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무더위 날리고 추억 부르는.. 빙수야 팥빙수야∼

2018.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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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한 그해 여름이었다.

한여름 하굣길에 사먹는 빙수는 꿀맛일 수밖에.

열대과일이 비싼 시절이라 병문안할 때 인기를 끌던 과일칵테일 통조림이나 연유가 올라가면 고급빙수로 취급하던 시절이다.

올여름은 교복 입고 빙수 먹던 그 옛날과 비교도 안 될 찜통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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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난생처음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한 그해 여름이었다. 방학을 앞두고 날이 더워지니 바람도 안 통하는 합성섬유 교복을 입고,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학교 건물을 오르내리는 일이 고역이었다. 철없이 뛰놀다가 중학생이 됐는데 지키라는 규칙과 하지 말라는 규율이 왜 그리 많은지. 게다가 몸을 조여 오는 교복까지 입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교를 마치면 자동으로 단짝친구와 학교 앞 분식집으로 향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즉석떡볶이 한 냄비를 해치우고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줌마! 빙수 하나요”를 외쳤다.

둘이 먹어도 넉넉할 만큼 큼지막한 유리그릇. 이가 시리도록 서걱서걱 씹히는 얼음을 갈아 얹고. 달달하게 삶은 팥과 부드러운 연유를 끼얹은 뒤, 미숫가루를 소복하게 뿌리고 알록달록한 젤리도 올리고. 화룡점정의 칵테일 체리로 장식한 빙수 한 그릇.

아마도 일생 통틀어 빙수를 제일 많이 그리고 제일 맛있게 먹었던 때인 듯하다. 교실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던 시절. 한여름 하굣길에 사먹는 빙수는 꿀맛일 수밖에. 수레바퀴 돌리듯 핸들을 움직여 얼음을 갈아 빙질은 거칠었고 인공색소로 빛깔을 낸 젤리 같은 조악한 토핑을 인심 좋게 잔뜩 얹어주었다. 열대과일이 비싼 시절이라 병문안할 때 인기를 끌던 과일칵테일 통조림이나 연유가 올라가면 고급빙수로 취급하던 시절이다.

역시 빙수의 핵심은 팥. 팥빙수는 시대를 초월한 스테디셀러다. 요즘은 얼음과 팥, 한두 가지 토핑으로 내용물을 단순화하고 그 대신 내용물의 질을 고급화하는 데 치중한다. 연유와 우유를 미리 혼합해 얼음을 제조하고 입 속에서 사라지듯 곱게 갈아내는 눈꽃얼음이 대세다. 팥 알갱이가 적당히 씹혀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당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 편을 선호한다. 거기에 약간의 견과류나 쫀득한 찹쌀떡 한두 개가 토핑의 전부다.

전통빙수와는 아예 다른 취향을 저격한 새로운 빙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망고나 멜론 등 열대과일을 주재료로 갖은 토핑을 골라서 얹을 수 있는 빙수, 서양식 디저트 메뉴를 응용한 캐러멜 빙수와 프랑스식 밤 절임 ‘마롱글라세’ 맛의 몽블랑 빙수, 진한 초콜릿 음료를 얼려 특화시킨 초콜릿 빙수, 녹차나 각종 과일시럽을 이용한 일본식 빙수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크다.

올여름은 교복 입고 빙수 먹던 그 옛날과 비교도 안 될 찜통더위다. 왠지 이런 더위는 조상의 지혜, 이열치열로 다스리긴 어려울 듯하다. 빙수라도 먹으며 내장까지 뜨거워진 열을 내려줘야겠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밀탑: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29(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밀크 팥빙수(사진) 9000원

○ 동빙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301-162, 빙수 7000원

○ 17도씨: 서울 마포구 동교로29길 38, 초콜릿 빙수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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