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바리의 까칠한 味수다] 평양냉면 강남대첩

주현수 기자 joohs@kyunghyang.com 2018. 7. 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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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 평양냉면

자연재해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없다면 평양냉면 국물에라도 다이빙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서울에서 평양냉면의 메카는 바로 중구죠. ‘강북뇨자’인 주바리는 서식지 근처라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어 아쉬울 게 없지만, 강남 사람들에겐 평냉 성지순례가 좀 갑갑한 게 사실이었죠. 하지만 강남분들, 더 이상 평양냉면 먹으러 강을 건너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전통의 강자들을 위협하는 신흥 평냉 강자들이 속속 강남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른바 ‘평양냉면 강남대첩’, 승자를 가려볼까요?

■진미평양냉면(강남구 논현동) 강남 평냉로드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진미평양냉면’은 의정부 평양면옥과 논현동 평양면옥을 거친 주방장이 독립해 개업한 곳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복붙’한 듯 냉면의 비주얼이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흡사하더군요. 20년 장인의 손맛이라 전체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인데 면에서는 찰기가 조금 더 있는 듯하고 투명한 육수에서는 심플함이 느껴져요. 육수의 슴슴함이 과하지 않고 감칠맛도 적당해 ‘평냉 초보’도 당황하지 않게 해주죠.

진미평양냉면

순면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보급형 평양면옥’이라고만 부르기엔 좀 아까운 실력. 만두와 편육도 수준급이고 가성비도 좋은 편. 특히 어복쟁반은 푸짐한 고기의 양에 ‘깜놀’했지 뭡니까. 강남 한복판임에도 발렛비도 없는 무료주차장이 구비돼 있는 점도 큰 장점.

■피양옥(강남구 청담동) (고춧가루 뺀) 필동면옥의 냉면, 평양면옥의 만두, 을밀대의 녹두전을 한번에 맛볼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준 집이 바로 이 집 ‘피양옥’이었어요. 오픈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평양냉면의 신흥강자로 무섭게 떠올랐죠. 자가제면은 기본이고요. 소·돼지·닭으로 만든 맑은 육수가 깊은 맛을 내기로 유명합니다. 10여 종류의 고기로 만든 어복쟁반도 인기.

피양옥 녹두전

속이 꽉찬 만두,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바삭한 녹두전 등 강북 유명 냉면집의 장점만 ‘픽’한 듯한 것이 이 집의 매력이네요. 주인공인 평양냉면은 특히 툭툭 끊기는 면발이 예술. 새 메뉴인 ‘피양면’은 간장 베이스라서 우래옥스러운 비주얼이네요. 강남에서 맛본 평냉 중에서는 이 집이 제 취향에는 제일 맞더라고요.

■능라도(강남구 역삼동) 분당에서 유명세를 떨치다 서울 강남에 분점을 낸 ‘능라도’도 인기몰이 중이죠. 식당 안쪽에는 방앗간이 있어 가게 안에서 직접 메밀면을 뽑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계절에 따라 반죽을 다르게 하는 것이 이 집만의 노하우.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사용해 익반죽해 했는데, 메밀 함량이 높아 구수한 향이 깊죠. 소금으로 간한 맑은 육수는 최상급 한우와 돼지고기를 푹 고아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좋고, 면발과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삶은계란 대신 지단을 올리는 것도 특징. 이 집도 푸짐한 어복쟁반이 인기 좋아요.

능라도 평양냉면 보통(왼쪽)과 반 사이즈

소주가 5000원인 것은 옐로카드! 최근엔 마포·마곡 등에도 분점을 내 강북으로 역진출했다는데, 멀리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좋지만 그 맛을 편차 없이 관리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 새로 오픈하는 분점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조만간 점검하러 출동해야겠어요.

강남의 평양냉면 맛집들을 탐방해 본 결과, 강북의 오랜 세월이 점철된 깊은 맛까지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그에 버금가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지요. 그런데 어쩐지 대체적으로 아랫동네 평양냉면들이 강북의 것보다는 간이 좀 있는 편. 평균연령대가 낮은 탓일까요?ㅋㅋ

<주현수 기자 joo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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