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정말 '내란 음모예비죄'일까?

백인성 (변호사) ,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 7. 27.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L] 국헌문란 목적·예비음모 해당 땐 '내란음모예비죄' 성립..법조계 "혐의 성립할 여지 충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군·검 합동수사단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형법상 '내란음모예비죄'가 성립할지가 관건이다. 판사, 변호사 등 대다수 법조인들은 이 문건의 작성자 또는 작성 지시자들에게 내란음모예비죄가 성립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앞서 기무사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내리기 전인 지난해 3월초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 제하의 문건을 보고했다. 탄핵심판 후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국적인 계엄령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이 문건에는 20여개 언론사를 검열하고, 국회의원들을 불법 시위 등 포고령 위반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계획 등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차원으로, 통상적인 검토문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검찰 측 16명, 군 측 15명으로 구성된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은 27일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앞으로 군 측 수사단은 현역 군인 신분 피의자들, 검찰 측 수사단은 민간인 신분 피의자들을 불러 내란음모예비죄 등의 혐의를 조사하게 된다.

그동안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수사해온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해 기무사와 예하부대 등을 압수수색,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전 장관은 현재 출국이 금지됐다.

내란음모예비죄는 '2인 이상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하기 위한 대강의 윤곽에 관해 통모·합의함으로써 심리적·인적 준비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내란음모예비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2가지다. 첫째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둘째 예비·음모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국헌문란이란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 또는 변혁하는 것'으로, 국민의 중요한 권리·의무의 전면적 폐기 및 헌법에 규정된 권력분립·의회·복수정당제·선거제·사법권의 독립 등 국가의 기본조직·기능을 파괴하는 일 등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행사를 강압에 의해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선 공개된 문건의 내용에 비춰볼 때 작성자 및 지시자들의 내란음모예비죄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봤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명백한 계엄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엄법상 대통령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 △사회질서가 교란돼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촛불집회 과정이 계엄을 선포해야 할 사회질서 교란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무사는 또 집회에 참가한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불체포특권을 우회, 계엄해제를 위한 국회소집을 막으려 했다.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편람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계엄에 대한 헌법적 통제의 핵심은 △헌법상 요건충족시에만 발령 △국회의 계엄해제권 보장에 있다"며 "계엄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매우 중요함에도 계엄을 위헌적으로 시작하고 끝을 원천봉쇄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국회의 헌법상 계엄해제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야당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과반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본적 절차를 부정하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전형적 국헌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 문건이 예비·음모 요건에 해당될 여지도 크다고 보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내란예비음모죄는 공격의 대상과 목표, 그 시기와 실행방법이 지정돼 있어야 하고 △국헌 문란 목적 △그 목적을 위해 폭동을 일으킬 할 목적 둘 다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입증이 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된다. '실질적 위험성'도 필요하다. 대법원은 앞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서 "내란음모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 결심을 표시하거나 전달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결했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세부자료를 보면 △계엄 상황에서의 역할 분담을 명시하는 등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돼 탄핵이 부결됐을 경우 곧바로 실행이 가능했던 점 △실제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점을 보면 내란에 대한 충분한 합의와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문건의 구체성을 고려하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행위를 준비했다고 봐서 예비음모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무사 내에서 내란 범죄의 시기나 대상, 수단, 역할분담 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변수다. 문건을 단순 수령한 부대 관련자들의 경우 '실행행위로 나아가겠다는 확정적 의사합치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기사]☞"김지은, '안희정 수행비서 계속 하고 싶다' 요청"NH농협은행,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기념 이벤트[친절한 판례氏] 돌고래 크루즈 탔다가 '퍽'…"4억 물어내"[MT리포트]"목숨까지 위협"… 도 넘은 공사비 후려치기[단독] 드루킹 "노회찬에 연락 한번 안해…협박 없었다"

백인성 (변호사) , 박윤정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