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은 새발의 피' 폭주하는 유튜브 가짜뉴스

김범수 기자 2018. 7.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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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48·가명)씨는 아버지 최만석(74·가명)씨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동영상 링크를 받았다. 링크를 열자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특별한 주어가 없이 ‘미국 대사 초청해 계엄 인정 요청’, ‘핵 협상’이라는 문구와 트럼프의 사진이 조악하게 합성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오는 소리는 방송에서 보도된 뉴스를 틀어주는 것뿐이었다. 관련 영상에는 김정은 사진에 ‘공포정치 또다시 숙청, 멈추지 않는 행포(횡포)’, ‘행방불명’이라고 써있기도 했다.

유튜브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정치나 정권 관련 허위 사실 유포 영상 등을 단속하기 쉽지 않고 실제로 노년층을 비롯한 사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DB

최씨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이 있기 전까지는 ‘트럼프가 종북 좌파 척살을 명령했다’는 제목의 영상 링크를 보내시기도 했다”며 “조악한 인공 음성과 흐릿한 사진으로 이뤄진 영상이었는데 어르신들 간에 링크가 돌면서 사실이라고 믿고 계셨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지난 1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뉴스 미디어의 유튜브 관련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500만달러 기금을 발표했다. 유튜브의 가짜뉴스를 사용자가 거를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원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첨부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유튜브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정치적 문제도 있지만, 플랫폼이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유튜브상에서 에이즈 검사와 치료를 무조건 비난하는 영상에도 도요타와 벤츠와 같은 주요 기업 광고가 함께 나와 비난을 받고 즉시 사과하고 광고와 영상을 삭제했다.

한국에서는 현재 정권을 비난하거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전쟁 일촉즉발’, ‘계엄령을 위한 협의를 했다’ 등과 같은 극단적인 허위사실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반대와 무죄 석방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이 주를 이룬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모르더라도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유포되는 형태가 많다.

특정 집단에 속해있거나, 편향된 정치의식을 가졌을 경우 조악한 영상을 보더라도 사실로 믿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해당 뉴스가 사실이라고 전파되는 경로가 이미 자신이 신뢰하고 있는 집단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가짜뉴스라고 설득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허위 정보에 대해 신고도 하지 않는다.

사진 속 위 영상에서는 화면 사진과는 관계없는 뉴스 보도가 나온다. 자극적인 문구와 큼직한 글씨가 특징인데, ‘행포’라는 오타가 눈에 띈다. 아래 사진 영상 역시 자극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영상에서는 조악한 인공 목소리로 허위사실을 설명한다. /유튜브 캡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용자가 가짜뉴스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이 없다”며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정보 편향성으로 인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특징을 지녀 자기신념을 재강화하는 역할이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따.

문제는 이런 편향성이나 집단 결속력이 없는 사용자에게도 가짜뉴스는 영향을 미친다. 강영미(39·가명)씨는 어머니 양유자(64·가명)씨가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영상이나 판소리 영상을 자주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유튜브를 설치해 드렸다. 하지만 양씨는 친구로부터 받은 가짜뉴스 링크를 우연히 열어본 뒤부터 트로트 추천 영상에 이와 유사한 영상이 나올 때가 있어 클릭한 경험도 있다.

또 스마트폰은 과거에 비해 노년층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60대 이상 사용자 중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생각하는 사용자 비율은 2014년 9.5%에서 2016년 24%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노년층에만 해당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일반 국민의 가짜 뉴스에 관한 인식’ 보고서를 보면 20~50대 성인 10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7%가 가짜 뉴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포털, SNS 등 인터넷(전체의 76.3%)을 통해 받았다고 답했다.

또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나름대로 위장 방식이나 유포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채널은 ‘OO뉴스’ 등의 이름으로 만들고, 일부 영상에는 다른 방송의 아나운서 사진을 무단 인용해 영상에 첨부한다. 이런 형태로 만들어 제목은 자극적으로 지어 사용자를 유인한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이 5우러 15일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강연 중이다. 그는 가짜뉴스를 걸르는 것은 결국 사용자 스스로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자

이런 채널 특징은 영상을 많이 올리지 않고 신고를 당하면 다른 채널을 또 개설하는 식으로 명맥을 잇기도 한다. 일부 채널들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채널과 영상을 링크로 달아둬 꾸준히 사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가짜뉴스를 거르기 쉽지 않은 시스템도 문제다. 유튜브는 “콘텐츠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리뷰를 하며 머신 러닝 시스템 등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여러 시스템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 문제에 관한 허위 사실은 신고 없이는 걸러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신고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용자가 많아 해당 사실이 거짓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

황용석 교수는 “개인, 법인의 권리를 침해할만한 허위 사실에 대한 피해 구제는 가능하지만 국가권력 등은 명예훼손 주체가 되지 않는다”며 “완전히 근거가 없는 사실을 주장하거나 이미 사실로 확인된 내용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 신고기반으로 필터링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용자가 가짜뉴스를 잘 걸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방한해 구글 캠퍼스에서 강연한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사용자들의 뇌가 바로 가장 중요한 정보 필터”라며 “사용자들이 정보의 출처, 사실을 확인할 다른 증거 등을 찾는 습관을 들이고 자녀에게도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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