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능에 물부족”… 거리 뛰쳐나온 이라크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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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전기도 끊겨… 시위 확산
“터키 댐 건설에 제때 대응 못해”, 높은 실업률-치솟는 물가에도 분노
성난 시위대, 공항-항구까지 봉쇄

이라크 정부의 무능함에 지친 이라크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치솟는 물가, 물·전기 공급 부족 등에 지친 시민들의 분노가 대규모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한낮 체감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중동지역 언론에 따르면 8일 이라크 남부의 대도시 바스라를 중심으로 발생한 민생고 시위가 약 2주에 걸쳐 수도 바그다드 등 전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성난 시위대는 돌멩이로 맞섰다. 바스라 지역 시위대는 주요 항구나 공항, 국경지대로 가는 길목까지 막아섰다.

20일 바그다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벌어진 한 시위 참가자는 “정부의 무능함에 시민들만 괴롭다. 물과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는 필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바그다드뿐 아니라 나시리야, 나자프, 디카르 등 주요 지역 곳곳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디와니야시에서는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사망하는 등 다수의 사상자도 나오고 있다.

시위가 처음 발생한 바스라주는 이라크 전체 원유 수출의 95%를 담당하는 곳이다. 외국 석유회사들이 대규모로 진출해 있어 이라크 내에서 에너지 기업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시위대는 외국 회사들이 지역 주민은 고용하지 않고, 정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물과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이라크는 한낮 체감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더위를 식혀줄 물과 전기는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더위를 식혀줄 물과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이라크 정부의 무능함에 시민들의 분노는 날로 커지고 있다. 부실한 공공서비스, 높은 실업률 등에 불만을 품은 가난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규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뒤늦게 이라크 정부는 물·전기를 공급하는 인프라 시설에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며 급한 불을 끄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동 언론은 이라크 민생고 시위가 수개월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라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라크 위쪽에 위치한 터키가 수년 전부터 댐을 건설해 물을 채워오는 동안 이라크 정부는 이렇다 할 외교적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리어 이라크 정부는 5월 “시민들 사이에 물 부족 공포를 조장하려는 의도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라크 하산 알 자나비 수자원부 장관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다. 어느 나라나 겪는 위기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정부 무능#물부족#이라크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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