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 노회찬 뜻 따라 정의당 가입자 늘어

2018. 7.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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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입당 하루 평균 대비 수십 배 정도 늘어나"
70대 기초수급자 정의당에 가입 문의
이찬진·정태인 등도 당원 가입

[한겨레]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추모의 마음을 적어 시민들이 남긴 노란 포스트잇이 25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벽에 빼곡히 붙어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마지막 당부’ 따라 ‘정의당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숨진 노 의원은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길 당부드린다”는 유서를 남겼다.

발인을 하루 앞둔 26일 노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 지하 2층 특1실 벽면에는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담긴 노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를 대변했던 그의 삶을 기리며,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포스트잇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이뿐 아니라 “노 의원님의 뜻이 계속 이어지길 빌며, 앞으로는 정의당을 지지하겠다” “정의당을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노 의원이 서민·노동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한 만큼 정치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 특히 평소 그가 대변하려고 했던 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했다.

당원 가입 문의와 실제 가입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장례 절차 중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하루 평균 20여명 당원 가입을 하는데 (노 의원 별세 뒤) 수십배 정도 입당이 늘어난 건 맞다”고 했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마음이 당원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정의당 쪽은 설명했다. 충남 태안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이던 70대 어르신이 정의당에 가입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신현웅 충남도당 노동본부장은 “어르신이 ‘정의당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돈을 벌지 않아 못했다. 그런데 노 의원님 돌아가신 것을 보면서 더는 늦추면 안 될 거 같다’며 전화를 하셨다”며 “노 의원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진보정치인이나 돈 없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힘든 구조 속에서 ‘돈 없어도 정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라는 바람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임한솔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도 “그동안 정의당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오던 분들은 물론 평소 조기축구회에서 같이 운동하던 동네 형님,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서대문구민, 경로당에서 알게 된 어르신 등 많은 분이 저에게 전화 주셔서 울먹이며 입당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정의당 대구시당 회의실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대구시민분향소’에서 한 사람이 노 의원의 영정에 절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우 김희애씨 남편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의당 홈페이지에 가서 온라인으로 당원 가입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제 인생에 처음으로 정당 당비를 내려고 한다”며 “그런다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네요”라고 썼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도 이날 정의당원으로 가입하며 페이스북에 “더 이상 ‘지못미’를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손 하나라도 내밀어야 하고,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나흘째 되는 이날도 조문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노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2만6200여명에 이르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저희는 노 의원에게 빚을 졌다. 노 의원께서 꿈꾸신 정치를 못 했다. 예의로 표현하신 배려에 응답하지 못했다. 익살로 감춰진 고독을 알아드리지 못했다. 안식하소서”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노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한편 이날 노 의원의 영정은 노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시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창원으로 떠났다. 오전 11시께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환하게 웃는 노 의원의 영정 사진을 들고 빈소 밖으로 나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김 본부장은 “살아서 모시지 못하고, 의원님이 마지막으로 창원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일을 맞게 돼 마음 한편이 아프다. 고인의 자택과 사무실… 무엇보다 사랑했던 창원 시민들에게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잘 인사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본부장이 영정을 안고 평소 노 의원이 타고 다니던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오르자 눈물바다가 됐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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