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천동 시민아파트 살릴 대안없나?..광천동 성당은 존치

2018. 7. 23. 10: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철거를 1년여 앞둔 광주 시민아파트에서 5·18과 시민군 윤상원, 들불야학의 기억을 되살리는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시민아파트 바로 옆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출발한 들불야학은 1979년 1월 다동 2층 방으로 학당을 옮겼다.

광주시도 지난 해 시민아파트가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한겨레> 2017년 5월 20일치 1·3·4면)이 이미 나왔지만 5·18 사적지로 지정해 역사적인 공간을 보존할 노력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 문화·예술인들 21일 시민아파트에서 게릴라 콘서트
내년 하반기 철거.."시민자산화로 공적공간으로 보존을"

[한겨레]

지난 21일 광주 광천동 시민아파트에서 현대무용가 나은영이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영혼결혼식을 올린 박기순의 역을 맡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아파트 나동 계단에 놓인 그림 속의 윤상원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대하 기자

철거를 1년여 앞둔 광주 시민아파트에서 5·18과 시민군 윤상원, 들불야학의 기억을 되살리는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광주시가 역사적인 공간이 재개발로 사라지는 것을 방관하지 말고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오후 1시 광주시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나동 출입구에 9명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주홍 작가가 흑색 페인트를 묻힌 스펀지를 흰 천 위에 눌러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1980)의 얼굴 형상을 ‘탁본’처럼 그려나갈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배경 음악으로 울려퍼졌다. 그들은 이날 이곳서 1년여 뒤에 사라질 시민아파트의 역사적 의미를 환기시키는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윤상원 열사의 방이 있던 광천시민아파트 B동 앞에서 주민들이 화단과 화분에 심은 채소를 돌보고 있다.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시민아파트는 광주·전남 최초의 노동야학인 들불야학(1978년 7월~1981년 7월)의 근거지였다. 윤상원은 박기순(1957~78)이 주도한 들불야학에 참여하면서 이 곳에 입주했다. 시민아파트 바로 옆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출발한 들불야학은 1979년 1월 다동 2층 방으로 학당을 옮겼다. 윤상원·박용준(1956~1980) 등은 시민아파트에서 5·18 당시 최초의 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했다. 옥중단식 뒤 사망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1953~1982)과 시민군 기획실장 김영철(1948~98)도 들불야학 강학들이었다. 한국 민주주의 상징곡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사연이 시작된 곳도 시민아파트다.

하지만 1970년 사용승인이 난 시민아파트(3개동 184 가구)는 ‘광천동 주택 재개발 정비(42만6380㎡)사업’에 따라 2019년 하반기께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된다. 광주시도 지난 해 시민아파트가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한겨레> 2017년 5월 20일치 1·3·4면)이 이미 나왔지만 5·18 사적지로 지정해 역사적인 공간을 보존할 노력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다행히 들불야학 옛 터(5·18 사적지 27호)가 있는 광천동 성당은 재개발 사업 구역 안 존치구역으로 포함돼 원형 보존된다.

들불야학 강학·학강들과 유족들이 5·18 광주민중항쟁 37주년을 앞두고 들불야학의 근거지였던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광천시민아파트 앞에 함께 섰다. 왼쪽부터 윤태원(윤상원 항쟁지도부 대변인 동생), 서대석(3기 강학. <투사회보> 제작.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임낙평(1기 강학. 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 윤순호(2기 학강. <투사회보> 제작. YWCA 최후항전 중 체포·고문), 김순자(김영철 항쟁지도부 기획실장 부인), 조순임(1기 학강. <투사회보> 제작).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1980)은 80년 5월27일 새벽 시민군의 거점이었던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가 숨졌다. 윤상원 등 시민군이 계엄군의 진압 사실을 알고도 마지막 새벽을 죽음으로 맞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1982년 2월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열리고 두달 뒤인 그 해 4월 황석영과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두 사람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었다. 한국 민주주의 상징이 된 이 노래의 탯줄도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들불야학과 시민아파트다. 가수 박종화씨 제공
지난 21일 광주 광천동 시민아파트에서 주홍 작가가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1980)의 얼굴 형상을 ‘탁본’처럼 떠 그리고 있다. 이날 동료 예술인들은 자발적으로 배경 음악을 연주하고, 시민아파트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정대하 기자

일각에선 시민아파트를 시민시민자산화 개념을 통해 공적공간으로 살려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시민단체들은 오래된 극장과 양조장 등 도시 공동유산을 시민이나 자치단체가 매입해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사용하자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5·18 사적지 29곳 중 녹두서점 옛터(8호)와 고 홍남순 변호사 자택(29호) 등 사유지도 공적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시민아파트를 앞으로 생길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 공원부지의 일부로 살려서 설계해달라.” 이날 게릴라 공연에 참가한 예술인들은 한 목소리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