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인한 전력난 우려 '팩트체크'

구교형 기자 2018. 7.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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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력예비율 7%대에 전력수요 최고치다?…사실
ㆍ원전 정비 일정 갑자기 바꿔 재가동했다?…거짓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24일 전체 공급량 중 여유 전력 비중을 뜻하는 전력예비율이 또 떨어졌다. 전날 8%선을 유지한 예비율은 이날 7%선까지 하락했다. 2011년 9·15 정전 사태를 경험한 탓에 전력수급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멈추게 했던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했다는 ‘루머’까지 등장했다.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자 계획된 원전 정비 일정까지 바꾸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전 가동과 관련한 ‘터무니없는 왜곡’을 바로잡을 것을 지시했다.

■ 전력수요 최고치 또 경신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을 보면 이날 오후 4시35분 현재 전력수요는 9255만1000㎾를 기록했다. 공급능력은 9927만㎾, 공급예비력은 671만9000㎾로 전력예비율은 7.26%였다. 전력수급 위기경보는 예비력이 500만㎾ 미만일 때 발동되는데 나날이 이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하절기 예비력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279만㎾와 2013년 472만㎾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이번에도 대형 발전기 고장 등 돌발상황 발생 시 수급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수요를 뜻하는 ‘최대전력수요’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후 4~5시 전력수요는 9219만6000㎾(4시15분), 9248만6000㎾(4시45분), 9233만7000㎾(5시)로 전날 기록(9070만㎾)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과 18일, 19일, 20일, 23일에 이어 벌써 여섯번째 신기록이다. 산업부가 지난 5월 말 기상청 전망에 따라 발표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이보다 적은 8830만㎾였다.

■ 원전 5기 투입은 석 달 전 계획

산업부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총 24기로 용량은 2253만㎾다. 전체 발전설비의 19%이지만 실제 발전량은 30%를 차지한다. 현재 24기 중 지난 21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한울 4호기를 포함해 17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은 18개월에 한 번씩 계획예방정비를 받는다. 계획예방정비는 원자로를 멈춘 뒤 설비 전반을 점검하는 대규모 작업이기에 갑자기 계획을 바꿀 수 없다. 한울 4호기도 정비를 마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받아 운전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산업부는 하계전력수급대책(7월9일~9월14일) 수립 과정에서 원전 가동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 이때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정비 착수 시기는 전력 피크 기간인 8월 2~3주차 이후로 연기됐다.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는 피크 기간 전 다시 가동되는데 이 역시 석 달 전 같은 자리에서 결정됐다. 그런데 일부에서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멈춰 있던 원전들을 폭염 때문에 부랴부랴 다시 가동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높은 여름과 겨울에는 원전뿐 아니라 석탄·LNG 발전소도 가급적이면 많이 돌린다. 모든 발전소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기간에 최대한 가동할 수 있도록 정비 일정을 조정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원전을 전력 생산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마치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인 양 호들갑을 떤 것이다.

■ 현 정부 집권기간 원전은 증가

탈원전을 표방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 재임기간 원전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2022년까지 원전 4기가 추가돼 28기가 되며 원전 공급 전력량도 더 늘어난다. 이후 2031년까지 그 수가 점차 줄어 18기가 되고, 2038년에는 14기까지 숫자가 줄어든다. 산업부 당국자는 “탈원전은 원전을 당장 줄이는 게 아니라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면서 “발전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급격히 줄이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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