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댐, 붕괴 사흘 전부터 중앙부에 균열·침하 있었다

구교형·손제민·박효재·이호준 기자 2018. 7. 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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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3일 지나 주민 대피, 피해 커져
ㆍSK “폭우 범람 보조댐 유실” 해명
ㆍ“131명 실종 신고돼” 첫 공식 발표
ㆍ정부, 오늘 긴급구호 선발대 파견

물바다 탈출…3000여명이 구조 기다려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 사고로 고립됐던 주민들이 24일(현지시간) 보트로 구조된 뒤 걸어가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아타프주 세남노이지구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구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민 6600명 중 절반 이상이 주택 지붕과 나무 위 등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아타프 | 로이터연합뉴스

SK건설이 시공 중인 라오스 수력발전 댐에서는 사고 발생 사흘 전 댐 중앙부에 침하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주민 대피는 침하 발생 2~3일 뒤에야 이뤄져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구호대 파견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국서부발전은 25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게 제출한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 보고’를 통해 “지난 20일(현지시간) 댐 중앙부에 약 11㎝의 침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공사인 SK건설이 설명한 사고 경위에는 당일 침하가 발견됐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22일에는 댐 상단부 10곳에 연쇄적으로 균열·침하 현상이 나타났다. 육안으로 침하의 심각도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댐에 측정기를 달아 놓고 확인한 결과였다.

이 보고서에는 23일 오전 11시 댐 상단부에 1m 침하가 발생함에 따라 공사를 총괄하는 합작법인(PNPC)에서 주정부에 대피안내 협조 요청을 했다고 적혀 있다. 무너진 보조댐 높이는 16.5m이고 표준규격(KS) 기준 허용침하량은 16.5㎝라는 점에서 이때는 이미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선 상태였다. 당일 오후 2시30분 보수 장비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침하 가속화 조짐이 보여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30분 소량의 물이 넘쳐 흘렀고 붕괴가 시작됐다. 오후 5시에는 하류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도 대피를 안내했다. 이튿날인 24일에는 댐이 무너져 5억t의 방류가 이뤄졌다.

현지 언론은 일련의 사태를 놓고 ‘댐 붕괴’라고 표현했다. 서부발전도 이 보고서에 ‘폭우로 인한 붕괴’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SK건설은 “문제가 생긴 보조댐은 토사를 채워 만든 흙댐으로 위쪽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면서 “붕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폭우에 의한 범람이 낳은 댐 ‘유실’ 사고라는 주장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우로 댐 상층부 자갈과 흙 등이 물과 함께 쓸려내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댐 붕괴라면 둑이 터지면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는 것인데 라오스 현장에서 붕괴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은 폭 730m 규모인 해당 흙댐에서 200m 구간의 상부가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댐 사고의 원인을 알아보는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이 건설에 참여하는 만큼 지체 없이 정부가 현지 구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대한민국 긴급구호대’를 최대한 빠른 시일 현지에 파견키로 하고 이를 위해 선발대를 26일 보내기로 했다.

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SK건설이 2012년 서부발전과 현지기업, 태국 전력회사와 합작법인을 구성해 수주했으며 2013년 2월 착공됐다. 라오스 당국은 2019년 이 댐을 가동한 뒤 댐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90%는 태국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라오스 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인·경찰·소방대원 등 가용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룬 시슬리트 라오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실종 신고됐다고 밝혔다. 실종자 전원이 라오스인이라고 했다. 이는 사고 발생 3일 만에 나온 첫 정부 공식 발표다.

구조당국은 보트를 이용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폭우와 강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는 사이 침수된 마을은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범람 가능성이 아직도 있어 피해지역으로의 접근 또한 수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교형·손제민·박효재·이호준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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