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미래를 여는 아이디어

[임철호의 내 인생의 책]④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고 느낄 때 처방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어떤 동료는 무작정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또 다른 동료는 일과 후에 테니스를 즐긴다. 나는 이웃 산에 올라 온몸의 땀을 빼야 뇌까지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SF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컨트롤러> 등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들이다. 둘째, 등장하는 기술의 상당수가 현실로 나타났거나 개발 중이다. 셋째, 모두 다 필립 K 딕의 소설이 원작이다.

미국인 딕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암울한 미래상과 인간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그린 36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썼다.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장편과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만끽할 수 있는 단편들이 위에 열거한 영화 제목들이다. 먼 미래 공장에서 만들어진 복제인간의 반란을 다룬 <블레이드 러너>, 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단죄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화성 여행을 하는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의 <토탈 리콜>,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로 조작할 수 있는 <페이첵> 등은 영화로도 성공한 작품들이다.

딕의 작품에서는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철학적 화두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뭐라 단정할 수 없어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 아니냐고 말을 건넨다. “회사를 파멸로 이끌고 싶은 게 아닙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거라고요. 갈 곳도 없이 혼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 어떤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개인이라는 사실이 어떤 건지.”(<페이첵> 중에서)

연구에 전념하고 분주하지만, 가끔 SF 소설을 읽는 연구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도 얻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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