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손보자는 문희상..親文 시큰둥

윤지원 2018. 7.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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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연일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의회주의자' 문 의장이 실제적인 삼권분립을 위해 입법부인 국회의 위상을 청와대 못지않게 강화하는 복안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막상 문 의장의 친정인 여당에선 이런 입장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여당 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세력 격인 '친문(親文)'들은 개헌에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청와대 국정과제 이행이 시급하다고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의회주의자' 문 의장과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옹호하는 친문 원내지도부 간에 극명한 온도 차가 벌어진 것이다.

22일 국회의장실 고위 관계자는 "문희상 의장표 개헌의 전제는 정치 개혁"이라며 "일단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구태적인 기득권 정치 청산과 새로운 피 수혈을 단행하고, 개헌을 통해 입법 권력을 행정 권력과 비등하게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 의장은 삼권분립 원칙을 주장하면서 국회의 총리 추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여야가 합의한 총리를 국회에서 의결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는 형식이다.

지난 17일 문 의장은 제헌절 축사에서 "정치 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권력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 구조에 있다"면서 "올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개헌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올해 상반기 개헌이 추진될 당시에도 야당이 주장한 국회의 총리추천제가 합의의 변수로 떠올랐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대통령과 총리가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문 의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헌에 대해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개헌 이슈를 꺼내면 여야가 서로 분열되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민생·평화 입법에 차질이 생길 것이며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투표 미달로 불성립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도 올 하반기 개헌엔 부정적이다. 특히 문 의장이 염두에 둔 총리추천제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대통령 국민헌법자문특위 핵심 관계자는 "개헌 논의 당시 대통령과 참모진은 '6월 동시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야권과의 타협점으로 총리추천제의 여지를 열어두자'는 자문특위 위원들의 제안을 일축했다"며 "대통령 연임제 외에는 제2, 제3의 권력 구조 개편안을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입법부에 대한 불신이 아주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헌에 미온적인 현 원내지도부는 1년 후면 교체될 것이지만 문 의장 임기는 2년"이라며 "민주당이 태평천하를 누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에 권력 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친문 성향 초선 의원은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후반기 국회가 민생 개혁과 개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며 "사실상 6월 동시 개헌이 불발되며 이미 개헌의 정치적 적기는 넘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내 지도부의 또 다른 핵심 의원도 "21대 총선 전에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반드시 개헌 논의와 연동돼 진행될 필요는 없다"며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거의 휘발되고, 민생을 챙기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올해 대통령이 발의한 것(개헌안)에 대해 제대로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폐기한 지가 얼마 안 됐다"며 "(개헌에 대한 논의를) 앞으로 (야당과) 같이 해봐야 하겠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아직 원내지도부와 개헌에 관한 의견 교환을 한 바 없기 때문에 온도 차가 빚어졌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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