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가 본 탈코르셋.."화장이 잘못? 왜 개인이 비난 받나"

노진호 2018. 7.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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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된 페미니즘 운동을, 외신 기자들은 어떻게 볼까.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세 명의 외신 기자들이 최근 '한국 페미니즘의 현주소'에 대해 토론을 가졌다. 아리랑TV 뉴스토론 프로그램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를 통해서다.

이번 토론의 화두는 '혜화역 시위'였다. 지난 5월 19일 처음 개최된 혜화역 시위는 동료 남성모델의 누드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여성 모델의 구속을 규탄하기 위해 진행된 '페미니즘' 시위로, 3차 시위까지 진행됐다. 다음 달 8일 4차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혜화역 시위는 일부 참가자가 '문재인 재기해'와 같은 과격한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재기'란 표현은 자살을 의미하는 은어로, 지난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행위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웹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혜화역 시위에서 드러난 일부 극단적 성향에 대한 질문에 미국 LA타임스의 기자 매트 스타일스(Matt Stiles)는 "극단주의 요소가 때로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타일스 기자는 "어떤 시위든 극단주의 요소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고,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번 시위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성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스타일스 기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 시위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경찰에 협조를 거부한 시위자들이 체포돼 끌려가는 모습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그 장면 때문에 미국 사회 내의 소득 불평등 문제가 이슈화되고 토론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과격한 시위가 문제의 요점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관심을 유발함으로써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들. [인터넷 캡처]

독일의 국제방송인 '도이치 벨레(Deutsche Welle)'의 기자 파비안 클레츠머(Fabian Kretschmer)도 "독일의 경우, 과거엔 극단주의라고 여겼던 여성인권단체의 요구사항들이 이제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독일에서는 여성이 은행에서 개인계좌를 만드는 게 불법이었고 이직이나 퇴사를 하려면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며 "지금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처럼 독일도 과거에는 극도로 남성 중심적이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로 최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운동 중 하나는 '탈 코르셋' 운동이다. '코르셋'은 날씬하게 보이도록 여성의 상반신을 조이는 보정속옷. 탈 코르셋 운동은 그간 알게 모르게 '여성'을 옥죄어왔던 '여성다움'의 사회적 굴레나 구체적으로는 짙은 화장이나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브래지어 등을 그만하자는 움직임을 뜻한다. 일부 탈 코르셋 운동 지지자들은 '화장하는 여성' 등을 비판하며 운동에 동참하기를 요구하기도 해 '여성 간의 갈등'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불러오기도 한다.

아리랑 TV 뉴스토론 '포린 코레스폰던츠' [사진 아리랑TV]

이에 대해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기자 엘리스 후(Elise Hu)는 "여성들 개개인의 선택권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장 생활 대신 전업주부를 하고 싶어한다면 이 또한 비난받을 필요 없다"며 "여성이 머리를 길게 기르고 화장을 하고 싶다면 그것도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 기자는 "한국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여성 개개인이 아니고 한국의 사회 구조"라며 "무엇 때문에 여성을 향한 외모 지상주의가 나타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지 개인이 비난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혜화역 시위에서부터 탈 코르셋 운동 등을 주제로 이야기해본 아리랑TV '포린코레스폰던츠'는 31일 오전 7시 35분 방송될 예정이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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