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계곡·바닷가·휴게소까지..반려동물 '공포의 계절'

김병용 입력 2018. 7. 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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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말 여름 휴가 떠나시거나 또 다녀오신분들 많으시죠?

짧게는 사흘, 길게는 일주일까지 이 피서철이 오히려 반려동물에겐 공포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이 기간 동안에 증가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된 동물은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하는데, 30%가 휴가철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서철 유기견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의 한 유기동물보호소.

평소에는 40마리 정도가 지내고 있는데, 지금은 세 배 수준인 13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어렸을 때는 예뻤는데 나이 먹고 나니까 버린 거예요. 한 10년 이상 된 애들이거든요."]

옷을 입고 있거나 목줄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사람과 함께 살던 반려견들로 보이는데요.

대부분 강원도 인근 계곡이나 유원지, 해변에서 구조돼왔다고 합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장 : "아침부터 구조된 게 8마리. 대부분 금요일, 토요일에 구조됐어요."]

휴가 성수기에 접어든 지금이 유기견 구조가 가장 늘어나는 시기라고 합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데 6, 7, 8월 이때 한 130~140마리 정도 들어와요."]

견주들이 반려견과 함께 피서지에 왔다가 반려견만 그대로 유기하고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공고를 내기도 하는데요, 실제 찾아가는 일은 10% 남짓, 2014년부터 반려견에 대한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됐지만, 견주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칩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칩을 확인하려고. 소유주가 있나 없나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 보자. 얘는 없어요."]

간혹 견주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담긴 내장칩이 있더라도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유기견 센터다. 강아지……' 딱 그 이야기 하면 '전화번호가 바뀌었는데요.'하고 발뺌하는 사람들 보면 참 내가 유기동물 보호 관리센터 소장으로서 비애를 느끼죠."]

입양을 보내거나, 보호를 계속하기도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들은 열흘 간의 공고 기간을 거친 뒤엔,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버림 받을 줄 모르고 주인을 따라나섰을 반려동물들.

피서지에서 버림받은 유기견들에겐 행동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차가 가는데 강아지가 차를 유심히 보고 고개를 돌리면서 관심을 가지면 100% 주인이 차에 태우고 가다 버리고 간 유기견이에요."]

휴가철을 맞아,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말자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이곳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계곡이나 해수욕장처럼 휴게소 역시 피서철에 유난히 반려동물의 유기가 많이 이뤄지는 장소라고 하는데요.

한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인적이 뜸해지는 늦은 밤, 한 남성이 무언가를 안은 채 차에서 내립니다.

휴게소 뒤쪽으로 가더니, 안고 있던 걸 내려놓고 나옵니다.

남성이 떠난 뒤, 한 마리의 하얀색 강아지가 남성이 떠난 쪽으로 걸어나옵니다.

휴게소 직원이 발견해 동물 보호센터에 신고했고, 다행히 견주와 연락이 닿았다는데요.

견주는 이렇게 해명했다고 합니다.

[여산휴게소 관계자 : "주인은 '그냥 두고 갔다, 잊어버렸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깐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 딱히 맡길 곳이 없어 버리고 간 거죠."]

견주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던 길이었고, 강아지는 그렇게 남게 된 걸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피서철에 휴게소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유기동물을 임시 보호하는 휴게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윤도연/충주휴게소 : "차가 아주 많습니다. 하루에 6만 대 이상이 지나가는 곳이고요.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유기견이나 유기묘들을 저희가 따로 보호해야 될 거 같아서……."]

이 휴게소에서 지내고 있는 '밥순이' 이 밥순이도 휴게소에 유기됐던 유기견이라고 합니다.

[배진우/충주휴게소 : "휴게소 놀이터 근처 나무에 묶여있었습니다. 공고문도 붙여 놓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연락도 없었어요."]

이처럼 유기된 반려동물이 이 휴게소에만 한 달에 서 너 마리에 이른다는데요, 특히 휴가철이면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윤도연/충주휴게소 : "한 달에 평균이 3~4건이라면 (휴가철엔) 5~6건으로 좀 더 늘어납니다. 대부분은 안 찾아가세요. 저희가 공고를 안내소 쪽에 붙여놨다가 한 달 넘거나 그러면 유기동물보호소에 인계합니다."]

휴가철에 급증하는 유기동물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 함께 지내던 반려견을 유기하는 걸까요.

[류대봉/원주 유기동물 보호관리소장 : "강아지들이 보통 보면 반경 몇 미터에서는 집을 찾아간다고 그러잖아요. 그런 두려움도 있을 거고 또 '시골에 버리고 오면 차도 얼마 안 다니니까 거기 가서 밥을 얻어먹어도 잘 살 것이다.' 위안을 삼으면서 갖다 버리는 일이 많죠."]

휴가 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비용 걱정이나, 휴가지 자체가 반려동물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아 유기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애견 전용 펜션이나 캠핑장이 아니면,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보낼 곳이 없다는 거죠.

[김별이/경기도 부천시 : "바다에 놀러 가서 사진도 찍고 이렇게 물놀이를 하고 싶은데 강아지 때문에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바다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유기에 따른 과태료 등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반려동물 인구 천만 명 시대의 휴가철 모습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병용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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