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최대 전력 수요량은 연일 최고점을 경신했지만, 최대 전력 수요량을 경신하던 지난 24일(최고 38/최저27도)보다는 기온이 약간 낮은 25일(최고 34/최저26도)에는 최대 전력 수요량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하면서, 거래소의 수요 예측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25일 오전 “금일 최대 부하 발생 시간은 오후 4시에서 5시, 최대 부하는 9300만kW로 예상된다”며 “(예상이 맞다면)이 시간대의 공급 예비력은 630만kW, 예비율은 6.8%로 정상 상태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최대 부하는 9008만kW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 예측보다 300만kW 가량 낮은 수치다.

전력거래소 외에도 정부 측 예측량과 실제 최대 수요량 간의 간극 문제는 계속 제기돼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8750만kW로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일 최대 전력수요 예측을 8830만kW로 수정했다.
산업부는 지난 20일에도 전력수요가 하계 전력수급대책 발표 때 예측했던 최대 전력수요인 8830만kW수준까지 상승하더라도 전력 예비력을 1000만kW 이상, 전력 예비율을 11% 이상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23일에는 최대 전력 수요량이 오후 9069만kW, 24일에는 9247만kW까지 급증했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량을 찍은 24일 전력 운영 예비율은 7%대(700만kW 이하)였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쪽도 애로사항이 있다. 전망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기온 1도에 따라 70만~80만kW가량의 전력 수요 변동이 있었는데 올해는 150만~200만kW까지 움직이는 등 수요 불확실성이 심해졌다”며 “사용량이 안정적인 산업 전력 수요에 비해 민간 냉방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전망치 작성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단기 전력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이 더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탈원전’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전력 수요 예측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 예측이 틀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 수요에 대해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채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예측치보다 수요 전망치가 높았지만, 발표의 신뢰도는 낮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산업계 수요가 줄어들기에 현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장·단기적 두 가지로 수요를 전망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계산까지 생각해서 예비율을 만들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수요 예측은 틀렸지만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 24일 운영 예비율이 7%대까지 떨어진 데 대해서도 “재난 수준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어제 예비력이 760만kW였다”며 “준비단계인 500만kW에 비하면 아직도 260만kW 여유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DR(기업 대상 전력 수요감축요청)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민간에서는 대규모 정전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가 이어진 24일, 서울 곳곳에서 지역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몇 시간 동안 냉방시설 없이 더위에 노출돼야 했다. 정전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 노원구·중구·송파구 등지로 한국전력 측은 대부분 정전의 원인을 최근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변압기 및 변압기에 연결된 전선의 과부하로 분석했다. 앞선 22일과 23일에도 인천 작전동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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