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여름축제 연기 속출
하동 재첩축제, 김해 허왕후신행길축제도
열흘이 넘게 이어진 살인적 폭염에 전국 여름 축제들이 잇따라 연기·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로 14년째 이어져 온 강원 태백해바라기 축제는 폭염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일 개막했지만 불볕더위 때문에 아직 꽃이 피지 않아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 때 내린 폭우는 잘 견뎠지만, 불볕더위에 해바라기가 말라 비틀어지거나 반점이 생겨 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엔 축제 개막에 맞춰 3만3057㎡(1만평) 부지에 해바라기가 폈다. 애가 탄 축제위원회 측은 밤새도록 스프링클러를 틀어 100만 본의 해바라기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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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재첩축제장 무대 철거 한창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경남 하동군 재첩축제장도 무더위에 텅 빈 상태다.
하동군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일원에서 열기로 했던 ‘제4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문화 재첩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주 행사장인 모래밭 온도가 40도를 웃돌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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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7월 말까지 고온현상 이어질 것
다음 주 주말 축제를 앞둔 자치단체들도 기상청의 예보를 감안해 축제를 연기하고 있다.
기상청은 20일 ‘폭염 전망’ 자료를 통해 “당분간 기온 상승 경향과 비가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 지속됨에 따라 지금 같은 고온현상이 7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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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병, 열사병 우려로 축제 연기
이에 따라 경남 김해시는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열기로 했던 ‘2018 허왕후신행길축제’를 다음 달 31일로 연기했다. 또 지난 20일까지였던 퍼레이드 경연대회 접수는 다음 달 17일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김해문화의전당 측은 “관람객과 축제 퍼레이드 출연진이 오랜 시간 폭염에 노출될 경우 일사병과 열사병 등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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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도 거리축제 연기 고심 중
이와 함께 강원 정선군은 폭염이 8월 초까지 이어진다는 예보에 27~28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정선 거리축제 연기를 고심하고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무더위 지속 여부에 따라 축제 개막 일정을 변경할 예정”이라며 “지금 같은 무더위가 계속 이어진다면 축제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 거리축제는 거리 음악, 거리 극, 거리 코미디, 1인 마임 등 거리예술을 바탕으로 한 축제다.
기상청 관계자는 “21일부터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의 영향으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무더위로 인한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열대야 발생 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 질환 발생에 대비해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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