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윤여준 "한국당, 변화 없으면 총선서 심판 넘어 응징 당할 것"

"반공·친미·성장 가치 버려라..새 가치 추구해야"
"김병준, 비대위원장한 것은 희생..준비돼 있어"
"상징성 강한 몇사람만 바꿔도 쇄신 효과 있어"
"국민 건망증? 이젠 안 통해..대안 세력 나올 것"
"안철수 새정치는 신기루..본업 돌아가라"
  • 등록 2018-08-01 오전 5:00:00

    수정 2018-08-01 오전 9:22:17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6.13 지방선거에서 충격적 패배를 한 보수진영의 돌파구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시간여 동안 인터뷰 내내 신랄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현 보수진영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들어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 체제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지방선거로 보수진영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하며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를 통해 한국당이 바뀌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선 심판을 넘어 응징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전 장관은 또 “김병준 비대위가 구체적인 정책 제시와 인적쇄신을 통해 한국당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인적쇄신의 폭은 소폭으로 하되 상징성이 강한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수세력에 대해선 “반공, 친미, 성장이란 과거 가치를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보수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며 “과거처럼 국민들의 건망증과 상대 정권의 실수에만 기대선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수정당을 대신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연해야 한다”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치권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보수가 왜 이렇게 궤멸적 상황까지 처했을까

△“모르세요?”(웃음)

- 지금까지의 보수 가치는 어떤 부분에 문제 있었다고 보나

△“보수 보수하면서 내놓은 게 반공반북. 친미, 성장 이것 밖에 없었잖아. 시대가 워낙 빠르게 바뀌어서 국민이 납득을 안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반북 친미 성장만 얘기하면 국민이 버리지 안 버리겠나. 추구해야 할 가치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하는데, 그걸 안했다는 것이다. 또 보수정당들은 자유민주주의를 그렇게 얘기하면서 자유주의, 민주주의 추구한 적 있나. 늘 추구한다고 하면서 자유주의 이름으로 자유를 탄압하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한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 87년에 항복한 것이지 않나. 그럼 달라졌어야지. 그 뒤에 집권했던 이 세력이 국민에게 어떤 가치를 내놓고 그 가치를 얼마나 진지하게 추구했다고 보나. 우리 국민들이 못되서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타격을 입혔겠나, 심판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말 대오각성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도 국민이 다시 쳐다볼까 말까한데 현수막 걸고 잘못했다고 하더니 무릎 꿇고 대번에 옛날로 돌아갔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취임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병준 위원장이 취임하고 바로 한 인터뷰를 보니, 새로운 보수의 핵심가치로 자유와 자율을 얘기했더라.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런데 자유와 자율을 가치로 내걸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추상성이 높기 때문이다. 끝도 없는 논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추상적인 담론을 던지면 국민이 무슨 소린지 어떻게 아나. 정치철학적 담론을 던지면 아무리 옳은 얘기라도, 웬만큼 정치학적 조예가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당은 정책으로 가치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본인의 생각하는 가치를 정리하고 있을 텐데,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서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이러이러하다고 제시하겠죠. 학자 출신이니 정치적 담론 제시할 땐 학문적 엄밀성을 따져주고, 정책으로 가치를 표현해달라. 정책이 나오는 걸 보고 ‘아 한국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거구나’라고 이해하겠죠. 그런 과정이 전개되는 걸 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 위원장이 잘 할 것이라고 보나

△“김 위원장은 간간이 만나 얘기 나눠본 사이인데, 그래서 짐작하는데, 저 분이 교수였지만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분이다. 정책실장해봤잖아, 막연히 추상적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손으로 정책을 만들어도 보고 시행하고 평가해본 경험이 있다. 엄청난 자산이다. 다른 정치인과 교수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기대하는 거다. 막연한 생각으로 한국당 비대위원장 맡은 건 아니다. 나름 준비와 각오 돼 있다. 지금 철학적 담론을 던진 것이긴 하나, 과거 비대위 시절과 차이를 못느끼나? 비대위원장 자신이 가진 비전을 얘기했잖아. 문제의식이 분명히 보인다. 진단은 했으니 본인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겠단 생각을 내놓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다. 개인적인 정치욕심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본인이 정치를 안하겠단 말은 안하더라. 저도 적극 권했다. 이번엔 이런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주변서 말렸다고. 본인이 그럼, 제1야당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재건하려는 노력한다는 건데 다 안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본인에겐 희생이란 측면이 많이 있다. 또 비대위원장 하면서 전당대회 나가서, 표 얻으려고 조직 만들고 그런 건 안할 사람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난 식견이 뛰어나지 않다. 제가 얘기할 게 아니고,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생각이 있어도 예의상 공개하는 것 아니다. 유명한 학자도 정치인도 아닌 시민인데.”

