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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김진표·송영길, 與 당권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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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컷오프…8월 25일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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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본선 진출이 확정된 3명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 [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본선 진출자로 이해찬 의원, 김진표 의원, 송영길 의원이 26일 확정됐다. 조직력과 경륜에서 앞선 김진표·이해찬 의원이 무난히 컷오프 문턱을 넘었고, 송영길 의원은 2년 전 예선 탈락의 아픔을 씻고 본선에 올랐다. 이들은 다음달 25일 치러질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대표 예비경선을 열고 본선 후보자 3명을 확정했다. 중앙위원으로 구성된 선거권자 440명 가운데 40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김진표·이해찬·송영길 후보는 90~100표가량을 나눠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은 예선 통과자 3명만 발표하고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진표 의원은 '관리형 당 대표'로 원만한 당청·여야 관계를 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앙위원들의 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 친문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고 개혁입법 처리에 매진하는 것을 다음 당 대표의 핵심 과제라고 본다. 개혁입법 처리는 야당과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김진표 의원이 제격이라는 시각이 존재했다. 더욱이 김진표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위해 6·13 지방선거 전부터 중앙위원들의 마음을 얻은 게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의원은 불과 예비경선 일주일 전에 출마선언을 했지만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감이 중앙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참여정부 총리에 친노·친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은 청와대에도 '할 말 하는 당 대표'로 기대를 모았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해찬 당 대표는 모두가 부담스러운 카드지만, 현재 당청은 이런 생산적인 긴장 관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권 후반기 국정 동력이 약화될 때 이해찬 의원 같은 거물만이 위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이해찬 의원이 출마선언이나 정견 발표에서 "더 바랄 게 뭐 있겠나. 이제껏 아껴주신 국민에게 보답하는 그 길밖에 남은 게 없다"며 차기 대권 등에 사심이 없다는 점을 높이 산 중앙위원들도 있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가 당 대표가 되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때 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의원은 2016년 당 대표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후 겸손한 행보를 이어왔고 문재인정부 출범까지 역할을 하면서 친문으로부터 인정받은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과 통합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문재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부총리급)으로 활동하면서 친문 세력과도 접점을 넓혀 왔다. 또 경선 참가자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인데 경선 기간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것도 호남 중앙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송영길 의원은 예비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통합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건 중간세대로서 세대를 통합할 수 있고, 호남 출신으로 영호남을 통합할 수 있다"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지만 사시 출신으로 변호사도 했기 때문에 우리 당의 행시 출신 전문 관료 출신과 사회운동 출신과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컷오프 결과 본선 진출자는 세 명으로 추려졌지만 본선 한 달을 앞둔 상황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진표·이해찬 의원의 양강 구도 속에 송영길 의원의 '세대교체론'이 통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본선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15% 투표 비율에 따라 당선자가 정해진다. 어느 한쪽에서만 강점을 보인다고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단 이해찬 의원은 권리당원 지지가 높은 편이고, 김진표 의원은 대의원을 대거 확보해 세 몰이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된다. 이해찬 의원을 돕는 친문계 의원은 "본선으로 가면 권리당원 표 중 70%는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싸움이기 때문에 확률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다만 둘 다 친문계다 보니 표심이 다소 갈린다. 현직 의원들만 해도 그렇다. 이 관계자는 "김진표 의원을 돕는 의원 중에서도 이해찬 의원이 출마한 뒤에는 갈등하는 의원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대거 이 의원으로 지지를 옮길 것인지도 관건이다. 송영길 의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유일한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본선 전망을 밝게 한다. 민주당 당원은 호남에 가장 많이 분포된 만큼 송영길 의원의 본선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또 경쟁 후보인 이해찬·김진표 의원이 고령인 데 비해 50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세대교체론'의 기치를 들고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성 기자 /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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