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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골프매거진]감성 충족, 수제 클럽의 세계

조회수 2018. 7. 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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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병'은 결국 수제 클럽으로 해결한다는 말이 있다. 클럽 전문가들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해법이다. 장인들은 클럽에 생명을 불어넣어 감성을 충족시키는 작업을 한다. 수제 클럽은 피팅의 '끝판왕'이다.

지난 2013년 2억원이 넘는 수제 퍼터가 출시돼 화제가 됐다. 헤드가 18K 순금으로 제작됐고, 290여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을 정도로 화려했다. 하지만 화려함은 장식일 뿐이다. 퍼터 공학자와 금속공예 명장, 나전칠기 명장 등 전통공예 명장 5명이 제작 과정에 참여했고, 완제품이 탄생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는 게 중요했다. 오랜 연구와 혼신의 수작업 끝에 탄생한 세상에 하나뿐인 클럽, 바로 수제 클럽의 핵심이다.

Piretti 801T GSS Twistneck-독특한 스탬핑과 화려한 색감, 다양한 넥과 헤드 디자인의 조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유명세를 얻은 피레티 퍼터는 소비자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하는 제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신중혁]

수제 클럽은 ‘장인 메이드’로 통한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양산 클럽과는 달리 장인의 손끝을 거친 뒤 하나씩 만들어진다. 철의 담금질과 연마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수제 클럽이 있는가 하면, 최종 공정 작업 때만 장인의 손길로 마감되는 클럽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공정 단계인 그라인딩 작업을 숙련된 장인이 하느냐, 아니면 일반인이 하느냐에 따라 수제 클럽의 경계가 나뉜다고 입을 모은다.

길제성 J&J 피터는 “숙련된 사람이 최종 공정을 하면 완성도가 높아진다. 아이언과 퍼터 솔 디자인과 성능 부분이 확실히 달라진다. 장인이 그라인딩 작업을 한 클럽은 양산 클럽과는 달리 예쁘게 딱 서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인들은 다양한 그라인딩 기계로 헤드를 다듬어 맞춤형 클럽을 완성한다. 일반 클럽과 선수용 헤드가 조금 다른 이유도 장인의 손길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제 클럽은 완성도와 더불어 희귀성이 더해지면서 가격대도 고가로 책정된다. 피터인 한평구 한스클럽하우스 대표는 “수제 클럽은 하나뿐인 맞춤형 클럽이다. 골퍼들은 누구나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클럽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수제 클럽은 골퍼에게 피드백을 받은 후 스펙에 맞게 디테일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하다. 그래서 수제 클럽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T.P. Mills Tribute Crocodile SGSS Flamed(왼쪽)-50년이 넘은 전통의 수제 퍼터 메이커인 T.P.밀스의 2대 오너인 데이비드 밀스의 걸작이다. 데이비드 밀스는 최신 기계를 이용한 편한 방법 대신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퍼터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어 독특한 느낌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고 있다. Tyson Lamb Electric Lamb SS(오른쪽)-미국 퍼터 메이커의 떠오르는 신성, 제2의 스카티 카메론이라 불리는 타이슨 램의 작품이다. 메탈블록에서 시작해 밀링, 스탬핑, 피니시,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램이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신중혁]

골프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는 양산 클럽이 득세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제 클럽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장인이 만드는 T.P. 밀스, 스카티 카메론, 베티나르디 등의 수제 퍼터는 비싼 가격에 불티나게 팔린다. 이들 회사에서 나오는 수제 퍼터를 들여다보면 클럽의 색깔과 문양들이 미세하게 다르다. 망치 등으로 연신 두드려 연마한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흔적들이 배어 있어 디테일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본 제품을 장인 클럽으로 많이 인정한다. 특히 히메지 지역에서 터를 잡은 뒤 오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제스타임(교에이 공업), 에폰, 미우라기켄, 후지모토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히메지 지역은 일본 내에서 철이 유명한 지역이라 철로 만든 제품들이 최고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작업의 정밀도는 기계와 공구, 제작 환경, 숙련도 등에 좌우된다. 최적의 환경에서 30년 이상 클럽을 제작하고 있는 전문가들, 즉 장인들은 주로 이곳에 몰려 있다. 클럽 한 개를 만드는 데 꼬박 10일이 걸릴 정도로 공정 과정은 힘들고 복잡하다. 그래서 장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기술 계승자도 많지 않다. ‘장인 클럽’은 앞으로 더욱 희귀해질 수도 있다.

ZESTAIM I.O GRIND BLACK-교에이 공업의 수석장인 이사오 오카무라의 이름을 따서 만든 웨지로 제스타임을 대표하는 중상급자용 웨지다. V 그라인드 솔을 적용해 공과의 콘택트가 즉각적으로 이뤄진다.[신중혁]

아이언이나 웨지 헤드를 전문으로 만드는 제스타임 등의 클럽을 보면 표면이 거칠다. 수작업을 했다는 흔적이다. 본인의 스펙에 따라 헤드의 모양이나 형태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길제성 피터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수제 클럽을 사용한다면 일단 클럽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다. 클럽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자체가 50%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도 과거에는 일본의 명품 수제 클럽을 사용했다. 수제 클럽은 명품 시계와 비교가 가능하다.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스위스의 명품 시계들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숙련된 기술자가 제작하는 시계는 정교하고 고장이 잘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소규모로 생산되어 그 가치는 더 올라간다.

수제 클럽은 대량생산의 반대편에 선 장인 정신의 산물이다. 예전에는 상급자들이 수제 클럽을 주로 애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골퍼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수제 클럽에 눈을 돌리고 있는 비기너들도 제법 있다. 이제는 비기너들도 쉽게 칠 수 있는 수제 클럽들도 생산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양산 클럽보다 최소 1.5~2배 비싸지만 자신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골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커스텀마이징 클럽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도 다 자신만의 클럽을 갖고 싶어하는 골퍼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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