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둘째 못낳아" "일 때려칠판" 어린이집에 분노한 엄마들

조한대 2018. 7.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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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학부모 "둘째, 불안해서 못 낳겠어"
임신 7개월 학부모 "아예 안보내고 싶어"
건물주 "유족, 어찌할 바 몰라. 안타까워"
피의자 김씨, 구속여부 이르면 오후 결정
20일 11개월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출입문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이 리본은 얼마 후 떼어졌다. 조한대 기자
20일 오후.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출입문에 '노란 리본'이 달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감의 표시로 자주 활용되는 노란리본이 달린 이유는 이틀 전 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때문이다. 11개월 아이가 보육교사가 잠을 재운다며 올라타서 누른 후 한참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노란리본을 단 네살 아들의 엄마 안지현(38·여)씨는 “결국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이 숨졌다. 너무 속상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찾아왔다”며 “추모의 의미로 리본을 달았다. 조금이나마 유족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원장이 다른 곳에서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화곡동 어린이집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앞에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아이나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같이 아파하는 심정으로 엄마들이 어린이집을 찾아 애도를 표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김모(38·여)씨는 "둘째를 낳고 싶은데 불안해서 못낳겠다"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남편 이모(44)씨도 함께였다. 김씨는 “9년만에 생긴 29개월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분노감이 사그라지지 않아 직접 오게 됐다”고 말했다.

임신 7개월째인 김현숙(36)씨는 “다섯 살 된 첫째 아들을 옆 동네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불안하고 화가 나는 마음에 이곳에 왔다. 둘째가 태어나면 돌 지나고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말이라도 트이는 2~3세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할 듯 싶다”며 “마음 같아서는 맞벌이 하지 말고 아예 안 보내고 싶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화곡동의 어린이집에 찾아온 한 학부모의 차량 뒷유리. '아기가 타고 있어요. 안전운전 부탁 드립니다'라고 쓰여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조한대 기자
10여m 떨어진 곳에서 어린이집을 바라만 보던 황명진(40)씨도 21개월 된 아들을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버지였다. 황씨는 “늦게 얻은 자식을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다. 형편상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아내와 어린이집을 끊을지 진지하게 상의해 볼 참”이라고 말했다. 그의 차량 뒷 유리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 안전운전 부탁 드립니다’라고 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해당 어린이집의 건물주는 아이가 떠난 날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그는 “숨진 아이의 어머니가 혼비백산이 돼서 달려와 ‘어떻게든 살려달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봤다.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어린이집만 봐도 그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는 어린이집을 임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던 보육교사 김씨는 이날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김병철 영장전담판사)은 이날 오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전날 검찰이 청구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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