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이어 '중국몽' 등 시진핑 정치표어 제거령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8. 7. 23. 03:06 수정 2018. 7. 23. 09: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RFA, 베이징市 순이區 지시 공개
지난 5월엔 베이징大 73세 동문이 개인숭배 비판 대자보 내걸기도
시진핑을 비판한 베이징대 대자보

최근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철거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간 데 이어 이번엔 '시진핑 신시대사상' '중국몽' 등 베이징 도심을 도배했던 시 주석 관련 정치 표어를 제거하라는 지침이 하달됐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가 22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미국의 중화권 매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는 베이징시 순이구(區) 당국이 지난 13일 관내에 하달한 통지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통지문은 '19차 당 대회 관련 구호들을 제거하라는 시(市) 선전부 지시에도 불구하고 철 지난 선전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오는 20일까지 이를 모두 제거하라'는 내용이다.

철거 대상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길잡이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자'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중심으로 더욱 단결하자' 등 15종의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입간판·선전판 등이다. 시 주석의 초상화에 이어 정치 표어까지 제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은 시 주석 개인숭배에 대한 중국 내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을 겨냥한 원로 지식인들의 쓴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산둥대학 퇴직 교수인 쑨원광(84)은 시 주석에게 보낸 20일자 공개 서신에서 "중국은 학교에 못 가고 노후를 보살피기 힘들고 병으로 고통받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고 1인당 GDP도 세계 79위에 불과하다"며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에서 독재자들을 지원하느라 돈을 펑펑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초에는 판리친(73)이라는 베이징대 노(老)동문이 모교 캠퍼스에 '개인숭배 반대, 헌법 사수, 임기제 준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마오쩌둥 개인숭배가 초래한 재난을 상기시키면서 24개항에 걸쳐 시 주석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생물학과를 다니다 홍위병에 폭행당해 다리가 부러지는 고난을 당했던 그는 문혁 이후 모교 교직원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그는 대자보에서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종신 집권을 하려고 한다"며 "한입에 달을 삼키고, 또 한입에 해를 삼키려고 하더니 이제 전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시 주석이 별다른 업적도 없으면서 종신 집권을 추진한다"며 "헌법에 추가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낡은 관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가 손으로 써 붙인 대자보는 단 10분 만에 제거됐다. 판리친은 "베이징대는 사상과 자유, 포용의 지대"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중국이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 21, 22일자 1면은 시 주석의 아랍에미리트(UAE) 및 세네갈 순방 기사로 도배됐다. 미·중 무역 전쟁 속에 지난 19일 중동 및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두 나라에 이어 르완다·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방문한 뒤 모리셔스를 거쳐 28일 귀국한다. 외신들은 "열흘간이나 베이징을 비운다는 것 자체가 시 주석의 권력이 여전히 흔들림없이 공고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