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의혹들..코마트레이드·이재명·은수미의 수상한 관계

천금주 기자 2018. 7. 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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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은수미 현 성남시장이 조폭 출신 기업가 연루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성남시 최대 조직폭력집단인 ‘국제마피아’파와 성남경찰과의 유착관계를 다루면서 전현직 성남시장의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21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 사건, 그 후 1년’이라는 제목으로 ‘국제마피아’파와 성남시의 유착관계를 파헤쳤다. 파타야 살인 사건은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의 고급 리조트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25살 공대생 임동준씨의 살인 사건을 말한다.

지난해 7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해당 사건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춘 임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향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이자 성남국제마피아 조직원이었던 일당은 임씨가 파타야에 도착하자마 여권을 빼앗고 감금 한 뒤 폭행을 가했다.

결국 임씨는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건 당일 임씨와 함께 있었던 유력한 용의자 윤씨는 태국 경찰에 자수했지만 임씨를 살해한 사람은 김형진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는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윤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한 뒤 다음날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제작진은 방송 후 김씨가 베트남 특정 장소에 숨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인터폴과 베트남 현지 경찰의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 4월5일 검거했다. 김씨는 입국 당시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면 XX직지 말던가. 뭐하는 짓이냐”고 욕설을 내뱉어 충격을 줬다.

경찰청 외사과 인터폴 전재홍 계장은 “우리가 살해, 사체유기 도박 개장 등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에서는 살인, 사체유기는 기소 중지했다”며 “윤시가 15년인데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살해당한 이는 있지만 살해한 이는 없는 사건이 됐다.

이에 제작진은 김씨의 베트남 생활을 추적했다. 도피 중이었던 김씨가 살았다는 푸미흥 한인타운에서는 뜻밖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숨어 지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씨는 건물을 인수해 직접 식당까지 운영했다. 식당을 지인에게 넘긴 김씨는 호텔 카지노에서 사채업까지 했다.

김씨는 주변에 “내가 한국에 당분간 못 들어간다. 내가 그런건 아니고 선배가 사람을 죽였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가면 몇 년 살아야 된다”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혐의에서 왜 살해혐의가 빠졌냐는 질문에 검찰 측은 “관련 증거가 태국에 있어 한시적으로 시한부 기소 중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베트남 현지에서 복역 중인 윤씨의 조사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윤씨의 국내 송환 여부에 대해 검찰 측은 “그럴 필요가 있냐. 증거만 받으면 된다. 사람 오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법률전문가들은 “폭행 장소에 함께 있던 두 사람은 공동 정법으로 데려와 증언을 청취할 수 있게끔 하는 조약도 체결돼 있다. 검찰이 수사의지가 얼마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베트남 현지에서 취재 중 지인에게 의미심장한 증언을 듣게 됐다. 한 지인은 “한국에서 죄가 있어서 넘어왔는데 뒤에서 봐줘서 검찰이 조율 중이라고 했다.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대외적으로 카지노에서 일하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대사관에 연락해 재판 관련 이야기도 했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식당을 운영하고 불법 사채업을 하면서 재판에 유리한 증거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었던 이유는 김씨에게 숨은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인들은 주장했다.

결국 제작진은 김씨의 28개월 간 도주 행적을 추적한 결과 김씨가 경기도 성남시 최대 조직폭력집단인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한 남자를 알게 됐다.

그는 중국 전자제품의 국내 총판 계약을 맺는 코마트레이드 대표였다. 김씨의 지인은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파의 약자”라고 폭로했다. 국제마피아파는 경기도 성남시 유흥가를 중심으로 조직돼 건설 현장 이권 개입, 집단 폭행, 성인 PC방 등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성남지역의 최대 폭력 조직이다.

