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때 대한민국 전역서 국민 기본권 제한하려 했다

2018. 7. 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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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계엄 세부자료' 국회 제출
밤 11시~새벽 4시 야간통금
시민 차량운행까지 금지
미국에 '계엄 인정' 외교조처도 추진

한민구 장관, 기무사 문건대로
계엄사령관 육참총장 변경 지시
국방부 내 문건서 드러나

군·검 합동 기무사 수사기구 구성

[한겨레]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을 선포해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엄이 선포된 전 지역에 일반인의 야간통행금지는 물론 차량운행까지 금지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로부터 계엄 인정을 받도록 외교적 조처를 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가 23일 밤 국회에 제출한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기무사는 비상계엄 포고문을 통해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고 계엄 임무 수행군의 임무수행을 위해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을) 선포한다”고 명시했다. 또 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 기본권 제한 요소를 검토한 뒤 기본권의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헌법에 위임받은 계엄법 내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에 의해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에 한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뒤 미국의 ‘지지’를 받으려는 행태도 보였다. 기무사는 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으로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하는 데 협조하도록 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이를 인정받으려 했던 사례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또 계엄사령관은 주한 무관단을 소집해 계엄의 불가피성과 신속한 사회질서 확립 등 계엄 시행 지지를 당부하도록 했다.

또 기무사는 비상계엄 포고문에서 일반인 통행금지 시간을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로 정했고, “지구 및 지역계엄사령관의 통행증을 소지한 자는 통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통행증 발급 대상자는 “공무원, 동원된 민방위 대원, 생활필수품 공급요원, 보도요원 등”으로 한정했다. 또 “계엄 임무 수행군의 원할한 임무수행을 위해 지구 및 지역계엄 사령관이 지정한 도로는 차량운행을 금지하되 허가된 도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국회의원 ‘통제’ 방안과 관련해선 “국회의원 299명 중 진보성향 의원 160여명, 보수성향 의원 130여명” 등으로 성향을 분석했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점을 고려한 듯 “계엄 해제 요구안이 직권상정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초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을 보고받고 한달 뒤 군 당국에 공식적으로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 참모총장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한민구 전 장관이 지난해 4월19일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계엄사령관을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국방부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의 지시는 앞서 기무사가 지난해 3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서 계엄사령관에 육군 참모총장을 임명할 것을 제안한 뒤 한달여 만이다. 한 전 장관의 지시 문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기무사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각 부대와 주고받은 모든 문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이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시기는 지난해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뒤이다. 따라서 한 전 장관이 실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 전 장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하는 기무사의 방안을 보고 듣고 한달 만에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려 했다는 점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와 법무부는 23일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과 전시 계엄 문건 관련 의혹을 풀기 위해 ‘군·검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군·검 합동수사기구는 현재 기무사의 계엄 문건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13일 출범한 기무사 특별수사단과 대검찰청 공안부를 주축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군과 검찰이 공동본부장을 맡는다.

참여연대와 군인권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전 대통령 경호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송경화 노지원 신민정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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