니

최충일 2018. 8. 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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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여성이 지내던 제주시 세화항내 캠핑카.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제주시 구좌읍 세화항 공중화장실 뒤편. 가족과 캠핑을 하던 30대 여성 최모(38)씨가 실종된 후 그녀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발견된 곳이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담겨 자동차 주차용 방지턱 위에 놓여 있었다. 방지턱과 물가와의 거리는 불과 50㎝정도로 인접해 있었다.
제주시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여성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인근 장소. 최충일 기자
제주시 세화항내에서 발견된 실종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분홍색 슬리퍼.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그녀가 신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분홍색 슬리퍼 두쪽은 물위에 떠있는 상태로 각각 발견됐다. 한쪽은 지난 26일 오후 휴대전화가 발견된 화장실에서 50m쯤 떨어진 건너편 내항에서 물에 떠 있는 채 발견됐다. 다른 한쪽은 30일 오전 포구에서 2.7㎞ 떨어진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물에 뜬 채 발견됐다. 두 슬리퍼는 종류와 색, 사용흔적, 사이즈가 같다.
제주시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여성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인근 장소.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 세화항 전경. 최충일 기자
그녀의 흔적은 또 있다. 휴대전화가 발견된 화장실 인근에서 20m쯤 떨어진 반대편에서는 그녀가 마셨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주병을 치웠다는 환경미화원의 진술이 나왔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새벽쯤 환경미화원이 이곳 방파제 월파 방지턱 위에서 실종여성 최씨가 편의점에서 산 것으로 보이는 물품을 치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제주시 세화항 캠핑 실종여성 증거 발견장소. [사진 제주지방경찰청]
최씨는 실종 직전인 25일 오후 11시 5분쯤 세화항 인근 편의점에서 김밥과 소주·커피·종이컵 한 줄(10개) 등을 샀다. 미화원은 주변 청소 당시 종이컵 1개가 없었으며 9개는 그대로 있었고 소주병에는 한두잔 정도의 소주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쓰레기를 치운 위치는 캠핑카가 있는 방파제 끝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분인 만큼 환경미화원의 증언이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오후 11시 5분에 편의점 CCTV에 찍힌 최씨는 물품을 산 후 방파제 입구까지 갔으며 밤바다를 보면서 혼자서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의 실종 당일인 25일 오후 11시 13분에 최씨가 언니와 형부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오후 11시 38분 최씨가 다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씨의 생사가 확인되는 건 이때까지다. 최씨의 남편 Y(37)씨는 다음날인 26일 0시 5분쯤 잠에서 깨어나 아내가 없는 것을 보고 손전등을 들고 아내를 찾기 시작했고 5분 후인 0시 10분쯤 전화 걸었다.

제주시 세화항 캠핑 실종여성 전단지.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따라서 최씨가 언니에게 전화를 건 오후 11시38분부터 최씨 남편이 아내를 찾기 시작한 다음날까지 30여 분 사이 최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최씨 남편은 경찰조사에서 “인근 식당에서 저녁밥과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신 후 캠핑카로 돌아와 아이들과 TV를 보고, 부인과 술을 더 마시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아내가 없어 찾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남편은 아내가 없어진 것을 인지한 후 15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3시 21분쯤 최씨의 언니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제주시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항내 물속을 수색 중인 제주해경 대원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이렇게 최씨가 실종된 지 일주일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제주경찰은 최씨가 음주상태였고 물가 인근에서 그녀의 행적이 잇따라 나온 만큼 실족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납치나 살인 등 각종 강력범죄 연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름철 바다에 빠져 실족사 한 경우 경우 늦어도 2~3일이면 시신이 떠올라야 한다는 게 어민 등 바다에서 일하는 이들의 일반적인 의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물리적 환경에 따라 2주 이상 지나 시신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난달 31일부터 수중 수색도 인원을 5명에서 11명으로 늘렸다. 또 경찰은 물에 빠지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해안가와 육상 수색에도 돌입했다.

제주시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항내 물속을 수색 중인 제주해경 대원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이날 육·해상에서 이뤄진 수색에는 경찰과 해경 등 241명이 동원됐다. 전날까지 평균 70여 명이었던 수색 인원을 3배가량 늘렸다. 경찰 관계자는 만조시 포구 내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간조가 되면 물이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해당 해안의 해류가 동쪽으로 흐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수색인원과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항내 물속을 수색 중인 제주해경 대원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이상길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최종 행적과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수색하면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각종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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