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경악..시민·전문가 "군사정권 답습·초법적 발상"

심동준 2018. 7.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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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각계 인사들 경악 반응 내놓아
"지난 정권에서 모의한 군사 반란"
"38년 전 계엄 모델 그대로..내란"
"발포 이뤄져 사상자 많았을 수도"
"정치관여 없도록 軍 철저 개혁해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0일 오후 청와대가 공개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 2018.07.20.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남빛나라 안채원 기자 = 20일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서 계엄령 선포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으로 해석되는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세부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시민들과 각계 인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촛불집회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기무사가 박근혜 정부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무력을 동원한 전방위적인 진압 작전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대해 "과거 군사 정권의 행보를 답습하려는 충격적인 시도이자 초법적 발상"이라며 공분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초법적이고 초헌법적이다. 실행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며 "이 정도를 기무사가 혼자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군 검찰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닌 것 같아 참여연대 차원에서의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계획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던 것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계엄령 문건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가상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하려고 한 것이다"라며 "군대를 특정해서 어디로 이동하라는 계획까지 있지 않나. 이건 정말 심각한 것이다"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문민 통제 원칙이 김영삼 정부 이후에 확립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계엄령은 적군이 공격하거나 심각한 안전보장 위기 상황에서 하는 것이다. 국민이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데 군을 동원한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전두환 정권을 모방해 모의한 군사 반란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가 문란 행위에 해당하는 내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으나 일보직전까지 액션 프로그램을 짰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행위로 나아가겠다는 결의가 이미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라며 "두말할 것 없이 38년 전 계엄령 때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한 것 같다. 이건 국가의 근본을 흔든 범죄다"라고 개탄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의겸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2018.07.20. photo1006@newsis.com

시민들도 과거 군사 정권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대를 역행하려 한 충격적인 시도"라면서 강도 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기업 직장인 40대 배모씨는 "상당히 계엄령 선포 계획이 구체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라며 "완전히 시대를 역행해서 80년대 암흑기로 돌아가자는 소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는지 경악스럽다"라고 개탄했다.

과거 시민 진압 경험이 있다는 50대 공무원 강모씨는 "저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진지하게 계엄령 선포를 고민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실행됐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포까지 이뤄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을 수도 있다"라고 한탄했다.

안모(56)씨는 "대학 1학년 때 계엄령을 겪었다. 전날 학교에 탱크가 와서 정문을 지켰던 기억이 난다.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런 계획을 짰다니 황당하다"라며 "촛불집회는 대통령의 잘못을 비판하기 위해 일어난 정당한 집회가 아니었나. 그런 시민들을 상대로 이런 계획을 짜고 실행하려 했다니 정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혹함과 시민들의 분노, 항쟁이 끝난 뒤 광주 모습이 담긴 영상이 38년만인 9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처음 공개됐다. 시민들과 계엄군들이 대치를 하고 있다. 2018.05.09. (사진=5·18민주화운동기록관 공개 영상 촬영) photo@newsis.com

이번 계엄령 대비 계획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빠른 후속조치와 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내란예비음모가 실질적으로 있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라며 "무기체계와 구체적 병력동원 능력을 갖춘 집단이 세운 계획이다. 빨리 선행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국민 위에 군림했던 기무사의 역사와 관행을 보면 그런 식의 사고가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라며 "이참에 정치적 관여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군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기무사는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3월 ▲국방부 비상대책회의 ▲계엄사령부 가용장소 판단 ▲기타 합동수사본부 편성 및 유관기관 통제방안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취소 시 조치 상황 등 총 26개 항목이 담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서를 마련했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 성공을 위해서는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한 계엄 선포, 계엄군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혀 있으며, 국정원 통제 계획과 구체적인 계엄사령부 설치 위치,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과 각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이 들어있다.

또 군사법원 설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당정 협의를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관련 의원을 검거하는 방식으로 국회의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s.won@newsis.com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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