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기자의 현장+] '폭염을 뚫고 불길 속으로'..소방관, 오늘도 '화마'와 싸운다

김경호 2018. 7.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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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화복 내부온도 40도 이상 / 화재 진화하면 탈진하기 일쑤 / 현장은 불덩이를 안고 뛰어드는 기분 /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 / 열사병이나 두통·오환·탈진 등의 위험을 안고 화재 현장 달려가 / 진화 작업 중 탈진으로 쓰러지는 소방대원이 적지 않아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마친 현장대응단 구조 2대장 정윤태 소방위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대원들과 함께 걷고 있다.


“이 폭염에 가만히 있어도 땀에 젖죠. 불길 속으로 뛰어들면 긴장한 탓에 온몸은 금세 땀으로 목욕합니다. 숨은 턱턱 막히고, 불 속은 검은 연기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한발 한 발 내딛기도 힘듭니다. 시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 낮 기온 35도까지 치솟은 지난 20일 오후 14시 21분 서울 중부소방서 상황실에서는 전화기가 울렸다.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신고가 들어온 곳은 서울 중구 남산동 오래된 한 건물이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낮 기온 탓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신고자가 일러준 화재 장소는 서울 중구 남산동 3가 순환길. 그중에서도 평소에서 차량이 가장 잦은 길에서 난 화재로 크게 번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순식간 비상 사이렌 소리가 서울 중부소방서가 떠나갈 듯 요란하게 울렸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회현 119안전센터 3팀장 김광진(54) 소방위가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리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회현 119안전센터 3팀장 김광진(54) 소방위가 대원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소방대원들이 차량에 탑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5초. 55명의 소방대원이 18대(지휘차 1대, 탱크차 3대, 구급차 2대, 펌프차 3대, 굴절차 1대, 화재조사차 1대 구조차 1대 등)의 화재 진압 차량에 나눠 올라탔다.

전속력으로 출동한 대원들이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불과 5분. 신속하게 차에서 내린 소방대원들은 서둘러 특수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개인 장비를 챙겨 입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불이 난 건물로 뛰어들었다. 용단 작업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지하 1층에서 시작됐다. 각종 공사 자제가 가득한 탓에 화염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건물로 번졌다.

건물 내부는 이미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후끈한 열기에도 화재 현장의 필수 장비인 공기호흡기 마스크 안쪽 면에 거친 입김에 물방울이 맺혀 소방대원들은 시야 확보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3가 한 건물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폭염특보까지 더해진 도심 한복판의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불덩이를 안고 뛰어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숱한 화재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며 경험을 쌓은 소방대원들 움직임에는 순간의 망설임이 없었다. 방화복 너머로 검은 연기와 뜨거운 열기 속으로 한발 한발 내디디며 불길을 잡아냈다.

신속한 판단과 빠른 대응으로 발화 지점을 찾았다. 화마와의 힘겨운 사투 끝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진화를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온 소방대원들은 샤워하듯 온몸은 그야말로 땀으로 범벅이 됐다. 20㎏ 소방장비를 멘 채 체력은 바닥나 걷기에도 힘겨워 보였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소방대원들의 마스크 안쪽 면에 거친 입김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회현 119안전센터 3팀장 김광진(54) 소방위가 대원들을 통해 내부 상황을 듣고 있다.


방호 헬멧을 벗어젖힌 이들의 온몸은 마치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헬멧을 벗는 순간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얼굴에서 그을음과 뒤섞인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생수를 단숨에 들이켠 회현 119안전센터 3팀장 김광진(54·남) 소방위는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날씨에 방화복을 입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면 덥다”며 “안에 옷이 다 젖고 이 더위 속에 이중고의 고통이 있지만, 시민의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이라고 전했다.

요즘 같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화재 진압은 소방대원들의 체력 소모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여름철 개인 장비를 착용하고 진화 작업 등을 수행할 경우 체온이 43도까지 올라간다. 폭염에도 방화복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어 열사병이나 두통·오환·탈진 등의 위험을 안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무거운 장비를 메고 힘겹게 걷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한 소방대원이 잔불 제거 작업을 하기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기 위해 소방대원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소방대원의 화재 장비인 방호 헬멧, 방화복, 안전화, 공기호흡기, 연기투시기. 무전기 등을 착용한다. 그 무게는 20∼25㎏. 쌀 20kg 한 가마니씩을 등에 지고 볼 속을 뛰어드는 셈이다.

출동을 다녀오면 땀에 젖는 것은 기본. 하지만, 마음 놓고 씻을 수도 없다. 화재 등 각종 출동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대 근무가 시간이 돼서야 샤워장에 들어가 간다. 그전에는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게 전부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구조 2대장 정윤태 소방위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마친 한 소방대원이 물을 마시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현장대응단 소방위 장석용 대장이 건물 내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장대응단 진압대원 김도인 (35·남) 소방사는 “더워도 안전을 위해서 방화복을 벗을 수가 없다”며 “화재 진압을 완료 이후 차량에서 시원한 생수를 마시며 오늘도 시민들에게 보람된 일 좀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안전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대응단 구조 3대장 정윤태(49·남) 소방위는 “방화복은 땀복이라고 보면 됩니다. 힘도 들고 무거운 장비로 현장을 누비다 보면 땀에 흠뻑 젖는 일은 일상이다” 라며 “비록 힘들지만, 현장 출동 이후 초기에 진화되면 깊은 안도의 한숨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한 구조대원이 연기를 마신 용단 작업자를 이송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입고 있는 특수방화복은 40도에 달하는 열기를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보통 진화 작업 중 내부온도가 40도 이상 오른다. 여기에 특수방화복은 통풍이 안 돼 소방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렇다 보니 진화 작업 중 탈진으로 쓰러지는 소방대원이 적지 않다. 2013년 8월 무더운 날씨에 한 소방대원에 장시간 화재 진압을 하면서 고온의 복사열로 탈수와 탈진 현상이 심해 숨졌다. 폭염에 시달리는 소방대원들은 다른 계절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구조 2대장 정윤태 소방위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대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 전응식 소방령 “불은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출동하고 진압하는 과정이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고 했다. 이어 “소방관들은 늘 시민들 옆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응원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였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마친 소방대원들이 무거운 장비를 메고 힘겹게 걸어나오고 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심 속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회현 119안전센터 3팀장 김광진(54) 소방위가 굵은 땀을 흘리며 걷고 있다.


소방안전본부는 여름철 사용량이 많은 냉방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 전에는 필터 등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팬 작동 이상 유무를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외기와 벽 간격을 확보해 열이 쌓이는 것을 막고 주변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리를 비울 때는 전원을 꺼서 작동을 중지하고 냉방기 위에 물건을 올려놓는 것을 삼가야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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