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못낳아" "일 때려칠판" 어린이집에 분노한 엄마들
임신 7개월 학부모 "아예 안보내고 싶어"
건물주 "유족, 어찌할 바 몰라. 안타까워"
피의자 김씨, 구속여부 이르면 오후 결정
노란리본을 단 네살 아들의 엄마 안지현(38·여)씨는 “결국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이 숨졌다. 너무 속상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찾아왔다”며 “추모의 의미로 리본을 달았다. 조금이나마 유족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원장이 다른 곳에서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화곡동 어린이집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앞에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아이나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같이 아파하는 심정으로 엄마들이 어린이집을 찾아 애도를 표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김모(38·여)씨는 "둘째를 낳고 싶은데 불안해서 못낳겠다"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남편 이모(44)씨도 함께였다. 김씨는 “9년만에 생긴 29개월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분노감이 사그라지지 않아 직접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의 건물주는 아이가 떠난 날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그는 “숨진 아이의 어머니가 혼비백산이 돼서 달려와 ‘어떻게든 살려달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봤다.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어린이집만 봐도 그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는 어린이집을 임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던 보육교사 김씨는 이날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김병철 영장전담판사)은 이날 오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전날 검찰이 청구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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