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무더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3000명 넘게 사망했다는 1994년 최악의 폭염을 뛰어넘을 것이란 무시무시한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날씨가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면 특히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상캐스터들이다.

그들이 매일 뉴스 끝자락에 전해주는 날씨 정보가 시청자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상캐스터가 "오늘은 소나기가 내릴 예정"이라고 하면 시청자는 종일 귀찮을 것을 감수하고 우산을 챙겨둔다. "이번 주말엔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면 나들이를 포기하게 된다. 요즘처럼 찜통더위가 계속될 때면 '오늘은 더위가 한풀 꺾이려나' 하는 기대를 품고 귀를 기울이는 시청자들 때문에 기상캐스터들이 더욱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기상캐스터는 외모만 신경 쓴다는 오해를 받지만,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다. 기상청에서는 오전 5시와 11시, 오후 5시, 이렇게 하루 세 차례 예보지가 나온다. 전국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들이 똑같은 예보지를 받아들게 되는 것이다. 뉴스에서 일기예보에 주어지는 시간은 단 1분 남짓. 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구성으로 정확하고 알기 쉽게 예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 치열한 고민이 이어진다.

분량은 짧더라도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고심해서 원고를 쓰고 그래픽도 직접 구성한다. 필요한 소품이나 의상도 미리 준비한다. 열사병 응급조치법, 무더위에 말벌 피하는 법 등 시청자의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아보고 전달하는 것도 요즘 일기예보의 필수 요건이 됐다.

기상캐스터들은 의상이나 외모 지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더위에 소방관들 고생 많으시다"는 멘트를 하면 "소방관만 고생하냐, 나도 고생한다"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기상캐스터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날씨 예보 내용이 정확하게 맞느냐'에 집중돼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예보를 비켜 가면 시청자들이 낭패를 볼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날씨 예보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상중(喪中)에도 사전 녹화를 하는 기상캐스터를 본 적이 있다. 투철한 직업 정신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