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벤 호건의 골목에 선 타이거 우즈

성호준 2018. 7.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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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건, 디 오픈 첫 출전해서 우승
자동차사고 당한 뒤 4년 만에 재기
기적 이룬 장소가 바로 카누스티
다시 우승경쟁 우즈의 이정표 되야
타이거 우즈는 벤 호건처럼 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23일 새벽 디 오픈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다가 공동 6위(합계 5언더파)로 밀려났다.

이번 대회가 열린 스코틀랜드 던디 인근 카누스티 골프장은 어렵기로도 유명하지만 벤 호건 때문에 널리 알려진 역사적 장소다. 호건은 1953년 이 곳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우승했다. 호건의 유일한 디 오픈 참가였으며, 따라서 그의 유일한 디 오픈 우승이다. 호건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자 그 해 참가한 모든 메이저를 휩쓴 ‘호건 슬램’이었다.

만 40세 11개월로 당시로선 노장이었던 호건은 코스 72홀 최저타를 8타나 경신했다. 독감이 걸린 상태에서 만든 기록이다.

카누스티는 특히 ‘호건의 골목(Hogan’s Alley)’이란 별칭을 가진 6번 홀이 전설적이다. 파 5인 6번 홀은 왼쪽이 OB구역이고 페어웨이 가운데 벙커들이 있다. 이 곳에서 호건은 4라운드 내내 벙커와 OB 사이의 좁은 페어웨이를 공략했다. 경쟁자들은 골목처럼 좁고 위험한 왼쪽 페어웨이를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 근처 디벗은 호건이 낸 것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1953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호건은 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과감한 9번 아이언 칩샷이 홀 뒤를 맞고 들어갔다고 한다. 호건은 “이 짜릿한 버디로 몸살 감기가 떨어져버렸다”고 말했다. 호건은 문제의 6번 홀에서 버디를 했고 여세를 몰아 우승했다.

우즈도 23일 최종라운드 4, 6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 특히 6번 홀 버디는 의미가 있어 보였다. 65년이 지난 지금도 호건의 골목은 어렵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권에 있던 조던 스피스와 토미 플릿우드는 더블보기, 잰더 셰플레는 보기를 했다. 우즈는 벤 호건이 그랬듯 냉정하게 경기하면서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우승까지는 가지 못했다. 우즈는 후반 들어 단독 선두에 올랐다. 1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관중들은 “우리는 (너의 우승을) 믿는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소리쳤다. 바로 그 홀에서 우즈는 이번 대회 내내 하지 않던 실수를 했다. 3번 아이언 티샷을 러프로 보냈고, 두 번째 샷을 당겨친 탓에 갤러리를 맞혔다. 우즈는 플롭샷을 짧게 쳐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2.5m 보기 퍼트에 왠지 자신이 없어 보였다. 결국 더블보기를 했고, 다음 홀에서 보기를 했다.

카누스티 6번 홀에 있는 기념비. 1953년 디 오픈 내내 호건이 좁은 페어웨이를 공략했다고 적혀 있다. [중앙포토]
복귀 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한 이 대회는 우즈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우즈가 여기서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최종 라운드에서 잠시나마 단독 선두에 오른 것이 좋은 징조라면 역전패를 허용한 것은 나쁜 징조다. 우즈는 “올 초만 해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경쟁을 할지 기대하지 않았다. 좋은 기억만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으로 아이를 데려왔으며 아이들이 아빠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즈 의욕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승을 눈앞에 두면 긴장하는 모습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함께 경기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그랬듯 우즈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경쟁자들도 극복해야 한다.

우즈는 만 20세에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32세 이후로 메이저 우승이 없다. 이게 끝이라면 너무 아쉽다.

반면 호건은 늦깎이다. 34세에 첫 메이저 우승을 했고,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만 40세였다.

호건은 1949년 자동차 사고를 당해 “다시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딛고 일어났다.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앞두고 마지막에 무너지곤 했는데 사고 이후 더욱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지게 됐다. 그의 마지막 불꽃이 피어 오른 곳이 바로 카누스티였다.

우즈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재기 스토리는 벤 호건”이라고 했다. 우즈의 재기도 만만치 않으니 호건처럼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면 금상첨화겠다. 카누스티의 이정표가 우즈를 호건의 길로 인도하기를 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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