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과자·우유 줄줄이 인상.. 대체 안오르는 것 무엇?

김충령 기자 2018. 7. 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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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입맛도 없는데.. 외식물가부터 밥상물가까지 뜀박질

서울 동대문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난달 양념치킨 가격을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렸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1만7000원에 팔 것을 권했지만, 김씨는 "그 가격엔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배달원 3명의 월급을 올 초 각각 200만원에서 230만원으로 올려줬다. 홀서빙 담당 아르바이트생 급여도 14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해줬다. 직원들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손님들이 다른 곳보다 1000원 더 비싸다고 항의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원재료 값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며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특히 높은 외식업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해 가공식품으로 파급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10.9% 오를 예정이어서 먹거리 물가 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외식 값 들썩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대표적인 8개 외식 메뉴 가운데 7개 품목의 가격이 작년보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서울의 냉면 평균 가격은 880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올랐다. 삼겹살은 1만5621원(200g 기준)에서 1만6489원으로 5.6% 인상됐다. 김치찌개 백반과 칼국수도 각각 2.6%, 1.8% 상승했다.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은 올해 들어 대부분 가격을 올려받고 있다. 봉피양은 올해 초 평양냉면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렸고, 필동면옥도 냉면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이조면옥은 지난 5월 냉면 가격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서민 메뉴'의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중식 프랜차이즈 홍콩반점은 지난 3월 짜장면을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짬뽕을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김밥 전문점 김가네는 지난 4월 '김가네김밥' 가격을 3000원에서 3200원으로, 라볶이는 50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우동 프랜차이즈 역전우동은 대표 메뉴인 '옛날우동' 가격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전체 지출에서 임금 지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외식업 특성상 인건비가 이렇게 뛰는데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영세 사업체로 구성된 음식·숙박과 같은 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다.

"인건비 가파른 상승, 물가 인상 불러"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값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국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7원 오른 1611.6원을 기록하며 2014년 12월 넷째 주 이후 가장 높다. 공장에서 만드는 가공식품도 원료 및 부자재 가격 인상에 인건비·물류비 인상이 겹치면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오뚜기 순후추(100g)의 편의점 판매가가 3400원에서 5000원으로 47% 오르는 등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빼빼로 4종 가격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리는 대신 중량을 15% 늘렸다.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맛동산 가격을 각각 25%, 33.3% 올렸고, 팔도는 비락식혜와 비락수정과 가격을 11.1% 인상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유가공업체들이 낙농업계로부터 원유(原乳)를 살 때 적용하는 원유 가격도 현재 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오른다. 우유가 들어가는 유제품과 빵, 과자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의 지난달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품목 중 절반이 전달보다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2.6%)·어묵(2.6%)·햄(1.9%)·냉동만두(1.4%)·카레(1.4%) 등 15개 품목이다. 특히 냉동만두와 어묵 등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후인 지난 2월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콜라(-3.2%)·소시지(-2.7%)·참치캔(-1.3%) 등 8개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발 물가 인상이 내수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정부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르는 역설적인 형국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정책 취지와 상관없이 자칫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생활산업연구실장은 "임금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이 오르면서 같이 올라가야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저임금과 물가는 오르는데, 생산성이 늘지 않아 대다수 사람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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