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죽 우승 벨트 주던 '디 오픈' .. 올해 상금은 21억원

김지한 2018. 7.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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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리 합계 8언더파 첫 우승
이탈리아인 메이저 우승은 처음
158년 역사 최고 권위 골프 대회
첫 우승상금 6파운드, 23만배 증가
갤러리 17만2000명 코스 최다기록
3년 만에 출전 '우즈 효과' 톡톡
몰리나리가 제147회 디 오픈에서 이탈리아 선수로는 처음 정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 제147회 디 오픈 챔피언십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6·이탈리아)의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몰리나리는 23일 스코틀랜드 던디시 인근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합계 8언더파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케빈 키스너·잰더 셰플레(이상 미국)·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이상 6언더파) 등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탈리아 선수가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건 몰리나리가 처음이다.

몰리나리는 강풍이 몰아친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잡아낸 끝에 클라레 저그(디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몰리나리는 “(골프 강국이 아닌) 이탈리아 출신인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우승으로 몰리나리는 상금 189만 달러(142만 파운드·약 21억4000만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1050만 달러(약 118억4000만원). 1860년에 시작된 디 오픈은 오랜 역사만큼 상금에도 사연이 많다. 디 오픈 초창기엔 10년 동안 우승자에게 ‘도전자의 벨트(challenge belt)’를 수여했다. 은색 버클에 당시 최고급인 모로코산 붉은색 염소 가죽으로 구성된 벨트는 3회 연속 우승자가 영구 소유한다는 규정 때문에 1868년부터 3년 연속 우승했던 톰 모리스 주니어가 영원히 갖게 됐다. 상금은 네 번째 대회인 1863년부터 등장했다. 당시 걸린 10파운드의 상금은 우승자가 아닌 2~4위에 오른 선수들이 각각 5, 3, 2파운드씩 나눠 가졌다.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하는 몰리나리. [EPA=연합뉴스]
이듬해인 1864년에는 우승자가 처음으로 상금(6파운드)을 받았다. 이어 1892년엔 35파운드, 1930년엔 100파운드로 상금이 늘어났다. 1955년에 1000파운드, 1977년 1만 파운드로 불어난 우승 상금은 1993년 우승자 그렉 노먼(호주)이 10만 파운드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10만 파운드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들어 70만 파운드대를 이어오던 우승 상금은 지난 2015년 잭 존슨(미국)이 115만 파운드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100만 파운드대에 진입했다. 올해 우승자 몰리나리가 받은 액수(142만 파운드)는 대회 첫 우승상금인 6파운드에 비하면 23만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프랑스산 레드 와인을 담는 주전자’라는 뜻의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는 1873년에 처음 수여됐다.
디 오픈 초창기 우승자에게 줬던 벨트. [펜타프레스]
영국 파운드화로 주던 우승 상금은 지난해 처음 미국 달러화로 바꿔 지급했다. 마틴 슬럼버스 영국왕립골프협회(R&A) 사무총장은 “전 세계 대부분의 골프대회가 상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추세를 고려하고, 국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난 2016년 영국이 유로에서 탈퇴한 이후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영향으로 파운드화의 약세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매년 상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디 오픈이지만 4대 골프 메이저 대회 중에선 상금이 가장 적다. 우승 상금으론 US오픈이 216만 달러(24억4000만원)로 가장 많고, 마스터스가 198만 달러(22억3000만원)다. 다음 달 열리는 PGA 챔피언십은 디 오픈과 같은 189만 달러다.

한편 올해 디 오픈은 5년 만에 톱10(공동 6위)에 오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4라운드 동안 카누스티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 수는 1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999년 디 오픈 당시 15만7000명을 기록했던 카누스티 역대 최다 갤러리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우즈의 흥행 파워는 과거에도 입증된 바 있다. 우즈가 처음 디 오픈에서 우승했던 2000년 세인트앤드루스에는 무려 23만9000명이 몰려 역대 최다 갤러리 기록을 세웠다. 역대 디 오픈 최다 갤러리 기록 톱5 중 우즈가 출전한 대회가 4차례다. R&A는 지난 2016년 “디 오픈이 스코틀랜드 경제에 1억4000만 파운드(약 208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즈가 2015년 이후 3년 만에 디 오픈에 출전하자 가는 곳마다 구름 갤러리가 그를 따라다녔다. 우즈는 “(우승 경쟁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축복받았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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