-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핵심은 인적쇄신인데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천을 통해 선거 때 하는 것이지. 국민에게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니 이걸 상징하는 뜻으로 이런 사람 공천하는 것이다. 그때 인적청산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그런 시기가 아니죠. 인적청산도 함부로 당대표나 당권 가진 사람이 자의로 하면 안 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있어야 하고, 공정·객관적으로 집행해야 인정하고 승복하는 것이다. 그래도 야당은 한꺼번에 많은 인적청산 못한다. 잘못하면 당이 깨지니까. 그러니 소수의 상징성이 강한 사람을 바꾸면 국민이 평가해주죠. 지금까지 매번 총선 때마다 40%씩 의원을 바꿨다. 세상에 정당정치하는 나라에서 선거 때마다 그렇게 바꾼 경우는 없다시피할 거다. 그런데 정치도 정당도 안 바뀌었다. 사람을 많이 바꿨느냐가 기준이 되면 안된다. 어떤 사람을 데려왔냐가 중요한 거다. 40%씩 바꿨는데 새로 들어온 사람이 가치관도 사고방식도 같고 행동양식도 같으니 정당도 정치도 안 바뀌는 것이다.”

-비대위의 역할에 대해 한국당 내부에선 관리형 얘기도 나온다.

△“선거에서 궤멸적 타격 받아서 당이 존폐기로에 섰다. 그래서 비대위 구성한 거다. 과거 비대위와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그냥 관리형으로 가자? 안 바꾸겠단 건데 국민이 가만 두나.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거로 가자면 국민이 용납 못한다. 그렇게 가면 다음 총선에선 더 심각한 응징을 당할 거다. 이건 심판이 아니라 응징이거든. 저 사람들(보수정치인)은 항상 두 가지를 믿는다. 하나는 국민 건망증, 조금 있으면 국민 관심 끌 게 터져, 관심이 그리로 쏠려서 잊어버려. 건망증을 굳게 믿고. 하나는 정권의 실수. 반드시 실수하게 돼 있다. 지금 소득주도 성장이 안된다는 거 아니냐. 반드시 반격의 기회가 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거엔 이게 통했다. 이번엔 국민이 안 봐줄 것이다. 이 정권이 실패하거나 실수한다고 해서 반사적으로 자동적으로 한국당을 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반드시 제도권 밖이든 안이든 다른 세력을 만들어서 국민신임 받겠단 사람이나 세력이 나올 거라고 본다. 나와야 하고.”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추구했던 게 그런 방향 아닌가

△“추구는 했나? 동기는 그렇다고 봐야겠지. 새정치를 내걸었으니. 그런데 자기정립도 전혀 안돼 있고, 그럼 뭐 어떻게 한다는 거야. 새정치가 뭔지 지금도 개념조차 정립 못하고. 정치권 온지 만 5년인데 새정치의 콘텐츠가 뭐냐고 묻는데 아직도 그걸 체계적으로 못내놓고 감성적 언어로 대변했잖아. 굳은 각오와 결의만 얘기하고.”

-더이상 안철수현상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 제3의 정치세력 나오기 어렵게 됐다고들 한다

△“그렇게 됐지. 안철수현상이란 건, 전에 한 얘기인데 변화의 열망에 목이 탄 국민이 스스로 만든 신기루다. 그걸 안철수 장본인이 실체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못 만들었다. 신기루는 그때가 지나면 없어지는 게 신기루다. 안철수 새정치 지금 뭐가 남았나. 그러면서 국민이 속아봤단 말야.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많이 식었지. 그러니 정말 새정치 표방하는 사람이 나와도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거다. 얼마 전에 안철수에 대해 누가 또 묻길래, 그동안의 새정치 바꾸겠단 동기를 인정한다, 노력도 인정하자, 그런데 이만했으면 꿈 접고 본업으로 돌아가라. 그게 한국정치를 돕는 길이다. 가혹하게 말했는데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안철수가 적당하게 새정치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진짜 새정치하는 세력이 진짜 어려워진다. 비켜주고 공간 내주면 다른 사람이 그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니 그게 한국정치에 기여하는 뜻이란 것이다.”

-한국당, 바른미래당으로 보수가 나눠져 있는 형국인데, 이 상태가 계속 갈 것이라고 보나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죠. 바른미래당도 지금 보면 정체성이, 두 세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 앞두고 급히 합쳤다고. 그러고 끊임없는 갈등이 있고.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합친 이유가 뭐냐, 저 당의 존재가치 뭐냐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고 이걸 추구하겠다고 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으면 생명력이 또 생길지 모르죠.”

-바른미래당에선 한국당이 지지멸렬해 지면 그 세력을 합쳐 보수 주도권을 갖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꿈 꾸는 건 좋은 일이죠. 당이 흡입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력이 세게 작용해서, 그런데 그런 걸 보여준 일이 없잖아.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합당한 것 봐라. 국민들이 흔히 그걸 이합집산이라고 하는거지. 현실적 이해가 안맞아 갈라졌다 붙였다 하는 거지. 큰 의미 부여하지 않지. 의미 있는 세력의 등장이라고 평가 받지 못했으니까.”

-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치적으로 이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기 분야에 전문성 갖고 일한 젊은이들이 정치권에 등장했으면 좋겠다. 정치경험은 없더라도. 과감하게. 그래서 정말 참신한 인물이 여고 야고 등장해줬으면 하는 개인적 욕심이 있다. 하루아침엔 안될 테지만. 청년들이 뭉쳐서 만든 정당도 있죠, 그런 젊은이들이 좀더 과감하게 정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존 정치권에 가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들어가서 적당히 옛날 방식에 의존해서 적당히 의원될 생각 마라. 그런데 거대한 메커니즘이 돌아가는데라 들어가면 순응하게 되는 면이 있죠.”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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