1년간 태국에 있는 KTM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한 제보자는 이 회사의 대표가 코마트레이드의 대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작진에게 “꾸준히 마이너스 1억씩 났던 회사여서 무슨 일을 하나 싶었다”며 “2015년 6월 태국 푸켓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8명이 검거됐는데 다음날 회사 사람들이 모두 검거된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보고 회사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KTM은 코리아 타이 마피아의 줄임말로 유치장에 수감된 이들의 식비, 보석금, 변호사지용 등을 대고 태국 경찰에 뇌물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코마트레이드 전 직원은 “이 대표가 조폭 출신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회사 분위기가 달랐다”며 “평사원은 계열사 대표까지 국제 마피아파 조직원이 맡고 있었고 회사에서는 유령들이라고 했다. 월급만 받아가는 직원이 10여명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 직원은 “김씨가 성남 수정경찰서에 있다가 안 좋은 일로 잘리고 데려온 사람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성남의 한 유흥업소 사장은 제작지에게 “건달들이 와서 싸우는 와중에 술취한 민간인이 왔고 건달들 있는 방에 들어가니까 등을 찔러버렸다”며 “출동한 경찰이 혼자 술 취해 비틀거려 넘어지면서 찔린거라고 진술하라고 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국제마피아파를 둘러싼 또다른 의혹도 파헤쳤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의 운전을 해줬다는 최모씨는 급여를 코마트레이드에서 지급해 조폭 출신 기업가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코마트레이드 본부장 B씨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대표가 은수미 의원을 좋아했다”며 “노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노동 쪽을 하다 보니 이 대표가 나한테 운전해줄만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B씨는 20대 총선 낙선 당시 은 시장과 이 대표가 함께 식사를 했다고 했다. B씨는 “이 대표가 은 시장에게 4년 동안 지원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해드리겠다. 돈이든 차든 기사든 전폭적으로 지원해드릴테니 힘내시고 4년 후에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적 음해와 모략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반박했다. 은 시장은 또 최씨를 자원봉사자로 기억했다. 그러나 최씨는 시간 날 때 잠깐하는 봉사활동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1년간 라디오 고정 2개가 있었고 한 학기 동안 중앙대 강의를 했다”며 은 시장과 주고 받은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B씨는 이 대표의 공범으로 구속됐던 노모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은 시장 측근의 동생이었다는 근거로 이 대표가 국제 마피아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경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성남시장 당시 SNS에 코마트레이드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그가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와 코마트레이드가 후원협약을 체결했다. 또 2016년 코마트레이드는 성남시 선정 중소기업인 대상 장려상도 수상했었다. 당시 회계사는 “2015년 8월 설립된 회사로 추천 서류에 빈칸도 채울 수 없는 회사인데 어떻게 된거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담당자는 “담당자는 서류만 본다. 1차 서류심사는 수출이 많냐. 매출액이 높냐를 보면 되는데 공고문에 나온다”고 반박했다. 성남시는 채점표와 코마트레이드 자료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때문에 의혹은 자연스레 이 도지사에게 향했다.

이 도지사는 취재진에게 전화 해 “팩트체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조폭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관내 기업인 중 하나가 복지시설에 기부를 많이 하고 빚 탕감 운동에 동참했고 성남 FC에 기부했다. 권장차원에서 일반적 절차에 따라 우수기업에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성남 국제마피아파 변호에 대해서는 “조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와서 선량한 시민인데 억울하게 잡혀있으니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이 사건을 수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입수한 판결문도 공개됐다. 이 도지사가 변호한 피고인은 2명이었으며 그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성남 국제마피아파 초기멤버인 김모씨는 행인을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다른 김씨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했고, 문신 시술자를 감금해 시술하게 한 뒤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 도지사는 자신의 조직폭력배 연루설 보도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은 조폭?..끝없는 이재명 죽이기..SBS ’그알'의 결론?'이라는 글을 통해 “거대 기득권 ‘그들'의 이재명 죽이기가 종북·패륜·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는다”며 “’그들'을 옹위하던 가짜 보수가 괴멸하자 직접 나선 모양새인데 더 잔인하고 더 집요하고 더 극렬하다”고 비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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