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2000m 심해서 300도 열수 치솟는 '활화산' 찾았다
미국-일본 등 이어 세계 4번째 쾌거.. 10종 이상 신종 생명체 발견 기대
기존에 없던 신약 개발 가능성
[동아일보]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 김동성 책임연구원팀은 2016년 11월 취항한 한국형 해양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탐사를 벌인 결과 인도양 북쪽 2000m 심해에서 새 열수공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열수공을 2018년 5월 처음 발견했으며 이후 여러 추가 조사를 거쳐 26일 공식 발표했다.
열수공은 깊은 바닷속에서 화산활동으로 섭씨 300도의 온수가 치솟는 곳을 말한다. 주변과 수온이 다른 데다 유황 등의 독성물질도 있기 때문에 열수공 주변에는 미지의 생물들이 독자적으로 진화하며 살고 있다. 주로 게, 새우, 조개, 따개비 등 만각류나 패류의 아종으로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신종 생명체도 많다. 이 동물의 단백질, 유전자 등을 조사하면 기존에 없던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우주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참고할 수 있으며, 지질학자들은 해저 화산활동을 관찰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심해 탐사를 할 때 첫 번째 목적이 되는 곳이 열수공이다. 미국은 열수공에서 찾아낸 신종 생물로부터 10여 종의 항암 및 면역 관련 신물질을 찾아냈으며 화이자, GSK 등 다국적 제약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일본 역시 열수공 생물에서 발견한 효소로 당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열수공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발견되는 생명체 역시 다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된 열수공은 수십 개. 대부분 태평양에 모여 있으며 대서양에도 10여 개가 있다. 그러나 인도양은 현재까지 열수공이 3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일본, 독일-일본이 공동으로 찾아낸 것이 각각 1개, 중국 1개가 전부였는데, 이번에 한국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4번째 발견에 성공했다. 기존의 열수공 3개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자적 위치에서 열수공을 확보했기 때문에 학계에서 발언력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열수공을 발견하려면 해저탐사 로봇을 내려 보내야 했다. 바다 밑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확인해 나가는 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의 시료를 채취하기도 어려웠다. 이사부호는 바닷속을 고화질로 촬영할 수 있는 심해영상카메라를 이용해 KVF를 발견했다. 이후 ‘TV그랩’이라는 해저굴착 장비를 내려 보내 열수공 지역의 흙과 돌, 각종 생명체를 대량으로 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배를 정확한 위치에 고정해야 한다. 이동석 1등 기관사는 “4개의 전기 추진장치로 배를 조금씩, 계속해서 움직여 정확한 위치를 유지하는 다이내믹포지션(DP) 기능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KVF에서 발견한 생명체를 이사부호 내부의 실험시설에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온도와 먹이 등을 조절해 따개비, 게, 새우 등의 동물을 산 채로 국내로 가지고 왔다. 앞으로 이 동물들을 이용해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김동성 연구원은 “이번 발견으로 적어도 2∼3종, 많으면 10종 이상의 신종 생명체 발견을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논문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부호=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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