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공부문 정규직화 1년..그들은 정말 '정규직'이 됐나

박동해 기자,유경선 기자 2018. 7.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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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전환에 '답답'..전환대상 제외에 '분통'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설립 등 꼼수도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제공) 2018.7.20/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유경선 기자 =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됐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13만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환과정에서 소외돼 여전히 차별에 놓여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자신이 전환대상자에서 제외된 데 '합리적 사유'가 존재한다는 정부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발표 1주년을 맞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규직화 1호 사업장' 인천공항…전환 논의 지지부진에 속타는 마음

9년째 인천국제공항에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음길수씨(64)의 바람은 단 2~3년만이라도 더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씨는 오는 10월 말 하청업체 정년을 채우게 되면 퇴직한다.

음씨에게는 더디게 진행되는 정규직 전환 논의가 무척 답답하다. 청소·경비업은 정부가 정한 '고령자 친화직종'이로, 정규직이 되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고 이후에도 1년 단위로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체계와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초 2017년 말까지 전환 작업을 모두 마치려 했으나 해를 넘겼고, 올해 1분기까지 마친다는 정일영 사장의 약속도 지켜지지 못했다.

그나마 인천공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본부 조직국장은 "현장에서는 협의 과정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고용안정화'는 이미 정해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100% 정규직화,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처우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News1

◇회사의 '자회사 설립안'…수용 않으면 '해고' 각오해라?

지방의 한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8일 한국도로공사 담당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도공이 정규직 전환대상자인 톨게이트 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할 의사가 없고,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계약이 끝나면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사실상 해고 상태로 두겠다는 이야기였다.

도공은 정규직 직원과 전환자 간 갈등·인사 체계 등 문제로 직접고용은 힘들고, 자회사안으로 수납원들을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수납원들 사이에선 도공이 자회사를 통해 수납원을 고용한 이후에 수납업무 축소·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도공이 자회사안에 찬성하는 서명을 강요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됐다. '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따르면 공사의 일부 지방본부 관리자들은 수납원들에 자회사안에 찬성한다는 성명서를 내밀며 '서명을 않으면 재계약을 못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도공 측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투본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한 도공 관계자가 "다른 본부에서 그런(강요한) 일이 있어 우리 본부는 못하게 했다"라며 사실상 서명 요구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회사 설립이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회사안은 '중규직'을 양산할 뿐"이라며 "임금격차는 계속 유지되면서, 비정규직 차별로 인한 차별금지 위배라는 사실을 증명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11일 교육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결과,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전문·스포츠 강사 등 교육부와 교육부 소속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8.7.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상시·지속적 업무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고용불안 빌미 갑질도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 등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들과 같은 '상시·지속적'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청년 선호 일자리인 정규 교원 채용의 사회적 형평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교사 업무 이외에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까지 떠안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8%가 잡초 제거·학교 주차요원·페인트칠 등의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용불안은 일상이다. 이들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전심위) 논의 이후 오히려 근무 여건이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지역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모씨(45·여)는 "강사 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인정해 달라는 것뿐인데 마치 정규직 교사가 되는 것처럼 심의위가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인 정동창씨(43)도 고용불안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급했다. 정씨는 "교장이 회식자리에서 대리운전을 시키거나 이삿짐을 나르라고 하는 일이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기관별 전환자' 공개 않는 정부…전환 대상인지 몰라 제외되기도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숫자는 13만4016명이다. 고용부는 전체 전환 실적은 공개했지만 기관별 현황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직 전환대상자가 자신이 대상자인지 몰라 계약만료로 해고돼도 외부에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이었던 최민영씨(가명·52·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였지만 이를 고지받지 못한 채 지난 1월1일 계약만료로 실직했다. 지체장애 6급으로 7개월째 취직을 못한 최씨는 최근에야 자신이 전환대상자였음을 알았다. 도공은 민영씨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재 정규직 전환 문제가 마무리되면 복직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 기관의 전환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숫자가 공개되면 협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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