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폭염 이기는 서울 보양식 투어 | 민어=삼학도, 삼계탕=강원정, 장어=송강

류지민 2018. 7. 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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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원기 회복에 좋은 보양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조차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더위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밥알 하나의 무게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요즘 날씨에 딱 어울리는 얘기다. 기록적인 폭염에 몸은 축축 늘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밑 빠진 독에서 물이 새듯 쉽사리 기력이 빠져나간다.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 무더위를 제압하는 방법으로 열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묘를 발휘했다. 날씨가 덥다고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몸 안팎으로 온도의 불균형이 심해져 건강을 해치기 쉽다. 반면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면 배 속의 온도가 올라가고 땀이 배출되면서 피부 온도가 내려가 균형이 맞춰진다. 삼계탕, 민어탕, 보신탕 등 여름철 보양식에 탕 종류가 많은 이유다.

특히 복날에는 몸의 기를 보할 음식을 만들어 먹고 더위를 이겨낼 힘을 얻었다. 흔히 복날은 날씨가 유난히 더운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불의 기운을 가진 양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라서다. 매일매일 삼복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입맛을 돋우고 기력을 보충할 여름철 보양식 맛집에는 어떤 곳이 있는지 살펴봤다.

➊ 삼계탕

삼계탕은 보양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다. 토종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찹쌀과 인삼, 마늘, 대추, 은행, 밤 등 갖가지 한약 재료를 넣고 푹 고아서 만든 삼계탕은 허약해진 원기를 회복하는 특효 음식으로 꼽힌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을 가득 머금은 닭고기에 간의 콜레스테롤 대사를 촉진하고 숙취를 해소하는 인삼이 곁들여져 항암 효과와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주재료인 닭과 인삼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재료다 보니 삼계탕 전문점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삼계탕 맛집은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다.

서촌 초입에 자리한 토속촌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갖은 곡류를 갈아 넣어 고소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트레이드마크. 나무가 심어진 작은 안뜰을 지나 툇마루에 올라서면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한옥 방의 분위기가 삼계탕을 즐기기 딱이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옻계탕과 오골계삼계탕도 별미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호수삼계탕은 들깨로 낸 삼계탕 국물이 특징이다. 메뉴는 삼계탕 딱 한 가지. 들깻가루를 곱게 갈아 넣은 국물은 뽀얗고 걸쭉한 것이 마치 곱게 갈아낸 콩비지를 연상시킨다. 찹쌀밥과 함께 먹으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강원정은 용산 골목길에 숨어 있다. 이북 출신 강경순 할머니가 1978년 처음 문을 연 이래 2대째 맛을 지켜오고 있는 노포다. 맑은 국물에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어서 진하고 걸쭉한 국물의 삼계탕이 부담스럽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닭 위에 고명처럼 올라간 파채는 닭고기의 맛을 한층 배가시킨다. 시청 인근 고려삼계탕은 닭백숙에 인삼을 넣어 처음으로 삼계탕이라는 음식을 대중화시킨 곳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맑은 국물이지만 4시간 이상 고아내 깊은 맛이 일품이다. 정통 방식으로 요리해 기본에 충실한 삼계탕을 낸다.

➋ 민어탕

여름 보양식 하면 민어를 빼놓을 수 없다. 민어회, 민어탕, 민어구이, 민어전, 민어뼈다짐 등등 민어는 못 먹는 부위가 없다. 비늘과 쓸개를 빼고는 다 먹을 수 있어 ‘바다의 소(牛)’라 불린다. 제철 민어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소화 흡수가 빠르고 비타민, 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어탕은 조선시대부터 여름 복달임 음식 중 으뜸으로 쳤다. 임금님 수랏상에도 단골로 오르는 고급 음식이었다. 민어는 전남 신안 임자도, 지도 그리고 영광 낙월도 부근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민어는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는 서초동 삼학도, 논현동 노들강, 삼청동 병우네가 ‘3대 민어탕집’으로 꼽힌다. 모두 신안 민어만 고집한다. 삼학도는 30년이 넘는 민어 전문점이다. 매일 새벽 목포로부터 직송해오는 신선한 민어에 미나리, 쑥갓, 팽이버섯 등을 듬뿍 넣고 진득하게 끓여낸다. 사골 육수처럼 진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다.

논현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노들강은 전라도 출신 사장님의 손맛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남도음식을 전문으로 하는데 여름철에는 특히 민어탕을 찾는 단골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민어살과 함께 머리 부위와 고니 등을 넣고 팔팔 끓여낸다. 민어 특유의 고소한 기름기가 국물에 우러나와 맛을 더한다.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매운탕계의 카르보나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맛이다.

삼청동의 병우네는 매운탕보다는 맑은 국물의 민어지리가 더 유명한 곳이다. 민어 머리뼈를 7~8시간 우려내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 민어탕과 함께 민어회, 민어머리구이, 말린민어찜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어요리가 다양하다.

➌ 장어구이

스태미나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장어는 여름철 기력을 보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질과 비타민A의 함량이 높고 뼈를 제외하고는 온통 단백질 덩어리여서 땀을 많이 흘려 몸이 허할 때 피로회복에 좋다. 특히 장어에 포함된 지방은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혈액과 관련된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류도 갯장어(일본명 하모), 붕장어(일본명 아나고), 뱀장어(민물장어·풍천장어), 먹장어(곰장어) 등으로 다양하다.

방배동에 위치한 송강은 갯벌장어의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단 성인 남자의 팔뚝만 한 갯벌장어의 압도적인 크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송강의 갯벌장어는 강화도 갯벌을 막아 만든 어장에서 민물장어를 풀어놓고 키운 것을 사용하는데 크기도 크거니와 탄력 있고 쫄깃한 육질이 일반 장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료와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잡냄새가 전혀 없고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장어 특유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감탄을 부른다.

신논현역 인근 남서울민물장어는 30년 넘게 강남의 장어구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린 터줏대감이다. 흔히 장어는 200g 전후의 크기가 가장 맛있다 하여 ‘오미장어(1㎏에 다섯 마리가 올라간다는 뜻)’를 최고로 치는데, 이곳은 오미장어만 내놓는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갓 잡은 장어를 불판에 올려놓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30분가량 굽는다. 각종 한약재로 만든 양념장을 다섯 번 정도 바르는데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장어맛을 배가시킨다. 장어뼈를 대여섯 시간 끓인 후 배추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구수한 장어국도 별미.

신사동 왕자장어는 부산에서 유명한 통영장어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은 붕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다. 비장탄 숯불에 구운 붕장어를 백김치에 싸 먹거나 생강채를 올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9호 (2018.08.01~08.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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