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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자전거 헬멧 땀 '뻘뻘'… 헬멧 의무화 놓고 찬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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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8 07:00:00 수정 : 2018-07-31 18: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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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자전거 헬멧 의무화①] 자전거 안전 vs 편의 영상제작 프리랜서인 30대 김모씨는 자택인 서울 은평구에서 인근 촬영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자전거를 사용한다. 거리가 멀지 않아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과 비교할 때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더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9월부터 자전거 헬멧이 의무화한다는 뉴스에 따라 김씨는 집에 있는 헬멧을 꺼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여름 찜통더위 속 헬멧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지난 24일 열섬에 갇힌 서울. 경기 광주=하상윤 기자, 협조 = 드론아이디

김씨는 2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전거가 몸을 동력으로 하는 만큼 헬멧을 쓴 머리에 열이 올랐다”며 “(헬멧은) 꽉 잠그지 않으면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고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가방을 따로 가지고 다녀야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자는 머리를 만져야 하는데 눌려서 불편했고 저가형이어서 환기도 잘 안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며 “헬멧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자율적으로 착용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9월부터 적용될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놓고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전거 부상 감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전거는 주로 짧은 거리에서 사용하는데 덥고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이용률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논쟁거리인데 성급한 시도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행정안전부는 앞서 지난 3월 ‘자전거 운전자 및 동승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해 오는 9월 말부터 자전거 이용자는 헬멧을 휴대하도록 할 방침이다.

◆ 자전거 부상 중 머리 부상 가장 많아…헬멧 사용은 11%뿐

행안부가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한 이유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자전거 사고 응급기록을 분석한 결과 자전거 부상 부위 중 머리부상이 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무릎·아랫다리(12.7%), 팔꿈치·아래 팔(9.1%), 어깨·위 팔(8.9%) 순으로 부상이 많았다.
지난 5월 서울 남산공원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 폰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김경호 기자.

자전거를 탈 때 머리부상의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헬멧을 쓰는 이용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도로교통공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전거 사고 사망자 1340명의 헬멧 착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941(88.8%)명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행안부는 헬멧을 착용할 경우 머리 부상이 8~17%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만 적용되던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성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자전거 사고 현황은 2013년 4249건, 2015년 6920건, 2016년 5936건, 2017년 5659건으로 하루 평균 10여건이 일어나고 있다.

◆ 자전거 단체 “헬멧 의무화는 자전거 이용률 줄일 것”

맨머리유니언,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두발과 두바퀴로 다니는 떼거리 등 전국 8개 자전거 단체들은 “자전거 안전 인프라와 자전거 이용자 인식부터 개선하라”며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반발했다.

이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시민 개개인에게 자전거 사고 책임을 지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하며 “자전거 이용자는 증가하는데 자전거 도로는 여전히 부족하고 자동차, 자전거할 것 없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인식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한 시민이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안승진 기자

단체는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할 경우 국민의 자전거 이용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강제로 헬멧을 착용하게 한다 해도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해야 자전거 운전자가 이용자를 의식하고 배려하게 돼 자전거 사고가 줄어든다는 분석결과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전거 단체 ‘두발과 두바퀴로 다니는 떼거리’의 공미연씨는 “자전거 사고는 자동차에 따른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 덜 다치게 하는 방법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고 자체를 막기 위한 자전거 도로, 차량 규제 정책, 안전 교육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 찬반 나뉘어

해외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가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도입했고 미국, 일본은 연령이나 지역별로 부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 유럽은 자전거 이용률 감소를 이유로 헬멧 의무화에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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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세계최초로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전면 도입한 나라는 호주다. 자전거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한다. 호주도 머리부상자 감소를 이유로 헬멧 의무화를 도입했지만 법적용 이후 자전거 이용자가 37%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선 자전거 이용자의 자유, 더위, 머리스타일 유지 곤란, 경찰력 투입 등을 이유로 헬멧 반대론이 일고 있다.

독일 등 유럽은 헬멧 의무화 대신 자전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정규 교육에 자전거 안전 교육을 포함시키거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식이다. 2015년 자전거 사망률이 10만명 당 0.6명 수준으로 같은 해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던 덴마크도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자전거 헬멧이 의무가 아니다. 대신 자전거용 고속도로 등 인프라와 자전거 안전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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