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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정부, 진에어 `면허취소` 밀어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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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내용에 `면허 취소` 명시…국토부 "청문회서 결정" 해명
30일 청문회…이르면 9월 결론
진에어, 국토부에 공개청문 요구
직원들 면허취소 반대집회 계획…취소 강행땐 ISD 제기 가능성
본지, 청문회 통지서 단독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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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진에어에 청문회 참석을 요구하면서 보낸 처분사전통지서에 '항공면허 취소'가 적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와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사실상 '면허 취소'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내에서도 면허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에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 대표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참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자칫 삼성물산·현대엘리베이터 등에 이어 진에어까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매일경제는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측에 보낸 처분사전통지서를 단독 입수했다. 국토부는 이 서류를 통해 7월 30일 청문회 실시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서류 본문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우리 기관(국토부)이 하고자 하는 처분의 내용을 통지하오니 청문에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어 '예정된 처분의 제목'란에 '항공법 제129조에 따른 항공운송사업 면허의 취소'가 명시돼 있다.

'처분하고자 하는 내용' 항목에도 '국내 항공운송사업(여객·화물) 및 국제 항공운송사업(여객·화물) 면허의 취소'가 적시됐다.

이에 대해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이 서류를 보면 정부가 면허 취소 방침을 진에어 측에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로펌 변호사는 "아직 최종 방침이 정해진 게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면허 취소 여부 결정을 위한 청문회'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서류 문구는 '면허 취소를 위한 청문회'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 시각도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업법상 청문은 면허 취소를 전제로 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청문 절차가 면허 취소를 위한 요식행위가 될 것을 우려한 진에어 측도 이날 청문회 공개를 국토부에 정식 요청했다. 진에어 측은 "면허 취소는 임직원 생계는 물론 협력업체, 소액주주, 외국인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청문 내용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청문회 공개 요청 이유를 밝혔다.

국토부 내에서도 면허 취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지난달 29일 "현행법상 진에어에 대한 처분은 면허 취소냐 아니냐만 남아 있다. 과징금 처분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분위기상 진에어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한 만큼 유일한 제재 방안인 면허 취소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한 변호사는 "제목과 처분명이 그런 것이지, 이 서류만 가지고는 정부 입장을 단언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정부 역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손명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청문 통지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진에어 면허 취소는 청문 과정에서 결정될 일로, 국토부 내부에서 이를 미리 확정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청문회에는 진에어의 외국인 주주 대표가 참석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가 청문회에 참석해 면허 취소의 부당함을 피력하고 정부가 결국 취소 조치를 강행하면 ISD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11.7% 정도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과 함께 소액 주주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진에어가 속한 한진그룹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소송 등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진에어 직원들도 회사 구하기에 나섰다. 국토부의 면허 취소에 반대하는 진에어 직원들은 25일 오후 7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면허 취소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국토부는 청문회 이후 다음달 6일까지 추가 의견을 제출하라고 진에어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식 결정은 9~10월께 발표될 전망이다. 쟁점은 '물벼락 갑질' 주인공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외국인 신분으로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로 등재됐던 것이 면허 취소 사유가 되느냐 여부다.

[남기현 기자 / 문지웅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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