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린온 프로펠러, 사고 전날 통째로 뗐다 붙였다

이근평 2018. 7.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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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립된 프로펠러 균열 가능성
조사위에 외국인 전문가 포함 검토
20일 오후 해병대가 지난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 사고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추락해 5명의 사망자를 낸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사고 전날 부품 교체 과정에서 프로펠러로 불리는 로터 블레이드(회전날개) 통째가 분리됐다 다시 조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조사위)'는 이때 회전날개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16일 진동을 잡는 댐퍼(회전날개와 날개를 돌리는 축 사이에 끼는 부품)를 교체하면서 회전날개 전체를 탈·부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당시 외부 충격으로 회전날개 1개의 이음부에 균열이 생겼고 이륙 뒤 이 균열이 문제를 일으켜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중이다"고 말했다.

정비를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해병대 관계자는 해당 작업 다음날인 17일 오전 항공기용 실시간 안전진단시스템(HUMS)으로 회전날개의 균형 수치를 테스트하고 계측장비로 진동을 측정했다. 이후 이날 오후 시험비행이 이뤄졌고 마린온은 이륙 후 회전날개 4개 중 1개가 떨어져 나간 뒤 바로 추락했다. 당시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볼 때 군 당국은 측정된 진동 수치가 비행금지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헬기의 진동 수치가 3이면 비행금지, 2면 조종사 판단하에 비행이 가능하다.

이 소식통은 "레벨 3에 비행을 시도했을 리는 없다“며 “결국 직접적 사고 원인은 과도한 진동보다는 이전부터 존재한 부품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19일 공개된 사진에서 회전 구동축과 회전날개의 가교 구실을 하는 슬리브의 절단면이 칼로 잘라진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군과 방산업계는 부러진 회전날개를 잡고 있던 슬리브의 균열 모양에 주목하고 있다. 회전 구동축과 회전날개의 가교 구실을 하는 슬리브가 칼로 잘린 듯 절단됐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애초 슬리브에 금이 가 있었다면 이같은 절단면이 가능하다”며 “진동 등 이륙 뒤 충격이 이유라면 슬리브가 뜯겨나가 절단면이 울퉁불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리브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전날개 전체를 뜯었다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세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위 역시 전날 작업 과정에서 슬리브에 균열을 냈을 만한 요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리브를 포함해 불량 부품을 조달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병대와 유가족대표는 해병대ㆍ해군ㆍ육군ㆍ공군으로 구성된 조사위를 추후 민ㆍ관ㆍ군 합동조사위로 재구성한다는 데 지난 21일 합의했다. 2016년 노르웨이에서 추락한 ‘슈퍼 푸마(마린온의 원형)' 사고를 담당한 외국인 전문가를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고 박재우 병장 유품을 돌려받은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순직한 장병들의 영결식은 23일 오전 9시30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순직 장병들의 영현은 고인들이 해병대 정신을 키웠던 항공대 등 주둔지를 돌아본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해병대와 유가족대표는 장병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 건립도 추진키로 했다. 전 사령관은 조사에서 “5인의 해병을 뼈 속에 새기고 뇌리에 각인하겠다. 그들의 꿈과 우리의 꿈은 하나였다. 해병대는 유가족 여러분을 해병대 가족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 해병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날개를 달고 5인의 해병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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