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난 미성년자, 술값 받으면 신고할래요"

권승준 기자 2018. 7.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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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만 처벌하는 법 악용.. 다 먹고나서 '뻔뻔한 자백'
경쟁 가게 영업정지 노리고 미성년자 일부러 시켜서 신고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사실이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한 서울 동대문구의 가게가 내건 현수막. / 독자 제공

서울 동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달 말 구청으로부터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단 이유였다. 이씨는 "사복을 입고 긴 머리에 염색한 남녀 5명이 와서 술을 시키길래 당연히 대학생인 줄 알고 신분증 검사도 않고 술을 팔았다"며 "계산할 때 이 아이들이 학생증을 내밀면서 자신들은 미성년자라고, 술값을 받으려고 하면 신고하겠다고 하길래 '아차' 싶으면서도 그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술을 팔았거나, 아니면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의 속임수에 넘어가 술을 팔았다가 곤욕을 치르는 업소 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렇게 미성년자들에게 당한 업주들이 아예 이런 사정을 설명하면서 현수막을 다는 게 유행할 정도다.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는 "미성년자들의 깜찍한 속임수에 넘어가 한 달간 휴가를 받았다"는 등의 글이 적힌 현수막이 달린 가게 사진이 한 달에 몇 건씩 올라온다.

현행법상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가 적발된 업주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술을 마신 청소년들에겐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2012년 사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중 절반 이상인 78.4%(2619곳)는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였다. 이제는 미성년자들이 위조 신분증으로 술을 마시거나 공짜 술을 마신 뒤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은 물론, 아예 고의로 경쟁 가게에 피해를 끼치려고 미성년자로 고용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은 "각 학교 일진들이 모인 단톡방에 몰래 술 마시고 신고하는 알바를 구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정에 맞게 술을 마신 청소년들도 처벌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실 경우 벌금이나 금고형 등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의 대표 발의로 술을 마신 청소년에게도 교내외 봉사활동이나 특별교육 이수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올라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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