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상가 절반 매물 .. 새 임차인 안 올까봐 쉬쉬"

함종선.강나현 2018. 7.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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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자영업
"중개업소에 뒤로 내놓은 곳 많아"
논현동 식당 권리금 2억 포기 폐업
신사역·세로수길도 공실률 치솟아
임대료 부담, 매출 줄어 상권 침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60대 장모씨는 11개월 전 월세 350만원짜리 가게를 내놨지만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매달 적자를 내다 보니 하루빨리 가게를 접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자신이 지불한 권리금 1억원을 3000만원까지 낮춰 내놔도 소용이 없다. 장씨는 “권리금을 챙기려 버텼는데 이대로라면 추석 이후 미련 없이 문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가 비워져도 새 주인을 찾긴 쉽지 않다. 논현동 한 건물의 46평짜리 1층 가게는 반년 넘게 비어 있다. 원래 일식집이던 이곳 월세는 400만원인데 가게 주인은 영업이 버겁다며 권리금 2억원도 포기하고 나갔다. 상가 주인 김모씨는 “얼마나 불황인지 (임대를)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며 “주변에도 다 장사가 안 된다는 말만 들리니 월세를 얼마까지 낮춰야 하나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2분기 상가 공실률을 살펴봐도 논현동의 공실률은 18.4%로 가장 높다. 이곳의 상가 10곳 가운데 2곳은 비어 있다는 소리다. 실제 논현역에서 신논현역 사이 대로변에는 빈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근 신사동 가로수길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메인 도로의 경우 1층 공실은 3개월 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많을 때는 10개 이상 비어 있었는데 지금은 4개 점포가 공실이다. 그러나 가게를 채운 것은 정식 임대 계약이 아니다. 2~3개월 동안 임시로 쓰는 팝업스토어(광고 목적으로 짧게 운영하는 상점)가 대부분이다.

가로수길 이면도로인 이른바 세로수길과 신사역 주변도 공실률이 늘고 있다. 신사역 4번 출구에서 강남대로로 이어지는 대로변의 경우 두 건물에 한 건물꼴로 1층에 빈 상가가 있을 정도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올해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수길은 높은 임대료와 매출 감소에 따른 상권 침체로 현재 공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계속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의 공실률 조사 결과에도 가로수길을 포함한 신사역 주변의 상가공실률이 올 1분기 7.8%에서 올 2분기 9.5%로 1.7%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신촌도 올해 2분기 공실률이 6.8%로 1분기(5.2%)보다 높아졌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이 지역은 논현이나 신사에 비해 눈에 보이는 빈 가게는 적은 편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이 예전보다 장사가 어려워지긴 했어도 수요가 많아 공실이 생길 순 없다”며 “금방 채워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건물주의 이야기는 달랐다. 신촌 5층짜리 건물 가운데 세 층을 비워둔 한 건물주는 “지난해 가을부터 비어 있는데 시세대로 해도 비싸다며 들어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신촌 명물거리에 1년 반이 넘도록 공실 건물을 둔 또 다른 건물주는 보증금과 월세를 기존의 60%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그는 “은행 이자 등을 생각하면 한두 달 놀리기에도 부담인데 적극적으로 찾는 이도 없고 비워진 기간이 너무 길어져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영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실 상태인 상가가 많다는 게 주변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다.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이미 매물로 내놓은 채 적자 영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비어 있는 상가가 돼 버리면 건물주 입장에선 임대료를 더 낮춰야 하고 들어올 사람도 오래 비워진 가게는 꺼린다. 그래서 일단 버텨보겠다는 기간을 고려해 비공식적으로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이 지역 일대 상가의 절반 이상이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 매물도 권리금을 절반 수준으로 깎거나 없애도 손님이 잘 찾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함종선·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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