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광물공사 "MB 자원개발 때, 경제성 조작" 인정

입력 2018. 7. 26. 18:46 수정 2018. 7. 2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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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본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3사(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가 당시 사장 등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검찰 수사 의뢰 등을 진행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가스공사가 2009년 추진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강수 당시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 이아무개씨가 캐나다 자원회사 '엔카나' 쪽 브로커로 광구 매입 협상에 개입했고, 그 결과 매입 가격이 수천억 원 비싸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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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점검 결과 발표
"새 의혹 40건..검찰수사 의뢰
당시 사장에 손배청구 소송"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
석유공 애초 '불가' 입장
청 대책회의 거치며 바뀌어"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
가스공 사장 지인이 협상 개입
매입가격 수천억 뛰어"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본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3사(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가 당시 사장 등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검찰 수사 의뢰 등을 진행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몇 달간 자체 조사 결과, 이사회나 공사 내부 반대 의견에도 청와대 지시를 받고 사업을 강행하고, 수천억 원짜리 자산 매입 계약을 앞두고 사장의 지인이 계약 상대회사 쪽 ‘브로커’로 활동한 정황 등이 새롭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공기업 3사는 그동안 자원개발 실패의 주된 원인은 ‘국제 자원 가격’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날은 ‘사업 착수 근거를 만들고자 수익률과 경제성 등을 높게 조작한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 자원개발 혁신 티에프’와 공기업 3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1월부터 진행해 온 자체 점검 결과와 향후 자원개발 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들은 “40건의 새 의혹 및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29일 산업부는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개입 의혹 등을 풀어달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바 있다.

이날 발표 내용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석유공사는 애초 ‘엠비(MB) 자원외교 1호’로 불리는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불가’ 입장이었는데 청와대·산업부 주관 대책회의 4번을 거치면서 바뀌었다. 해당 사업은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사업권을 한국 쪽이 갖는 대신, 이라크에 발전소나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해주는 연계 형태였다. 그런데 2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사업비를 금융권에서 조달하는데 실패하고도 “산업부와 청와대 등 외압에 따라 계약 추진이 강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석유공사는 밝혔다. 석유공사는 이와 더불어 수조 원의 손실을 만든 캐나다 하베스트사 유전 부실 인수의 책임까지 물어 강영원 당시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조수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2015년 9월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십조원 대의 세금을 탕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외교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부실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가스공사가 2009년 추진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강수 당시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 이아무개씨가 캐나다 자원회사 ‘엔카나’ 쪽 브로커로 광구 매입 협상에 개입했고, 그 결과 매입 가격이 수천억 원 비싸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가스공사는 엔카나와 광구 매입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결렬’ 상태였다. 가스공사 쪽 자문사 스코티아 워터로스가 평가한 매입 가격 상한선은 4억 달러다. 그러나 협상 무산 이틀 뒤인 2009년 11월 24일 주 사장이 협상 조건 변경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가스공사는 5.7억달러를 새로 제시해 타결됐다. 당시 해당 사업을 주 사장에게 주선하고, 엔카나 쪽에서 협상에 개입한 인물은 주 사장의 고교 후배이자 캐나다의 ㅋ 벤처캐피탈 회사 대표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이씨를 통해 가스공사의 협상 전략 등이 엔카나 쪽에 알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사장 임기(2008년 3월∼2013년 2월) 동안 주 사장과 이씨의 공식 면담은 기록으로 남은 것만 13번이나 된다.

공기업 3사는 이 밖에도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 등 여러 사업에서 자산가치, 경제성, 자원 매장량 등을 조작하거나 이사회에 허위 보고했다고 밝혔다. 티에프는 이를 들어 정부에 부실화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고, 공기업 3사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일 것 등을 권고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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