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공짜주식' 판례가 '특활비 뇌물 무죄' 이끌었다

김현섭 2018. 7.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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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1심 선고들 모두 뇌물 혐의 무죄
제시된 관련 법리에 진경준 대법 판결도
"김정주 '도움 기대해' 발언, 막연·추상적"
2심선 뒤집고 '넥슨 공짜주식' 뇌물 무죄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7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9.2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박근혜(66) 전 대통령을 위시로 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 피고인들의 뇌물 혐의가 모조리 무죄로 나온 것은 진경준(51·사법연수원 21기) 전 검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달 15일과 이달 20일 각각 선고가 내려진 남재준(74)·이병기(71)·이병호(77) 전 국정원장,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 사건에서 뇌물 판단 관련법리 중 하나로 진 전 검사장의 '넥슨 공짜주식 무죄'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앞서 진 전 검사장 2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지난해 7월 진 검사장이 김정주(51) NXC 대표이사로부터 주식 매수 대금 4억25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에 대해 유죄로 판단, 1심 징역 4년을 파기하고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에게 나나 회사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는 김 대표이사 법정 진술에 대해 "검사 직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판단을 뒤집었고 진 전 검사장은 올해 5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김 대표이사의 '기대감 진술'을 "피고인 장래 직무와 관련되는 사건이 어떤 것 인지 또는 과연 그런 사건과 관련지을 만한 정도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피고인이 받은 돈과 관련 사건 내지 피고인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추상적이고 막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혐의에 대해 법원이 징역 6년 및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hokma@newsis.com

박 전 대통령 등의 재판부가 관련 법리로 제시한 다른 대법원 판례(2003년, 2004년) 중엔 "뇌물죄는 직무집행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 신뢰에 기초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뇌물성 인정에 특별히 의무위반 행위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금품수수 시기와 직무집행 행위의 전후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오히려 특활비 공여·수수 뇌물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한 검찰의 반박과 결을 같이 한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남 전 원장 1심 선고공판 후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의 불가매수성, 공무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한 바 있다.

하지만 특활비 사건 재판부로서는 전직 국정원장들이 직무 대가를 바랐다는 게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데다, "(공무원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는 공여자 발언 마저 "추상적이고 막연하다"며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동일 혐의 사건의 대법원 판례가 최근 나왔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의 뇌물성은 인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5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넥슨 공짜주식'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진경준 전 감사장이 출석하고 있다. 2018.05.11. dahora83@newsis.com

전직 국정원장 3명과 박 전 대통령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면서 각각 징역 3년~3년6개월, 징역 6년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중간에서 특활비를 전달하는 등 개입해 방조 혐의가 적용된 '문고리 3인방' 이재만(52)·안봉근(52)·정호성(49)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이달 12일 국고손실 방조 혐의만 유죄로 판단됐다. 이 사건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가 맡았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 3명 및 청와대 비서관 3명,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1심 판결에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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